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의 마지막 빨간머리 '드라큘라'[인터뷰]
[OSEN=선미경 기자] "나를 통해서 뮤지컬을 사랑하게 해주고 싶은 소명 아닌 소명이 있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가 10주년의 ‘드라큘라’로 돌아온다. 벌써 13년 동안 뮤지컬 무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김준수. 그 중에서도 ‘드라큘라’는 그와 10년을 함께 하고 있다. 무엇보다 초연부터 빠짐없이 무대를 지켜왔던 만큼 그에겐 더욱 특별한 ‘드라큘라’의 10주년이었다. “이번이 마지막 빨간머리 드라큘라”라는 김준수를 만나 직접 10주년 소회를 들어봤다.
“한 번 올려졌다가 바로 수장당하는 작품도 정말 많다.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계속 꾸준히 2년에 한 번 꼴로 하고, 빠짐없이 매번 사랑을 받아왔다는 게 하나의 명함 같다. 그런 작품에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다는 것은 배우로서도 영광이고 뿌듯함도 있다.”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프랭크 와일드혼의 강렬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음악과 국내 최초로 도입된 4중 턴테이블이 어우러진 블록버스터급 화려한 무대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초연 후, 지난 4번째 시즌까지 약 40만 명의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판타지 로맨스 뮤지컬의 최강자로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김준수는 이번에도 드라큘라 백작 역을 맡아 10년 동안 지켜온 주역으로서 명불허전의 퍼포먼스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10년 동안 꾸준히 한 작품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김준수에겐 영광이도 특별한 의미였다. 김준수는 “처음에는 아무래도 ‘드라큘라’라는 작품이 다른 나라에서 공연 된 걸 봤을 때도 그렇고 되게 중년 남성 분들이 하는 역할인데 그게 저에게 캐스팅이 왔다는 거에 놀랐다. 처음엔. ‘엘리자벳’의 토드도 약간 중년 남성들이 했던 역할이었다. 국내에서 초연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것들을 자율적이고, 의견을 낼 수 있는데, 그런 자율성이 부가된 선이라면 너무 해보고 싶다. 그게 서로 니즈가 잘 맞아서 하게 됐다”라고 ‘드라큘라’를 처음 만난 순간을 회상했다.
Q. 10년 전 처음 만난 ‘드라큘라’와 10년 후 지금의 ‘드라큘라’는 어떻게 달라졌나.
초연 때는 사실상 창작극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추가된 넘버도 두 세곡이 있고, 세트도 비교가 안 된다. 오히려 드라큘라라는 판타지적인 것이 가미된 만큼 연기하는 배우와 그런 배우의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무대가 받쳐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신들도 많이 바뀌었다. ‘She’라는 넘버로 그렇다. 한국 초연일 때 곡을 쓰면서 ‘She’라는 넘버가 생겨났다. ‘‘She’ 없이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올라갈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지금은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서사가 안 이어질 정도로 정말 중요한 넘버로서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 거의 창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까 더 많이 이해가 된 것도 있다. 10년 전에는 찾지 못했던 부분이나 의문이 들었던 부분을 내 자신과 관객들에게 납득시키려고 디테일을 추가해서 연기해 보기도 한다. 나 또한 작품에 깊게 매료되고 빠지는 것 같다.
‘드라큘라’의 팬층이 정말 두터워졌다. 최애 뮤지컬이 ‘드라큘라’라고 할 정도의 관객 분들이 꽤 많을 정도다. 그런 작품의 10주년을 맞이했고, 그 기간 동안 함께 해왔다는 것도 배우로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Q. ‘드라큘라’의 인기에 대한 지분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해왔던 배우 분들이 다 같이 만든 거다. 모든 배우 분들이 다 같이 만들어냈다. 다 같이 만들어낸 정말 수작 중에 감히 10개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나의 고백으로는 5개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최소 10개 안에 들 수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Q. 특정 장면에서 애드리브를 한다. 매번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나?
초재연 때는 거의 한 달에 한 개 정도 바꿨다. 바로 재작년 4연 때부터는 매번 다른 것을 했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매회 바뀌었던 것 같다. 이전에 했던 것은 한 달 정도 후에 다시 하거나, 연속적으로 같은 것을 하진 않았다. ‘드라큘라’ 안에서 대사로서 애드리브를 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긴 하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봐주시는 관객들이 꽤 많아서, 조금이나마 감사함을 보답해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시나리오가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다양한 것들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이번에도 그렇게 할 예정이다.
극 중 미나가 드라큘라에 대한 경계심을 풀게 하기 위해서 ‘내가 인간이 이런 식으로 했었나?’ 혹은 '내가 400년 전에 이런 식으로 했었나?’라는 마음이다. 그래야 결국 비극으로 치달을 때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고 생각해서 더 관객들에게 웃음을 드리고, 그 장면이라도 약간 관객들이 풀어질 수 있는 장면을 만들려고 했다. 관객 분들에게도 소소한 웃음을 드리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럴 때 웃어야지 비극으로 갈 때 더 비극으로 느껴질 것 같아서 노력하고 있다.
Q. 10년 동안 ‘드라큘라’를 해오면서,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초연 때 가장 걱정됐던 것은 드라큘라처럼 보여야 한다는 거다. 인간이 아닌 캐릭터를 할 때 가장 부담감이 ‘인간의 걸음걸이가 아닌 게 뭐가 있지? 어떤 말투, 어떤 목소리, 어떻게 몸을 써야 그게 인간적이지 않을까?’다. 배우가 연기 이외에 걷는 것, 서 있는 것을 신경 써야하니까 그게 부담이고 걱정이다. 물론 조명이나 무대 세트가 ‘드라큘라’는 되게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한다. ‘드라큘라’ 무대는 새삼 어떻게 이게 10년 전의 무대지? 지금 봐도 압도적이다. 무대 크기에 비해서 오히려 공연장이 작아보일 정도로. ‘지금 봐도 이렇게 세련됐는데, 어떻게 이게 10년 전에 만든 무대 세트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니까 이렇게 10년 동안 사랑받아서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했다.
이질적인 것들을 표현하기에 집중을 했다면, 그걸 해오다가 이번에는 문득 ‘피를 흡혈하고 싶어하는 드라큘라가 되기 전의 드라큘라가 너무 보여지지 않는다’ 생각했다. 최소한 미나에게 내가 잘보이고 싶어서 과거를 상기시켜주고 싶어서 만나는 장면 만큼은 최대한 관객들에게 엘리자벳사를 만났을 때 인간으로서 드라큘라가 어땠을지 더 포커싱을 맞춰서 하는 것 같다. 물론 인간적이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하면서, 그렇게 상냥하고 다정하게 해야지, 갑자기 드라큘라 특유의 윽박을 지를 때 같은 모습이 더 다가올 것 같았다.
Q. 김준수만의 ‘드라큘라’ 빨간색 헤어스타일에 대한 고민은 없나?
사실 있다. 삼연 때부터는 빨간 머리를 안 하려고 했었는데, 본의 아니게 되게 사랑을 받게 돼서 막상 안 하면 이걸 초심 잃었다고 할까봐 해왔는데… 이번에 개인적으로는 안 해야겠다 생각했었다. 어차피 이건 내가 만든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한 거고 사랑받은 것은 맞지만 원작은 검정색 포마드다.
빨간색은 물이 잘 빠져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염색해야 한다. 안 할까 했었는데, 오히려 제작사 측에서 ‘그럴 거면 애초에 안 했어야지? 이걸 보러 오는 분들도 많다. 하셔야 한다’고 해서(웃음)… 고민하다가 마침 10주년이라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빨간머리 드라큘라다. 드라큘라로서 빨간 머리는 이번에 마지막으로 하겠다고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10주년은 모든 것을 총망라하는 거니까 이번에는 더더욱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만약 내가 다음에 또 올라간다면, 그때는 빨간 머리는 보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Q. 인기 뮤지컬 배우로서,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있나?
옛날에는 더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또 다른 느낌으로 있다. 예전에는 가수 출신인데 바로 뮤지컬을 해서, 지금 배우들 보면 워낙 아이돌 출신이 주연하는데 잘만 한다면 욕 먹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분위기고 당연하게 여겼었다.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만큼 그것에 대해서, 나에게 개인적으로 단점이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어째든 모두가 꿈꾸는 주연 배우를 바로 꿰찬 것은 사실이다. 그것에 대한 감사함이 더 커야 한다고 생각했고, 꾸준히 열심히 잘 해오면 시간이 알아봐주시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매회, 매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약간 강박까지는 아닌데, ‘다른 뮤지컬 배우 분들이 틀리는 것과 내가 틀리는 것은 기준, 평가가 다를 거야’라고도 생각했다. 그것도 이해했다. 다른 배우 분들은 지금까지 증명해온 게 있다. 그날 하루의 실수는 정말 실수인데, 나는 아무래도 그런 .. 바로 주연을 꿰찬 배우로서 비춰질 때 내가 하는 실수는 틀리면 안돼, 무조건 완벽해야 한다는 게 되게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생각보다 정말 큰 실수 없이 열심히 꾸준히 하다 보니까 그래도 오늘날까지 10주년을 기념하는 ‘드라큘라’ 무대에도 설 수 있게 됐다.
Q. 부담을 떨치게 된 계기가 있나?
지금은 ‘뮤지컬 배우 김준수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분들이 있다. 혹은 나로서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나는 12년 간 계속 해왔던 회차 중 하나지만 관객 분들 중 한 두 명은 적어도 나를 처음 보거나 뮤지컬이 처음이실 수 있다. 그 분들이 나를 통해서 뮤지컬을 사랑하게 해주고 싶은 소명 아닌 소명이 있다.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니어도 ‘뮤지컬이 좋아’, ‘드라큘라 좋아’, ‘영화와 또 다른 매력이 있어’라고 생각하는 ‘뮤덕’을 만드는 계기가 이 순간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다.
Q.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그때 당시에 나에게는 하나 밖에 없는 동앗줄 같은 거였다. 그걸 잘 잡고 가고 싶었다. 워낙 여러 가지 심적으로 큰 변화를 갖고 나서 되게 은둔해서 산다고 해야 하나, 숨어서 살다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와서 했던 활동이 뮤지컬이었다. 오히려 가수가 아니라. 처음 관객들을 만나게 되고, 내 앨범으로 방송에서 노래하는 건아니지만 작품으로서 노래하고 박수를 받고, 평생 시상식은 못 가겠다 생각했는데 그 해에 시상식이라는 것도 가고 상도 받고 레드카펫도 밟고 하다 노니까.
지금은 내가 뮤지컬을 통해서 사랑받고 있지만, 나를 통해서 뮤지컬이 좋아질 수 있는 게 있다면 이바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 마음을 먹었었다. 그때부터 일부러 더 알려진 유명한 작품을 고르기보다 초연 창작극을 더 하려고 했다. 일단 초연 창작극을 하면 예전에 듣기엔 관객들이 안 봐줘서 아무리 좋은 작품인 것을 알리고 싶어도 알릴 기회가 없었다고 하더라. 그때 당시라 그렇긴 한데, 봐주는 분들이 어느 정도 계셨기 때문에 그걸 통해서 대한민국 창작극이 해외로 역수출될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했다.
Q. 13년차 뮤지컬 배우 김준수를 자신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제가 생각을 해보니까 지금까지도 가수 활동을 계속 해왔지만 대중이 아는 선에서는 적어도 방송에서 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은 동방신기 때 6년 정도 시간일 뿐이다. 뮤지컬은 12~13년이다. 대중에게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게 배가 넘는다. 그만큼 저에게도, 이제 뮤지컬 배우로서 내 자신을 설명하는 게 개인적으로 덜 민망하다. 가수로서도 당연히 저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로 뮤지컬과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길고, 동방신기였던 것을 몰랐던 친구들도 많을 정도로 나를 뮤지컬 배우로 안다. 뮤지컬을 보고 알다 보니까 ‘동방신기 멤버였어?’라고 알더라. 그럴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그냥 바람이 있다면 계속 뮤지컬 배우로서 하나의 역할로서, 배우로서 늙어가고 싶다. 그런 바람이다.
Q.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서 김준수의 정체성은?
조심스럽지만 팬 분들에게는 저는 가수로 얘기를 하고 싶고, 대중에게는 뮤지컬로 이야기하고 싶다. 왜냐하면 물론 뮤지컬을 통해서 팬이 되셔서 콘서트나 앨범을 들어주시는 분들도 꽤 계시지만, 제가 이 세상 밖에서 처음 저라는 이름을 알린 것은 가수로서 알렸다. 그 팬 분들이 계시기에 지금까지 일본에서도 콘서트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대중에게는 제가 앨범을 낸 줄도 모르는 분들도 많아서, 그 분들에게는 뮤지컬 배우로 보여져도 상관 없다. 어떤 마음으로도 객석을 찾아와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seon@osen.co.kr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