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주거 빈곤]⑤ “소득 낮아 집세 부담”…주거비 지원 역부족
[KBS 부산] [앵커]
아동 주거 빈곤 문제를 짚어보는 KBS의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부산지역 아동의 주거 빈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득이 낮아 주거비 부담이 큰 가구가 많았습니다.
지금의 주거 급여 제도만으로는 아이들이 열악한 생활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도에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집입니다.
유일하게 공공 근로로 돈을 벌던 가장은 몸이 아파 일을 그만뒀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10년째 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허리가 안 좋아서 쉬고 있는 셈이죠."]
아이에게 따로 방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이사하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이 돈 갖고는 있잖아요, (전세 보증금) 4천만 원 있어도 이 돈 갖고는 방을 못 얻는다니까요."]
부산시 실태조사 대상인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0만 원.
이런 취약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는 매월 임차료인 주거 급여를 줍니다.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최대 20만 원에서 38만 원을 받습니다.
지난해 기준 부산에서 지급된 주거 급여는 2천350여억 원.
대상 가구도 최근 5년 사이 5만 5천 곳 정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 실태조사에 응한 아동 주거 빈곤 가구 30% 가까이는 주거 급여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윤성호/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법적인 조건 하에서 지원할 수 있는 대상층이 아닌 대상들이 너무나 많이 발견됐고, 사각지대에 존재했던 아동 주거 가구들이 상당히 많이 발생 됐던 거죠."]
임차료를 지원하더라도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커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실태조사를 벌인 아동 주거 빈곤 가구 10곳 중 3곳 이상은 주거비가 소득의 40%를 넘었고, 주거비를 내려고 식료품비 등을 아꼈다는 응답도 65%에 달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중위소득 47% 이하인 지급 기준을 완화해 주거 급여 지원 폭을 넓히고, 주거 빈곤을 겪는 가구에 아동이 있을 경우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주거 급여 대상을) 기준 중위소득의 60% 정도까지 넓히고, 아동이 있는 가구에 대해서 주거비를 더 지원해서 지금의 이 열악한 환경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시흥시는 2016년부터 전국 자치단체 중 최초로 자체 예산을 들여 주거비를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시흥시에 살며 중위소득 80% 이하인 무주택 아동 가구가 받은 4인 가족 기준 주거비는 31만 원 정도.
여기엔 18살 미만 아동 2명에게 따로 지원한 주거비 11만 8천 원도 포함됐습니다.
아동 주거비 지원 효과는 주거 환경 개선으로 나타났습니다.
시흥시에서 주거비를 지원받은 아동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한 가구의 85%가 이사를 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답했고, 이사 이후 집 면적이 넓어지고, 방 개수가 많아졌다고 답한 비율도 각각 65%와 38% 넘게 나왔습니다.
부산시가 자체 예산으로 주거 급여를 추가로 지원하기 위해 중위소득 60% 이하로 기준을 넓힐 경우 지급 대상은 6만여 가구, 이 가운데 아동 가구는 만 3천 가구 정도로 추정됩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김소연·김희나
황현규 기자 (tr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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