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자산 비중 키우거나 위험자산에 투자하거나
국민연금 고갈을 해결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방법은 보험료율(기준소득월액 대비 연금보험료 부과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5년에 걸쳐 12%로 인상할 경우 국민연금 소진 시점은 약 8년 늦춰진 2063년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보험료율을 3%p나 인상했음에도 고갈 시기를 8년 늦추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 이 대안에 찬성할 국민은 많지 않을 듯하다.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보험료율 부담이 높아짐에도 그들이 은퇴할 시점에 국민연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료율을 15%, 18%로 인상하는 것이 대안이 되겠지만 이 경우 내수경기 위축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 가계의 저축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료율 조정 외에 다른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운용 성과를 개선한다면?
이럴 때 가장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대안은 바로 국민연금운용 성과를 개선하는 것이다. 2023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는 향후 운용 성과를 연 4.5%로 가정했는데, 충분히 개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래프1'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연기금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것으로, 연평균 6.09% 수익률을 올린 것이 확인된다. 참고로 한국 국민연금은 2020~2022년 연평균 5.85% 성과를 낸 데 비해, 캐나다 국민연금은 9.34%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따라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수익률 전망은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이렇게 되면 약 50년 후에 닥칠 국민연금 고갈 위험을 지금부터 걱정하면서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특히 50년이라는 시간을 벌어둔 만큼, 이민을 더 받거나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을 시행해 인구구조를 바꾸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보험료율 인상보다 쉬운 수익률 개선
이 대목에서 "국민연금 수익률을 선진국 연기금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법이 있냐"고 묻는 독자에게 다음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캐나다 국민연금처럼 대체자산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그래프2 참조). 대체자산은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 사모펀드 같은 곳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이 상품은 거래소가 없고 거래될 때만 가격이 확정되기에 '대체자산(alternative asset)'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반대로 주식이나 채권은 거래소 혹은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빈번하고 가격도 바로 결정돼 '전통자산(traditional asset)'으로 불린다.국민연금의 9월 말 현재 대체자산 비중이 17%에 불과한 것은 여러 문제가 중첩된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글로벌 연기금에 비해 뛰어난 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울뿐더러, 성과/보상 기준에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대체자산 투자는 개별 투자 건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한 데다, 투자 기간이 길어 대체자산 운용역은 다른 자산군에 비해 더 오랜 근무 기간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는 성과에 대해 후하게 보상하는 경향이 있지만 국민연금은 거액의 성과급이나 연봉을 지급하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 대안은 노르웨이 석유기금처럼 전체 자산의 70%가량을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노르웨이 석유기금은 1998년 이후 연평균 6.4%에 이르는 성과를 기록 중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노르웨이 석유기금 스타일의 운용을 선택할 경우 정치권과 언론 모두 인내심을 가지고 성과 개선을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한데, 지난해 국민연금 투자 손실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도 쉽지 않은 대안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수익률 개선은 현재 세대 갈등을 빚고 있는 보험료율 인상보다 훨씬 쉬운 선택지다. 두 대안 가운데 실행이 더 쉬운 방향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1970년생을 중심으로 한 X세대의 주력이 아직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을 때 연금개혁이 이뤄져야 효과가 누적될 것이기 때문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