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한 젤렌스키 “우크라 지원 예산 처리 지연, 푸틴 꿈 이뤄주는 일”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3. 12. 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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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와 만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이날 첫 일정으로 미국 국방대를 방문한 그는 “미국 의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처리) 지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꿈을 이뤄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것들(의회 예산 처리)이 늦어짐으로써 그(푸틴)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믿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푸틴 같은 사람이 자유를 정복할 수 있다는 꿈조차 꿔서는 안 된다”면서 “푸틴은 패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614억 달러(약 8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요청했지만, 미국 공화당은 이민·국경 정책 강화와 연계해 이 법안의 처리를 미루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만나 미국의 지속적 지원을 당부할 예정이다. 미국 상원의원 전원을 상대로 하는 브리핑도 계획돼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충분한 지원을 설득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미국 국방대학교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찰스 브라운 주니어 미 합참의장을 만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선 미국의 지원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나는 우크라이나인이다’라고 적힌 카키색 스웻셔츠를 입고 미국을 방문한 그는 이어 국방대 학생들을 상대로 연설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자유에 대한 전쟁의 최전선에 있다”면서 “자유세계가 망설일 때가 독재자들이 축하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방어에는 무기가 필요한 것처럼 자유에는 항상 단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치가 병사들을 배신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전 세계가 우리를 보고 있고 자유 국가들의 운명을 관찰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젤렌스키는 “친구들, 솔직히 말하겠다. 캐피톨 힐(미국 의회)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로 인해 고무될 사람이 있다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역겨운 측근들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지연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꿈이 실현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여러분(미국)을 믿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만큼 여러분도 우크라이나를 믿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대공 우위를 없앨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주요한 문제점 중 하나가 해결될 것”이라며 “자유가 그 어떤 적보다도 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본부도 방문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를 만났다. IMF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9억 달러(약 1조1800억원)의 차관 제공을 승인했다. IMF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 156억 달러(약 20조5300억원)의 차관을 주기로 약속했고, 이날 승인된 9억 달러는 그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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