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키즈’가 ‘尹대통령 참모’ 거쳐 ‘험지’ 도전하는 까닭

변문우 기자 2023. 12. 1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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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통령실 나와 동대문갑에 도전장 낸 여명 前 행정관
“대통령실에서 청년의 공정 요구 챙겨…386세대의 용퇴 이끌 것”
“김기현, 용단 리더십 필요…대안 없는 사퇴요구도 당 혼란 가중”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홍준표 키즈'로 꼽히는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30대 초반의 나이로 지난 대선에서 당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현 대구시장)의 유일한 대변인으로 주목받았다. 경선 이후로는 윤석열 캠프 선대위 청년본부장을 거쳐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1년 반가량 근무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이후 지난 5일 대통령실을 나와 그가 둥지를 튼 곳은 다름 아닌 서울 동대문갑. 해당 지역구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된 4선 안규백 의원이 지키고 있는 만큼 여당 험지로 꼽힌다. 또 여 전 행정관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3선 의원을 지낸 김영우 전 의원도 이곳에 도전한다. 여 전 행정관이 이처럼 어려운 도전에 나선 이유는 뭘까.

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인근에서 만난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동대문구갑 지역구에 출마하게 된 배경과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험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홍준표 키즈'로 평가된다. 어떤 인연으로 동행하게 됐는지.

"홍 시장이 2017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때 당내에 설치한 혁신위에 제가 혁신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처음 인연이 시작됐고, 혁신위 활동이 끝날 즈음 홍 시장이 '청년은 지키면서 키우는 것'이라며 서울시의원 출마를 권유해서 시의원이 됐다. 지난 대선 땐 전화를 주셔서 '너 하나만 대변인으로 쓸 테니까 재밌게 잘 해보자'고 하셔서 대변인을 맡았다. 이런 인연들을 계기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최근에도 종종 안부 인사를 드리고 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가 됐다. 청년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 앞에서 소신의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도 전해지는데.

"윤 대통령은 자기 사람을 믿어주시는 분이다. 지난해 6월에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청년 문제' 전반에 대해 직접 대통령께 보고를 드린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청년은 하나로 묶어선 안 된다'고 감히 말했던 적이 있다. 행정관인 제가 그렇게 보고할 수 있던 것도 참모 한명 한명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관심 가졌던 정책 의제는.

"핵심은 '청년'과 '공정'이었다. 앞서 언급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20대 대학생, 30대 신혼, 40대 이혼 남녀도 모두 청년이지만 그들의 니즈는 다르다고 강조했었다. 특히 MZ세대는 조국 사태 등에 실망한 만큼 '과정의 공정'을 원한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들은 '공정한 사회'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괴리된 지점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또 공정의 사다리를 바로잡는 교육·노동·연금 '3대개혁'도 관심을 가졌다."

청년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태도도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청년의 능력을 믿는다. 대통령의 말씀 중 기억에 남는 게 '청년들은 절대 기득권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공감하고 분노할 수 있다. 그래서 청년들이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확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은 청년들이 단계를 차근차근 밟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낙하산 청년 인사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선 어땠나. 당시 우리 당에서 이준석 당 대표 돌풍이 불면서, '야당에 질 수 없다'는 이유로 잘 알려지지 않은 청년을 뜬금없이 1급 고위직(청와대 청년비서관)에 앉혔던 사례가 있다. 청년을 보는 시선이 유치했던 셈이다. 그런다고 청년들이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다."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11월13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여명 전 행정관 제공

대통령실을 나와 '총선 도전'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지.

"도전이라고 하면 뭔가 갑자기 작정한 느낌이 있지만 시민사회운동과 정치를 10년 동안 꾸준히 해왔기에 '드디어 내가 나가는 구나'하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 32살이라는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왜 지금 나가느냐고 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이끌어 갈 정부가 성공하는 정부가 돼야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성공하면 '새로운 보수'의 미래가 열리겠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보탬이 되고자 출마를 결심했다."

왜 동대문갑은 '여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수 험지로 평가되는 곳이기도 한데.

"이곳에선 여야 모두 OB(올드보이) 정치인들이 다시 나오거나 젊은 세대에게 비켜주지 않으려 한다. 저는 청년 정치인의 입장에서 386세대 혹은 올드 진보의 용퇴를 이끌기 위해 이곳으로 결정했다. 특히 여기엔 대학가도 몰려 있어 청년층이 많은데 대통령실에서 청년 업무를 해온 사람으로서 그들의 필요를 더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제 정치적 아버지인 홍준표 대구시장님이 국회의원을 오래 하시면서 발전에 힘쓰신 곳이라 정치적 연고도 있다."

홍 시장과도 출마에 대해 얘길 나눴나.

"홍 시장도 동대문갑에 나간다고 말씀드리니 험지라 걱정하시면서 만류하시더라. 근데 어쩌겠나. 조언이 있었다고 해서 지역을 바꿀 수는 없지 않겠나. 나름 꽤 오래 전부터 이 지역에 대해 고민했고 소위 말해 이 지역에 꽂혔다."

'대통령실 출신'이란 타이틀이 장점인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대통령실 행정관 경력은 '서울시의원', '홍준표 대선캠프 대변인', '시민사회운동가' 등 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국가 최고 권력기관에서 국정실무를 겪어본 것인 만큼, 단순히 언론에서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꼬리표보단 능력을 입증해주는 하나의 대표 이력이자 '실증 지표'라 말하고 싶다."

총선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공천'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일단 윤심이 누구에게 있다는 '주체'가 없다. 다만 윤심을 가장해서 '이게 윤심'이라며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겠다. 저는 이제 대통령실에서 나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국회의원들의 카르텔이 무섭다. 의정활동을 같이 했던 동료 정치인을 지켜줘야 한다는 단합력이 두렵지, 윤심 논란은 사실 실체가 없다."

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인근에서 만난 여명 전 대통령실 비서관이 동대문구갑 지역구에 출마하게 된 배경과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험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혁신위원을 지낸 사람으로서 이번 인요한 혁신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처음엔 '보여주기 혁신위'로 그치진 않을까 걱정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민주당에서도 감히 못한 혁신안을 내면서 '국민의힘이 변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를 국민에게 심어준 것 같다. 다만 속도감이나 지도부와의 갈등, 중진들을 향한 수위 높은 표현들로 불필요한 잡음을 낸 부분도 있었다. 인 위원장도 정치적 감이 좋은데 첫 정치 데뷔 무대라 그런 실책이 있던 것 같다. 어쨌든 파격적 혁신안들을 통해 당이 좋은 의미로 시끄러웠던 만큼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민주당은 절대 못한 혁신 이슈도 끌어왔지 않나."

혁신위 조기해체와 관련해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의 카리스마는 죽을길이 보임에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희생으로 확보된다. 김기현 대표님이 불출마선언, 비례 후순위, 수도권 출마 등 용단을 해서 혼란한 당을 수습하고 리더쉽을 보여주기 고대한다. 다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당대표 사퇴요구는 선거직전 당을 아비규환으로 만들것이고 보수 유권자들의 짜증을 유발할 것이다.

최근 홍 시장도 김기현 지도부와 대립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제가 홍 시장에 대해 평론가처럼 평하긴 그렇지만, 당의 어른으로서 쓴소리도 할 수 있고 대통령을 향해서 고언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선 취할 것을 취하고 무시할 것은 무시하면서 걸러들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남은 3년 임기동안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역시 총선 승리가 가장 필요하다. 저도 대통령실에 있었지만,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야권에서 '시행령 정치'라고 비꼬는데, 시행령이나마 하지 않으면 저희를 지지해준 유권자들의 요구사항을 정치로 실현할 수단이 없다. 또 시행령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다. 결국 지금의 반쪽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고 성공하려면, 총선에서 승리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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