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한전, 자회사에 4조 달라…자회사 '내 코가 석자인데…'

윤진섭 기자 2023. 12. 1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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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재무 위기 악화로 내년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지 못할 지경이 되자 발전 자회사 쥐어짜기에 나섰습니다. 이달 말까지 한수원 2조 원, 5개 발전 자회사에 4,000억 원씩 총 4조 원의 중간배당을 요구한 겁니다. 모기업의 재무 부담을 자회사들에 넘기는 것이라는 점에서 '아랫돌 빼 윗돌 괴기'식 조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욱이 한수원 등 일부 발전 자회사도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모회사를 위한 대규모 중간배당이 훗날 배임 행위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각 사 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한수원,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에 연말까지 중간 배당을 결의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한전은 정부 관계 부처와 협의해 발전 자회사들로부터 최대 4조 원의 중간 배당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전은 매년 각 발전 자회사로부터 연간 단위로 경영 실적에 따른 배당금을 받고 있지만,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전이 자회사들에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지금 같은 재무 흐름이 이어질 경우 내년 한전채 한도가 대폭 줄어 한전채 신규 발행이 아예 불가능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의 기준이 되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는 지난해 21조 원에서 올해 말이 되면 적자가 6조 원 더해지며 15조 원으로 줄어듭니다.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내년이 되면 한도가 75조 원으로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이미 발행한 회사채 80조 원을 초과하게 됩니다. 

현재 한전채 발행 잔액은 79조 6천억 원. 현 전망대로라면 내년 3월 결산 후 한전채 발행 한도가 초과해 한전은 한전채를 새로 찍어내지 못하는 것을 물론, 초과한 5조 원가량의 한전채도 즉각 상환해야 합니다.

총부채가 200조 원이 넘는 한전이 한전채를 발행해 만기가 도래한 빚을 갚고, 전기 구매와 송·변전 시설 유지 보수 등에 쓰일 운영 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전의 계획대로 자회사로부터 4조 원을 중간배당으로 받으면 적립금이 그만큼 늘어나 회사채 발행 한도는 95조 원이 돼 한전 입장에선 당장 숨통이 트이게 되는 겁니다.

한전의 요구에 각 발전 자회사는 중간배당 근거를 갖출 정관 변경을 위한 이사회를 속속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한전이 최대 4조 원대의 중간배당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연간 영업이익을 넘는 수준의 중간배당은 배임 소지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일부 사외이사들이 반발하면서 관련 논의에 진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대 2조 원대 중간배당을 요구받는 한수원은 올해 1∼3분기 1천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습니다.

한수원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 개정 논의를 했지만,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에 표결을 보류했다가 이날 오전 이사회를 다시 열고서야 중간배당을 위한 정관 개정 안건을 가까스로 통과시켰습니다.

한국동서발전이 이날 이사회를 여는 등 나머지 발전자회사들도 14일까지 잇따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정관 개정 안건을 논의해 표결에 부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중 중간배당 근거를 만들기 위한 정관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각 사가 구체적인 중간배당 액수를 정하는 단계에서 다시 한번 이사회에서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모회사인 한전처럼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발전사들도 한전의 대규모 중간배당 요구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11일 이사회에서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꾼 한수원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이 4,500억 원을 웃돌고, 다른 발전 자회사들도 3분기까지 누적 이익은 2,000억 원 안팎에 그칩니다. 중간배당을 하려면 작년까지 쌓아놨던 이익잉여금을 헐어야 합니다. 발전 6사의 배당이 가장 많았던 2016년 배당액이 9,259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조 원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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