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대신 ‘펫푸드’라고 불러주세요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혹시 펫푸드(Petfood)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요? 반려동물용 사료, 간식, 영양제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인데요. 축산물 생산을 위해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와 달리 가족처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을 위한 '음식'이라는 뜻이죠.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수가 증가하고 반려동물 양육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앞으론 사료보다 펫푸드라는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펫푸드 산업 빠르게 발전
최근 펫푸드 산업의 발전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이제 사료만 먹는 반려동물을 찾아보기가 오히려 힘들어졌습니다. 그만큼 간식, 관절·피부 영양제, 비타민, 유산균 등을 챙겨 먹는 반려동물이 늘고 있죠. 이에 반려동물 사료를 펫푸드라고 부르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제도는 아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펫푸드를 다루는 별도 법체계가 있는 게 아니라, 여전히 가축용 사료와 함께 '사료관리법'을 적용받고 있어서죠.가축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사료관리법은 사료를 원료에 따라 단미사료, 배합사료, 보조사료 등으로 구분합니다. 그러다보니 사료관리법 적용을 받는 펫푸드 또한 성장기 반려동물이 먹는 사료든, 아픈 반려동물이 먹는 처방식 사료든, 관절 영양제든, 비타민이든 모두 사료로 분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경우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라는 별도 카테고리가 있지만 반려동물이 먹는 음식은 전부 사료로 일원화돼 있는 거죠.
몇 년 전부터 '반려동물사료관리법(가칭)' '펫푸드관리법(가칭)'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까지 별도의 법이 제정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변화 조짐이 보입니다. 8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했는데 펫푸드를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와 함께 4대 주력 산업으로 삼고 '펫푸드 특화 제도 마련 및 생산 기반 강화'를 목표로 잡은 것입니다. 정부는 선진국의 펫푸드 분류체계를 조사·분석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가축용 사료와 구분되는 별도 펫푸드 분류체계를 마련, 내년쯤 사료관리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더불어 전문가 중심의 '펫푸드 제도개선 협의체'도 발족했죠.
펫푸드 광고 기준도 마련
펫푸드 관련 광고 기준도 개선됩니다. 반려동물 보호자를 허위·과장 광고로부터 보호하고 제품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함인데요. 최근 온라인상에는 펫푸드 허위·과장 광고가 넘쳐납니다. "하얘진 눈을 다시 까맣게" 같은 문구로 특정 영양제를 먹으면 백내장이 치료되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는가 하면, "기관지 치료비 200만 원 3초 만에 버는 법" "곰팡이성 피부염, 병원 가지 마세요" 등 동물병원에 가지 않아도 기관지협착증이 완화되고 피부병이 개선될 것처럼 오인하게 만듭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 밖에 펫푸드 광고에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천연' '100%' '휴먼그레이드'(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 사용), 'Free' 등 강조 표현에 관한 기준도 정합니다. 펫푸드 원재료 명칭 또한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바뀝니다. 이렇게 되면 반려동물 보호자가 펫푸드를 구매할 때 마케팅 용어에 속지 않을 수 있고 포함된 영양성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펫푸드를 가축용 사료와 구분하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성에 동의합니다. 다만 말뿐이어서는 안 되겠죠. 정책이 실제 시행으로 이어져 반려동물과 보호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