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드라큘라처럼 젊어질 수 있다면 동방신기 때로 돌아가 만끽하고파” ..“뮤지컬은 내게 동아줄”
“제가 가수로서 약 5년, 뮤지컬배우로서 13년을 활동했어요. 이젠 뮤지컬 배우에 더 긴 시간을 올인한 것이죠. MAMA어워즈는 못 가도 뮤지컬 시상식에 가서 남우주연상도 받고 모든 게 너무 감사했죠. 뮤지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뭐든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김준수는 2003년 전설적인 보이그룹 ‘동방신기’의 ‘시아준수’로 데뷔해 ‘라이징 선’, ‘풍선’, ‘주문-미로틱’ 등 메가 히트곡을 내놓으며 슈퍼스타가 됐다. 그 뒤 그는 ‘볼프강 모차르트’, 데스노트의 ‘엘’, ‘아더왕’ 등 뮤지컬 배우들이 꿈꾸는 배역들을 그만의 감성으로 소화해 ‘뮤지컬배우 김준수’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 백작’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11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준수는 “뮤지컬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에게 동아줄 같은 존재다. 배우로서도 관객으로서도 너무 좋아한다”며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6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드라큘라’는 올해 국내 공연 10주년을 맞았다. 작품은 브램 스토커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과 그를 저지하려는 반헬싱 교수의 사투를 그린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격정적인 음악과 4중 턴테이블이 가능케하는 긴박하고 화려한 장면 전환이 작품의 특징이다.
2014년 초연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해 이번에 다섯 번째로 드라큘라를 맡은 김준수는 뮤지컬 덕후들에겐 ‘샤큘(시아준수 드라큘라)’로 불린다. 김준수는 관객들에게 자신이 맡은 배역이 인간이 아닌 흡혈귀라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해 걸음걸이, 말투, 손짓 하나하나에 신경썼다고 한다. 그는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죽지 않는 400살 노인부터 흡혈 후 젊어진 모습까지 표현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넘버까지 불러야 하기에 배우로서도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하게 되는 작품이다”며 배역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샤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피를 연상시키는 빨간 머리. 김준수는 “드라큘라가 피를 빨았을 때 백발의 노인이었던 그가 머리까지 피가 전이돼 온 몸에 피가 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빨간 머리가 나오면 인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내가 제안했다. 초연 때는 제작사 측에서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반응이 너무 좋아서 다행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빨간 머리 드라큘라가 나왔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감사하게도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지금까지 빨간 머리를 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도 한다”며 “1주에 최소 1번씩 염색을 해야 한다. 조금만 땀이 나도 빨간물이 떨어지고 모자를 안 쓰면 부끄러워서 외출이 어려울 정도다. 아이들도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마주치면 놀란다. 이번 10주년이 마지막 빨간머리 드라큘라일 것이다”고 말했다. 작중 드라큘라처럼 피를 빨고 젊어질 수 있다면 그는 언제로 돌아가고 싶을까? 김준수는 “동방신기 때로 돌아가고 싶다. 당시 동방신기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뤘는데 만끽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케이팝 이 세계화됐는데 지금 이런 시스템에서 동방신기가 활동하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은 있다”고 했다.
동방신기라는 전설적인 아이돌 그룹 출신답게 김준수는 가장 거대한 팬덤을 거느린 뮤지컬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검증된 작품으로 안정된 인기를 누리는 대신 자신의 유명세를 바탕으로 초연 작품들을 흥행시켰다. ‘드라큘라’를 비롯해 ‘모차르트!’, ‘엘리자벳’, ‘데스노트’, ‘엑스칼리버’ 등을 초연 때부터 함께 해 뮤지컬 팬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작품으로 만들어놨다. 김준수는 “초연 때 함께할 수 있는 기회는 어느 정도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에게 주어지는 것 같다. 초연 작품을 많이 하면서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었고 많이 배웠다. 기회를 주신 제작사 대표님들께 감사하다.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초연 작품에 더 열심히 출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목표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저는 올해도 그랬었고 작년에도 그랬었고 큰 미래를 그리고 ‘어디까지 어떤 목표로 가고 싶다’ 이런 생각은 없어요. 미끄러졌을 때의 실망감을 알기에 그렇게 했으면 오히려 지금만큼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 반대로 얘기해보면 너무 미래를 안보니 당장의 행보에 몰두 할 수 있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드라큘라는 2024년 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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