한국 군사정찰위성, 달리는 차 종류까지 식별… 북한 성능보다 100배 우수[10문10답]
韓, 전자광학·적외선 장비 탑재
2025년까지 ‘5기 1세트’ 완성
주야간 하루 2시간 간격 北 감시
미사일 발사 땐 25분내 제거 목표
韓 위성 1호기 70% 국산화 달성
고체연료로켓 추력, 北의 1.5배
레이저 쏴서 敵 위성 격추하거나
발사 전 단계 무력화 작전 수립중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 1호를 지난 11월 21일 우주궤도에 진입시키자 우리 군은 11일 만인 지난 2일 새벽 독자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해 군사정찰위성 경쟁이 불붙고 있다. 남북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고도 약 500㎞ 저궤도 우주 공간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회하면서 우주에서 상대 군사 주요 시설을 감시·정찰하기 위한 남북 군사정찰위성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군은 2025년까지 모두 5기의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는 ‘425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도 궤도 진입에 성공한 만리경 1호에 이어 몇 개의 위성을 추가 발사하는 이른바 ‘만리경 사업’(가칭)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군의 425사업과 초소형 정찰위성 개발, 북한의 만리경 사업, 위성을 우주궤도에 더 많이, 빨리 진입시키기 위한 남북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개발 경쟁 등을 살펴본다.
1. 정찰위성은 한국군의 ‘눈’
군사정찰위성은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의 핵심 전력으로, 우주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신속히 탐지하고 유사시 발사 전 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한국군의 ‘눈’ 역할을 한다. 우리 군 정찰위성 1호기가 2일 성공적으로 발사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 전력화에 성공할 경우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이를 무력화하는 선제타격체계인 ‘킬체인’(Kill Chain)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하고, 군의 작전 영역을 우주로까지 확장하게 된다. 북한 입장에서도 군사력의 가장 큰 취약점인 ISR 자산 확보를 위해 정찰위성 개발에 속도전을 내고 있다.
2. 425사업이란
북한 핵·미사일 도발 징후 등 북한 지역에 대한 고해상도 광학·적외선 감시 및 정찰을 목표로 군 정찰위성 1세트, SAR(영상레이더) 위성 4기와 EO/IR(전자광학/적외선) 위성 1기 등 총 5기를 2025년까지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AR(Synthetic Aperture Rad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과 EO(Electro Optical)/IR(Infra Red) 위성의 운용을 고려해 ‘SAR(사)’와 ‘EO(이오)’ 카메라 영문명을 비슷한 발음의 아라비아숫자인 ‘425’로 사업명을 표기했다. 사업 기간은 2017년 12월부터 내년 말까지 7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써트렉아이가 시제업체, 부처 간 합의에 따라 EO/IR 위성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맡고 있다.
3. 한국군 정찰위성체계
정찰위성 1호기(EO/IR)가 내년 상반기 전력화에 성공하고 2025년까지 5호기가 모두 발사 및 전력화에 성공하게 되면 북한 핵·미사일을 탐지해 선제타격으로 제거할 수 있는 킬체인 역량이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2~5호는 고성능 SAR를 탑재한 위성으로 기상과 관계없이 주야간 전천후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EO·IR 위성은 야간 촬영이 가능하고 표적에서 나오는 열을 감지해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EO 위성은 가시광선을 활용해 지상의 영상을 직접 촬영해 영상의 시인성, 가독성이 뛰어나지만 야간, 구름 등 기상조건의 제약과 장비의 대형화라는 제한사항이 있다. IR 위성은 적외선 검출센서를 이용해 물체를 탐지해 획득된 영상정보를 가시화해 제공하며, 육안으로 식별이 곤란한 야간 상황에서도 영상 획득이 가능하다. 적외선 센서는 야간촬영 및 표적 열 감지 기능이 있다. SAR 위성은 레이더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발사해 반사돼 되돌아오는 신호를 수신해 영상을 생성한다. 기상에 관계없이 주야간 전천후 위성 영상 획득이 가능하지만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하고 레이더 전파의 탐지·교란에 취약하다.
4. 425사업 완성 시 효과는
정찰위성 5기가 모두 전력화해 북한 전역을 정밀하게 감시하게 되면 킬체인 작전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킬체인 구축 계획 수립 당시 군은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의 표적 탐지, 좌표 식별, 사용 무기 선정 및 발사 결심 등 최소 25분 안에 타격해 제거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이 모두 액체연료를 사용했을 때를 염두에 둬 계산한 시간이다. 그러나 북한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액체연료 미사일을 고체연료 미사일로 바꿨는데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를 주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발사까지 시간이 더 빨라진다. 북한 고체연료 미사일을 토대로 우리 군의 킬체인 최소 작동 시간을 계산하고 신속한 제거가 이뤄지도록 작전계획도 계속 수정 보완하고 있다. 정찰위성 5기를 통해 북한군 시설과 배치 현황, 장비와 병력,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의 움직임을 하루 2시간 간격으로 감시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작전계획도 정밀해질 수 있다.
5. 북 만리경 위성 발사 계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만리경 1호 발사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찰위성을 더 많이 발사해 궤도에 배치하고 통합적, 실용적으로 운용해 공화국 무력 앞에 적에 대한 가치 있는 실시간 정보를 풍부히 제공하고 대응 태세를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만리경 사업’이다. 만리경 1호 발사체인 ‘천리마 1형’과 같은 로켓을 여러 기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3차 발사에서는 2차례 실패에서 드러난 결함을 보완했기 때문에 기존 제작했던 로켓도 보완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2차 발사 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위성의 해상도 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으며, 군사정찰위성의 효용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6. 남북 군사정찰위성 성능 비교
북한은 한반도와 미국 전역, 로마와 이집트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촬영물을 공개하지 않아 해상도 등 정밀한 성능 판단은 어렵다. 하지만 누적된 광학기술과 지난 5월 발사 실패로 서해상에 추락한 북한 위성체 분석 결과, 군사정찰위성으로서의 효용성에 회의적일 정도의 조악한 해상도를 가져 남북 간 해상도는 100배 정도 차이가 난 것으로 평가됐다. 2일 발사에 성공한 우리 군 정찰위성 1기는 전자광학 및 적외선 장비를 탑재한 저궤도 위성이다. 해상도는 0.3m급으로 성능이 세계 5위급으로 전해졌다. 가로세로 0.3m가 점 하나로 표현된다는 의미다.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어 3m급으로 알려진 북한 정찰위성 해상도의 100배 정도 월등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0.3m급이면 거리를 달리는 교통수단이 승용차, 트럭, 버스 중에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했다.
7. 우리 고체연료 기술 수준은
우리 군 정찰위성 1호기의 발사체로 쓰인 ‘팰컨9’은 세계 유일의 재사용 발사체로서 올 8월까지 총 246회 발사 중 244회를 성공, 99.2%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우리 통신위성 ‘무궁화 5A호’와 ‘차세대소형 위성 1호’, 군용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 등도 이 발사체를 사용해 발사했다. 이에 비해 지난 4일 3차 시험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민간에서 개발한 실제 위성을 탑재해 우주궤도에 진입시켰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는 1∼3단은 고체연료, 4단은 액체연료를 사용했다. 지난해 3월(1차)과 12월(2차) 발사 때는 2, 3, 4단 추진체를 시험했고, 이번에는 1, 3, 4단 추진체를 시험했다. 2025년 최종 시험발사 때는 1∼4단 추진체를 모두 갖추고 실제 위성을 쏘아 올리는 시험을 하게 된다. 이번 3차 시험발사에 쓰인 탑재체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소형 SAR 위성이다. 약 100㎏ 중량의 지구관측위성으로 약 650㎞ 우주궤도에 진입했다.
8. 우리 고체연료로 소형 위성 발사
앞으로 1∼4단 고체연료 발사체가 완성되면 무게 500∼700㎏ 위성도 우주궤도에 올릴 수 있다. 한국형 고체연료 발사체는 최종적으로 탑재 중량을 150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구조가 단순하고 저장과 취급이 용이하다. 발사 준비 기간도 7일 이내로 신속 발사가 가능하며, 발사 비용도 액체연료 로켓에 비해 적다. 액체연료 로켓은 비용이 많이 들고 저장이 어렵고 발사 준비에도 수십일 이상 소요되나, 고체연료 발사체에 비해 무거운 탑재체도 궤도에 올릴 수 있다. 고체연료는 탑재 중량의 한계가 1.5t이지만, 액체연료는 22.8t(미국 스페이스Ⅹ의 팰컨9 기준)까지 탑재할 수 있다. 따라서 고체연료는 비교적 가벼운 저궤도용 관측·정찰위성에 적합하고, 액체연료는 고고도에 투입하는 지구정지궤도 위성이나 우주탐사선 등 무거운 탑재체를 쏘아 올리는 데 적합하다. 우리의 고체연료 로켓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북한에서 만든 것(고체연료 추진체)보다 1.5배 이상 추력이 크다.
9. 초소형 정찰위성 사업은
군 당국은 425사업과 별개로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경찰 다부처 공동사업으로, 무게 100㎏ 미만의 초소형 위성 수십 기를 자체 개발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로 2030년대 초반까지 궤도에 진입시키는 초소형 정찰위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425사업과 더불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북한 지역 재방문 주기를 30분까지로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북한 지역에 대한 사진과 영상 촬영 횟수가 더욱 늘어나 세밀한 감시정찰이 가능해지고, 이런 정찰 정보를 토대로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 맞춤형 무기를 동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군은 정찰위성 1호기의 시스템과 본체, 광학탑재체를 100% 독자 설계하고 주요 구성품 65~70% 국산화를 달성했다.
10. 상대 위성 공격
미국 우주군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북한이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을 무력화할 방안이 있다고 밝히자 북한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클린켈 셰릴 미 우주군사령부 공보실 국장은 ‘북한의 정찰위성 활동을 막을 수 있는 역량이 있냐’는 질의에 “불가역적·가역적 방법을 사용해 적의 우주 역량과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비가역적 방법이란 위성 파괴, 가역적 방법은 레이저 등을 이용해 정찰위성에 탑재된 카메라, 라디오 기능이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도 레이저로 적 위성을 격추하는 레이저무기체계 개발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발사 전 단계’(레프트 오브 론치·Left of Launch) 개념 발전과 작전체계 등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 전 단계에서 무력화할 수단과 작전체계를 수립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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