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자산 비중 키우거나 위험자산에 투자하거나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2023. 12. 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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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국민연금 고갈 해법, 글로벌 연기금 자산배분 전략에 답 있다
[GettyImages]
최근 국민연금 개혁이 많은 이의 관심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2055년 연금 재정 고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된 탓일 것이다. 오늘은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운용역 출신인 데다, 캐나다 국민연금(CPPIB)이나 노르웨이 석유기금(GPFG) 등 글로벌 연기금의 자산배분 전략을 오랫동안 연구한 바 있다.

국민연금 고갈을 해결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방법은 보험료율(기준소득월액 대비 연금보험료 부과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5년에 걸쳐 12%로 인상할 경우 국민연금 소진 시점은 약 8년 늦춰진 2063년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보험료율을 3%p나 인상했음에도 고갈 시기를 8년 늦추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 이 대안에 찬성할 국민은 많지 않을 듯하다.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보험료율 부담이 높아짐에도 그들이 은퇴할 시점에 국민연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료율을 15%, 18%로 인상하는 것이 대안이 되겠지만 이 경우 내수경기 위축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 가계의 저축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료율 조정 외에 다른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운용 성과를 개선한다면?

이럴 때 가장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대안은 바로 국민연금운용 성과를 개선하는 것이다. 2023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는 향후 운용 성과를 연 4.5%로 가정했는데, 충분히 개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래프1'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연기금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것으로, 연평균 6.09% 수익률을 올린 것이 확인된다. 참고로 한국 국민연금은 2020~2022년 연평균 5.85% 성과를 낸 데 비해, 캐나다 국민연금은 9.34%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따라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수익률 전망은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한국 경제성장률이 인구감소 영향으로 둔화될 것을 감안한 듯하지만, 국민연금의 국내 자산 투자 비중이 50% 밑으로 내려가는 등 해외 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운용 성과가 연 1%p 개선될 때마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약 4년 늦춰지니 만일 운용 성과를 6.5%로 유지할 수 있다면 국민연금은 2063년에 고갈될 것이다. 이 상태에서 보험료율을 소폭이라도 인상할 경우 고갈 시기가 2070년 이후로 미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되면 약 50년 후에 닥칠 국민연금 고갈 위험을 지금부터 걱정하면서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특히 50년이라는 시간을 벌어둔 만큼, 이민을 더 받거나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을 시행해 인구구조를 바꾸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보험료율 인상보다 쉬운 수익률 개선

이 대목에서 "국민연금 수익률을 선진국 연기금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법이 있냐"고 묻는 독자에게 다음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캐나다 국민연금처럼 대체자산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그래프2 참조). 대체자산은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 사모펀드 같은 곳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이 상품은 거래소가 없고 거래될 때만 가격이 확정되기에 '대체자산(alternative asset)'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반대로 주식이나 채권은 거래소 혹은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빈번하고 가격도 바로 결정돼 '전통자산(traditional asset)'으로 불린다.
부동산이나 금 같은 대체자산은 장기적인 수익률이 높고 전통자산과 가격 변화의 방향이 달라 분산투자 효과를 높인다. 대체자산 투자의 중요성을 처음 발견하고 적극 투자에 나선 이는 데이비드 F. 스웬슨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CIO)다. 그는 매매에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장기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 이를 테면 삼림이나 벤처캐피털 등에 90% 이상 투자함으로써 2021년 작고하기 전까지 30년간 경쟁 연기금에 비해 연평균 1.9% 초과 성과를 달성했다.

국민연금의 9월 말 현재 대체자산 비중이 17%에 불과한 것은 여러 문제가 중첩된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글로벌 연기금에 비해 뛰어난 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울뿐더러, 성과/보상 기준에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대체자산 투자는 개별 투자 건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한 데다, 투자 기간이 길어 대체자산 운용역은 다른 자산군에 비해 더 오랜 근무 기간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는 성과에 대해 후하게 보상하는 경향이 있지만 국민연금은 거액의 성과급이나 연봉을 지급하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 대안은 노르웨이 석유기금처럼 전체 자산의 70%가량을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노르웨이 석유기금은 1998년 이후 연평균 6.4%에 이르는 성과를 기록 중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노르웨이 석유기금 스타일의 운용을 선택할 경우 정치권과 언론 모두 인내심을 가지고 성과 개선을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한데, 지난해 국민연금 투자 손실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도 쉽지 않은 대안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수익률 개선은 현재 세대 갈등을 빚고 있는 보험료율 인상보다 훨씬 쉬운 선택지다. 두 대안 가운데 실행이 더 쉬운 방향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1970년생을 중심으로 한 X세대의 주력이 아직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을 때 연금개혁이 이뤄져야 효과가 누적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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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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