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한파' 몰아친 동박업계, 혹독한 겨울나기 언제까지?
전기료 저렴한 말레이 공장 통해 제조원가↓
내년부터 회복세…2025년 공급 초과 전망
최근 동박 업체들이 쌓여가는 재고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방 수요 둔화로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량 조절에 나서며 동박 수요가 예전만 못해졌기 때문이다. 동박 업체들은 국내 공장가동률을 낮추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전기료가 저렴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는 말레이시아 공장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는 모습이다.
동박업계 골칫덩이 '재고'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C는 올해 3분기 매출 5506억원, 영업손실 447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이 기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수익성도 급감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3분기 매출 2177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28.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6.7% 급감했다.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불과한 두께 10㎛(마이크로미터) 내외의 얇은 구리막으로, 2차전지 소재인 음극재를 감싸 전류의 흐름을 돕는 역할을 한다.
최근 동박업체들의 수익성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전방시장 둔화로 창고에 쌓인 재고가 매출로 연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올해 3분기 SKC의 재고자산은 50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지만 재고자산 회전율은 4.7회에서 4.3회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자산회전율이란 기업의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횟수를 말한다. 즉 기업이 재고자산을 얼마나 빨리 판매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원가를 1년 평균재고자산으로 나눠 산출하며, 값이 클수록 매출 전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고민은 더 크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3분기 기준 3801억원의 재고자산이 쌓여 있다. 지난해 3분기 대비 43.4% 급증했다. 이 기간 재고자산회전율 역시 3.06회에서 2.05회로 1회 가량 감소했다.
재고자산회전율 증가는 올해 들어 중국 동박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올해 동박 시장의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된 탓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으로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량 조절에 나서면서 소재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동박 업계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국내 전기료까지 오르면서 국내 생산 공장의 고정비가 증가했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다 보니 동박 생산량이 감소했고, 전력 단가 등 원가는 높아진 상태"라며 "이런 흐름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연말에 일부 재고 영향도 있을 수 있어 (SK넥실리스에) 안 좋은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가동률 낮추고 '숨 고르기' 돌입
동박업체들은 실적 개선을 위해 재고 소진에 나섰다. 우선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구상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C의 동박 사업 자회사 SK넥실리스의 3분기 공장 가동률은 61.6%로 나타났다. 작년 3분기(98%) 대비 35.4%포인트(P)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공장 가동률도 92.9%에서 79.7%로 감소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조 원가도 줄이고 있다.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제조 원가를 줄이기 위해 전기료가 저렴한 말레이시아에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전기료는 동박 제조 원가의 15%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은데, 말레이시아 전기료는 국내보다 50%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SK넥실리스는 4분기부터 말레이시아 1공장에서 동박을 출하하기 시작했다. 2공장은 내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1·2 공장의 생산량은 연간 5만7000톤(t) 규모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4분기부터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의 2만t 규모 증설을 마치고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증설을 마치면 말레이시아 공장의 연간 동박 생산량은 6만톤 수준까지 증가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량 조절에 돌입하면서 동박 수요가 감소했고, 동박 업체들도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재고부터 줄이고 있다"며 "재고 조절과 동시에 말레이시아의 저렴한 전기료와 법인세 혜택을 통해 고정비 지출을 줄이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내년부터 동박 수요가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대규모 증설을 통해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됐지만 하반기 들어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성장세를 비관하는 분위기가 짙어졌다"며 "내년부턴 전방 수요 개선과 생산량 증가를 통해 과거 수준의 수익성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인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경영기획본부장도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배터리 제조사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고, 중국 업체들의 동박 생산이 증가해 수급 상황이 깨진 것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내년부터 점차 동박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해 2025년부터는 공급을 초과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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