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쏜 ‘악마의 무기’...백린탄 잔해서 美 제공 흔적 나왔다

김자아 기자 2023. 12. 1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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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5일(현지시각) 백린탄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군 포탄이 레바논 남부 국경 마을에 투하돼 폭발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와의 전쟁 초기인 지난 10월 레바논에 백린탄을 사용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해당 백린탄이 미국이 공급한 무기의 일부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각) 현지 취재진이 두하이라에서 155㎜ 백린탄 3발의 잔해를 발견했으며, 해당 잔해의 표면에 적힌 일련번호 등이 1989년과 1992년 루이지애나와 아칸소의 포탄 저장고에서 생산된 것임을 파악했다며 이처럼 보도했다.

하나의 탄약에 표시된 ‘WP’는 ‘백린(white phosphorus)’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은 10월 중순 자국 국경과 가까운 레바논 남부 두하이라 공습 때 백린탄을 투하했다. 당시 주택, 자동차가 불에 타고 민간인 9명이 호흡곤란 때문에 급히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가 밝힌 바 있다.

백린탄은 백린을 활용한 무기다. 발화점이 낮은 백린은 발화하면 대량의 연기와 화염을 뿜어낸다. 백린탄의 불꽃이 몸에 닿으면 뼈가 타들어 가고, 생존하더라도 치명적 화상이나 호흡기 손상을 겪을 수 있어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투하 지점 근처에 광범위하게 피해를 줘 전쟁범죄 우려가 뒤따른다. 이에 국제법에 따라 민간인 거주지역에서의 사용이 금지된다.

이스라엘군(IDF)은 백린탄 사용이 연막을 피우기 위함이었을 뿐이며, 화재를 일으키거나 특정 공격 목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오로지 합법적인 무기만 사용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주장에 대해 매체는 연막을 위함이라면 백린탄을 사용하지 않고 ‘M150 포탄’과 같은 보다 안전한 대안을 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보도를 봤고, 확실히 우려하고 있다”며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이스라엘 쪽에) 질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백린탄도 조명과 연기를 만들어 움직임을 감출 때 사용되는 등 “합법적인 용도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다른 나라 군에게 백린탄 같은 품목을 제공할 때는 이런 합법적인 용도로만 사용하고 전쟁법을 준수할 것이라는 완전한 기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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