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고 산에 간 국어교사, 장거리 종주 '전도사' 되다

서현우 2023. 12. 1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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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컬 100] 장거리 마니아 국어교사 문종원씨.
일반인도 장거리 도전할 수 있게 블로그로 노하우 공유

극한 산행은 단순히 체력만 좋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산을 대하는 올곧은 태도와 이념, 탄탄한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춰야만 안전히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넷플릭스 인기 예능 <피지컬100>에서 피지컬이 뛰어난 이를 탐구했듯, 월간<山>은 '산지컬'이 뛰어난 이들을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심학산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문종원씨

"지금 장거리 종주계에는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그 장벽을 허물어야 됩니다. 그리고 '대장'이란 직책도 다 없애야 되고요."

눈동자가 순간 이글거렸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개구쟁이 같은 동안의 얼굴에 자상한 미소를 한껏 품고 농담을 섞어 가며 얘기하던 차였다. 그는 억울했고, 분노했다. 너무나 오르고 싶은 경지를 눈앞에 뒀는데 누군가가 와서 사다리를 걷어찬 것 같았다.

의아했다. 그는 평범한 국어교사였고, 등산을 시작한 것도 4년밖에 되지 않았다. 운명적인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살 빼려고 산에 갔다. 1년 동안 꼬박 동네 뒷산을 오르내리며 정상 체중을 만들었고, 그 이후 조금씩 다른 지역의 산을 올랐다. 그래서 의분이 무르익을 시간이 부족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명백히 화가 나 있었다. 가만 들어보니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답답함' 때문이었다. 답답함이 해결되지 못한 채로 산에 갔다가 다치기도 했었다. 때문에 지금은 정보 공유에 누구보다 열을 올리고 있다. 본인의 블로그 '그리스인조르바의 산행블로그'는 물론 네이버 카페 '고윈클럽'에도 장문의 정보를 정리해 올린다.

그간 산지컬 연재에서 만난 사람들이 치열하게 산에 오르려고 한다면, 그는 치밀하다. 결이 다르다. 그가 왜 이런 방식을 채택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자세하게 들어보았다.

문종원씨.

올해 심학산만 143번 올라 '1등'

문종원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문학소년이다. 문씨는 스스로를 "책읽기를 좋아했던 평범한 학생"이라고 했다. 딱히 운동을 하진 않았으나 아버지가 레슬링선수 출신인 탓에 타고난 체력이 있었다. 그래서 춘천고등학교 자체 마라톤 대회인 상록마라톤대회에서 1학년 때 전체 2,000명 중 44등, 2학년 26등, 3학년 6등을 기록했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고도 세운 기록이다.

"문학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진로가 국어교사로 굳어졌어요. 학생들과 텍스트를 두고 소통하는 것이 지금도 즐겁고 행복하죠. 지금은 파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등산을 시작한 건 아주 평범한 계기였다. 여덟 살 연하의 아내가 결혼 조건으로 금연을 내걸자 이를 악물고 담배를 끊었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급격하게 체중이 불었다. 165cm, 64kg였던 몸이 85kg이 됐다. 그래서 유산소 운동을 하자는 마음으로 인근의 심학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같은 산만 1년 넘게 주구장창 오르는 것이 재미없어 보였던 아내는 영남알프스 9봉 인증을 추천했다. 9봉 완등을 시작으로 100대 명산까지 자연스럽게 넘어가 전부 올랐다.

"그래도 제 근본은 심학산입니다. 산행 어플 트랭글 기록을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제가 심학산 최다 등정자로 기록돼 있어요. 143번 올랐죠. 편하게 오를 수도, 또 훈련 삼아 힘들게 탈 수도 있는 참 좋은 산입니다."

2022년 '고윈클럽'에서 주최한 지리산종주대회에 출전한 문씨.

등산에 매료된 것은 사회에서의 나와 다른 산에서의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직업 상 톱니바퀴처럼 살아야 하고, 수업 중이나 아이들과의 관계, 업무에 있어 꼭 필요한 자아를 꾸며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산에선 자유롭게 나를 찾고 표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닉네임도 유명 소설 '그리스인조르바'를 차용했다. 작중에서 조르바는 무척이나 자유롭고 남다른 행동거지를 보여준다. 문씨는 "원래 안정을 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성격이라 그런지 조르바가 무척이나 매력적이어서 선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 종주 실패가 굴린 스노볼

평범한 당일산행에서 장거리 산행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건 실패 때문이었다. 100대 명산을 완주하고 난 뒤 SNS에서 유행하던 화대종주 45km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잘해내고 싶었기에 인터넷 상에 장거리 고수들에게 무작정 메시지를 보내 조언을 구해봤다. 하지만 돌아온 건 '무응답'이었다.

"정말 대부분이 묵묵부답이었어요. 간혹 조언을 해주는 분들도 계셨지만, 체계적으로 정리해 둔 분은 없어서 막막하더라고요. 결국 혼자서 정보를 찾아서 공부했어요.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는 거리라 두려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슬슬 안일하고 무모한 마음이 더 커지더라고요. 그렇게 홀로 화대종주를 시작했죠."

화엄사로 가는 택시에서 한 60대 부부와 동승했다. 가는 길에 대화를 나눠보니 이미 화대종주를 여러 번 한 고수였다. 화엄사에 도착해 화대종주 인증 수첩 도장을 찾느라 잠시 헤매는 사이 이들이 먼저 출발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어둠 속에서 혼자 걷기가 두려워 부부를 따라잡고 싶은 마음에 오버페이스를 하게 됐다. 20km 지점부터 무릎에 무리가 가기 시작했고, 절뚝대며 걷다가 결국 중산리로 도중하차했다. 운행 중 체력 안배하는 법이나 사전 준비 등에 관한 지식이 있었더라면 없었을 포기였다.

테이핑과 스틱을 통해 무릎을 보호하고 있다.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니 퇴행성관절염이라고 하더라고요. 무릎에 물이 찼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 이어져 무척 힘들었어요. 정형외과 다니면서 재활하는 데만 6개월 이상이 걸렸죠. 재활하면서 무릎과 발목에 대한 의학적 지식도 얻을 수 있었고, MSM과 이모튼(생약성분의 관절치료제) 같은 무릎에 좋은 약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요. 지금도 항시 복용하는 약들이죠."

재활하면서 오기가 생겼고, 악에 받쳤다. 장거리를 잘하고 싶었다. 화대종주에서 만난 부부는 종주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고 싶으면 수도권의 무한도전클럽이란 산악회를 찾아가보라고 추천해줬다. 30km 정기 산행을 3~4회 함께한 후 땅끝기맥, 한강기맥과 백두대간 60~80km 구간 종주도 참석했다. 그러면서 귀동냥, 눈동냥으로 모든 정보를 흡수했다.

"닉네임 '산너머' 김점석 대장님을 비롯해서 좋은 분들이 많았는데 사실 좀 힘들었어요.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정말 드물더라고요. 답답했죠. 다른 산악회도 다니면서 느낀 게, 뭐랄까요. 장거리 종주를 선천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진입장벽을 치는 것 같았어요. 자기 노하우를 나눠주지 않으려는 거죠. 또 어떤 사람들은 이런 말도 하더라고요. '불수사도북을 12~14시간 안에 끝내지 못한다면 장거리 종주는 쳐다보지 말라'고요. 모종의 선민의식 같은 거죠."

문씨는 홀로 장거리를 걷기보단 같이 걷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말한다.

대장, 대장 해주니 진짜 대장인 줄 안다?

물론 선민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지만, '고인물'들이 이토록 까다롭게 구는 건 다른 측면도 있다. 기본적인 체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그만큼 장거리 종주가 힘들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씨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완주만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마치 마라톤 같이. 선수들처럼 풀코스를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뛸 수 있어야 대회에 참석할 수 있는 건 아니란 뜻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시간을 가늠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장거리 종주는 극도로 고통스럽고, 졸음도 이겨내야 하고, 처절한 것으로 인식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좀 달라요. 잘 준비하고, 좋은 장비도 쓰고, 중간 기점에서 지원도 받고 하면서 가면 윤택하게 즐길 수 있어요. 물론 일반인들도 다 할 수 있고요. 반대로 무지원으로 가야 진짜 장거리 종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그런 말은 장거리를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만들어요."

문씨는 이처럼 장거리가 좀 더 대중화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장거리 종주를 해본 적 없는 산꾼들을 모아 몇 달 정도 트레이닝을 한 뒤, 같이 적게는 40km, 길게는 110km에 달하는 장거리 코스를 함께 완주하곤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렇게 그룹을 이뤄 산행할 때 절대로 '대장'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장이라고 불리면 사람들은 진짜 대장처럼 굴어요. 정보나 체력의 우위를 갖고 상대방에 권위를 발휘하는 방식을 취하게 되죠. 그럼 서열이 만들어지고 묘한 자존심도 생기고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전 리더나 대장 등의 말을 일절 쓰지 않고 그냥 닉네임으로 서로 부르도록 해요. 탈권위화를 위한 노력이죠. 혼자서 멋진 대장이 되어 잘하는 것보다 함께 꿈을 품고, 키우고, 이루는 것이 더 기쁘고 소중한 가치입니다."

설악대종주 38km에 임하는 기본 짐. 식량과 경량패딩, 구급약 정도로 매우 간소하다. 배낭 무게를 줄여 산행 부담을 줄이고, 대신 지원을 늘리면 장거리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출 수 있고, 더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보편적인 종주가 되어

그의 산행 블로그를 보면 장거리 종주를 위한 정보들이 수두룩하다. 운동하는 법은 물론 코스 추천, 운행요령, 필요한 장비들과 좋았던 장비, 상시 복용하면 좋은 영양제나 약 등이다.

"사람들이 과거의 저처럼 답답하지 않았으면 해서 정보들을 그러모아놨어요. 제 경우 첫 화대종주를 앞두고 SNS를 통해 고수들을 찾아 물어봤는데 답을 거의 못 받았다고 했잖아요? 그나마 받은 답은 이런 것들이었어요. '한 30km 정도 걸어보면 돼', '그냥 가는 거고, 안 되면 말고'. 너무 두루뭉술하게 답변하니까 나중엔 진절머리가 나려고 하더라고요. 근데 사실 본인들 입장에선 맞는 말이긴 할 거예요. 오랫동안 장거리를 하면서 몸이 완성돼 있으니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럼 화대종주를 하고 싶은 사람이 지금 본인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어떻게 답변하실 건가요?"

"먼저 전체 코스의 75% 정도 되는 거리의 산행을 해봐야 합니다. 화대종주가 45km쯤 되니까 25~30km 정도 되겠네요. 산행하면서 살펴볼 건 몸의 상태입니다. 체력이 어디쯤 갔을 때 떨어지는지,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을 땐 어떤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죠. 무릎 테이핑도 필수고요. 사람마다 장거리를 했을 때 몸에 대한 작용이 정말 다양해요. 누구는 배가 아프기도 하고, 누구는 밥을 못 먹기도 하거든요. 그걸 파악하고 난 뒤 이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하죠."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노하우나 요령 같은 게 있다면 몇 개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오래 걷다보면 아프니까 진통제를 드시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근육이완제 계열은 안 좋고, 진통성분이 있는 비타민이 괜찮아요. 이런 정보가 정말 희귀해요. 앞서 말한 무릎영양제도 먹어주면 좋고, 몬스터란 각성음료도 물이랑 반반 섞어서 마시면 야간에 걸을 때 좋아요. 옛날 스타일은 이런 거 먹지 말고 '무작정 견뎌라, 정신력으로 이겨내라'였는데 이젠 스마트하게 해야죠.

또 물도 잘 안 마시는 게 중요해요. 저는 겨울이면 15km 정도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가요. 물을 계속 섭취하면 과학적으로도 몸의 전해질 농도가 달라져서 피로가 가중되거든요. 다만 이건 전제가 있어요. 꾸준히 물을 적게 마시며 산행해서 몸을 적응시켜야 해요. 무작정 적게 마시는 게 좋다고 평소에 많이 마시며 산행하는 편이면서 갑자기 물을 줄이면 탈진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운행법이죠. 많은 분들이 산행할 때 보면 오르막은 더디게 오르고, 내리막이나 평지를 빠른 속도로 걸어요. 이거랑 딱 반대로 하는 게 좋아요. 오르막에선 최대한 쉬지 않고 꾸준히 속도를 유지해 오르려 노력하고, 평지와 내리막에선 힘을 빼고 편안하게 걸으면서 힘을 비축하는 게 좋습니다."

파주 심학산을 걷는 문종원씨. 그는 올해에만 심학산을 143번 올랐다.

'사점'을 넘어라

또한 장거리 산행이 처음인 사람이라면 천천히, 꾸준히 산행거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장거리를 걸을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10km, 20km씩 걷다보면 무릎이나 발목, 혹은 호흡 등에서 자신의 약점을 마주하게 된다. 또 사점dead point에 이르게 되고, 그 사점을 넘는 순간도 온다. 극복과 극복의 연속이 있어야 장거리에 적응이 되는데 이 극복의 순간에 예상치 못한 몸의 변화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무슨 변화냐면 엄청나게 졸리다거나 배가 아프거나 그런 신호입니다. 초보자는 이게 일시적인 건지, 계속되는 건지 혹은 내가 지금 잘못된 건지 판단을 못 할 겁니다. 그래서 장거리를 할 땐 숙련된 경험자와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게 사점이라면 일시적인 현상이니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넘어설 수 있거든요. 무릎에 파스를 뿌려주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행동식을 먹으면 넘어갈 수 있는데 이걸 모르고 무작정 견디다가 다치거나, 아니면 아예 놔버리고 포기하곤 하죠."

문씨는 사점을 넘었다. 화대종주(45km), 설악대종주(38km), 불수사도북(46km) 일주, 불수사도북 왕복(88km), 삼백종주(90km), 불수사도북 3회전(139km), 부산 11산(110km), 강남 22산(120km), 백두대간 80km급 산행 6회 등 장거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분주하게 걸었다. 그는 "이젠 걷는 도중이 행복하다. 힘든 순간이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이젠 그 힘듦 자체를 즐기고 만끽할 만큼 성장했다. 힘듦을 산행의 일부로 받아들이자 장거리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장거리 산행의 매력으로는 "고통 뒤의 희열"을 꼽았다.

"보통 장거리는 밤에 시작해요. 졸음을 이겨내고 밤을 샌 뒤 가쁜 숨을 고르며 새벽을 맞이하는 그 순간,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죠. 또 밤에 들리는 소리, 산의 냄새, 어둠 속에서 보이는 다양한 색감과 어둠을 통과하며 변화하는 내 감정과 신체의 변화, 길게 걸어낸 능선 길을 뒤돌아보며 고통 뒤에 채워지는 희열과 뿌듯함. 이 모든 것이 다 매력적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거리 산행으로는 부산 11산 110km를 꼽았다. 문씨는 이 코스를 장거리 종주클럽이 아니라 등산장비전문카페인 고윈클럽 회원들과 함께 걸었다. 산행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장거리 경험은 많지 않았다.

"선두에서 길을 살펴야 했기에 수차례 먼저 부산에 내려가 연습산행을 하고 보급로와 지원 구간도 논의했죠. 또 다함께 30km, 60km 연습산행도 했고요. 그렇게 메인 산행 당일이 된 날, 공교롭게도 다른 종주클럽에서 똑같은 코스를 걸으러 오셨더라고요. 그분들은 오래 장거리를 뛴 '선수'였고, 저희는 일반인이기에 비교되기 딱 좋은 상황이었죠.

그래도 무리하지 않았어요. 우리 페이스대로 쉬는 구간과 걷는 구간, 보급 구간을 무사히 통과했죠. 그날은 온종일 비가 내려서 땅도 미끄럽고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14명 중 12명이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꼭 산에서 날고 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잘만 준비하면 누구든 다 완주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순간이었죠."

"장거리를 위해 평소 운동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문씨는 어싱, 즉 맨발걷기 5km를 통해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걷는 것만큼 걷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아침 줄넘기를 3,000~5,000개(20~35분) 합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이젠 편안해요. 또 줄넘기를 많이 하면 무릎에 데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푹신한 운동화와 양말을 신고 있고요. 그 외에는 팔굽혀펴기와 플랭크로 근력운동을 하고, 심학산 5km 맨발 걷기 정도가 있습니다. 또한 장거리 감각을 잃지 않도록 2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은 40km급 산행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걷는 것만큼, 걷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회복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산행이 끝나면 끝났다는 사실에 취해서 뒤처리를 등한시한다"며 "먼저 얼음찜질이 굉장히 중요하다. 야구 투수들이 교체되어 내려오면 바로 얼음찜질을 하는 것과 같은 궤다. 꼭 얼음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고 찬물이나 뿌리는 파스만으로도 좋다. 그래야 오래 걸을 수 있다. 또한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2주는 장거리를 하지 않고 푹 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비는 어떤 걸 쓰시나요?"

"등산화는 호카 스피드고트, 살로몬 스피드크로스 이 두 개가 잘 맞아요. 사실 주변에서 등산화 추천해 달라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족형과 걷는 스타일에 따라 맞는 등산화는 사람마다 다 달라서 정답이 없더라고요. 내리막을 내려올 때 발바닥 어디에 힘을 주는지, 또 오를 때 뒤꿈치를 드는지 안 드는지에 따라 다 달라요. 저도 신고 버리고, 신고 버리고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어요. 저는 살로몬 스피드크로스에 기존 깔창을 빼고 툴리스 깔창을 넣어 쓰는 게 베스트더라고요."

그의 내년 목표는 불수사도북 4회전이다. 즉 불수사도북도사수불수사도북도사수불 170km를 걷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인 목표일 뿐, 또 장거리를 꿈꾸는 일반인들이 있다면 그들과 함께 보조를 맞출 것이다. 그들이 품은 꿈의 허들을 낮추기 위해서.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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