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8년 만에 정권 교체···야권연합 지도자 투스크, 새 총리 선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신임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총리로 확정된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폴란드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폴란드 민족주의 우파 정당 법과정의당(PiS)이 8년 만에 야권에 정권을 넘겨줬다.

11일(현지시간) 폴란드 하원은 지난 10월 총선에서 야권 연합을 이끌며 8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도날트 투스크(66) 전 총리를 폴란드 신임 총리로 확정됐다. 하원은 이날 총리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해 찬성 248표, 반대 201표로 통과시켰다.

우파 성향 현 집권당 법과정의당(PiS) 소속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현 총리는 앞서 이날 오후 실시된 신임 투표에서 패배했다.

투스크 신임 총리는 12일 새 내각을 발표한 뒤 하원의 신임 투표를 거칠 예정이다. 그러나 야권 연합이 하원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이변은 없을 전망이다.

투스크 총리는 오는 13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 선언과 함께 공식 취임한다. 이어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 참석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야권 연합 측은 이미 총선 이후 회의를 거쳐 각료 분배 등 정부 구성 방안에 내부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투스크 총리는 2007∼2014년 총리를 역임했고 2014년부터 5년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지냈다.

투스크 총리는 지명 확정 후 연설에서 “우리는 함께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것”이라며 “내일부터는 모두가 예외 없이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PiS는 지난 10월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했으나 과반 확보에 실패한 데다 다른 정당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연정 가능성마저 차단되면서 정권 교체는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PiS 쪽 인물로 분류되는 두다 대통령이 지난달 6일 PiS에 정부 구성 기회를 먼저 주면서 ‘시간 끌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예상대로 새 정부 구성에 실패했고 이날 신임 투표에서도 패배하면서 PiS 8년 집권에 마침표가 찍혔다.

PiS는 2015년 집권 이래 사법부 독립성 약화, 언론 장악, 소수자 탄압 정책을 추진해 EU와 마찰했다. 이 때문에 수백억 유로에 이르는 EU 지원금이 동결된 상태다.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야권 연합은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EU와의 관계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투스크의 총리 지명을 축하하며 “EU 가치와 관련한 당신의 경험과 강력한 신념은 폴란드 국민의 이익을 위한 ‘더 강한 유럽’을 만드는 데 있어 귀중하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