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GOAT 등극' 277억 사나이, 이승엽의 간절함을 증명했다... 양의지 '9번째 GG' 포수 부문 최다 수상
지난 시즌을 마친 두산 베어스는 파격 인사로 감독 경험이 전무한 이승엽을 사령탑에 앉혔다. 팀엔 박세혁(NC 다이노스)라는 포수가 있었지만 이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포수 보강을 강조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시장에 나온 양의지(36)를 붙잡아달라는 뜻이었다.
4년 간 NC에서 맹활약한 양의지는 6년 최대 152억 원에 친정팀에 재합류했고 한 시즌 동안 팀을 이끌며 이승엽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이미 큰 만족감을 안겼다.
올 시즌 129경기에서 타율 0.305(439타수 134안타) 17홈런 68타점 56득점 8도루 57볼넷, 출루율 0.396, 장타율 0.475, OPS(출루율+장타율) 0.870의 성적을 거둔 그는 다시 한 번 최고 포수로 공인을 받았다.
양의지는 11일 열린 양의지는 9일 서울특별시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투표인단 350명 중 214명의 표를 받아 득표율 73.5%로 포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송정동초-무등중-진흥고를 졸업한 양의지는 2006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 전체 5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데뷔 후 곧바로 경찰야구단(상무)에 입단해 병역 의무를 마쳤고 2010년 팀에 복귀해 주전자리를 꿰차며 늦깎이 신인상까지 차지했다.
이후 크게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적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맹활약했다. 특히 2014년 이후로는 공식적으로 KBO 최강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체력적 부담이 큰 포수지만 부드러운 스윙폼에서 나오는 타격은 어떤 야수들에도 밀리지 않았다. 20홈런이 보장되는 타자가 됐고 줄곧 중심 타선에 배치돼 활약했다.
2014년 97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타율 0.294 10홈런 46타점이라는 기록으로도 생애 첫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엔 9시즌 동안 3할 타율을 놓친 적이 단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포지션을 떠나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거듭났다.
타격 능력이 많이 강조되는 골든글러브에서 양의지를 앞설 포수를 찾기 힘들었다. 2017년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에게 골든글러브를 양보했지만 그해가 최근 10년 동안 양의지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한 유일한 해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에 합류한 양의지는 두 차례 FA로만 총 277억 원을 챙기며 KBO에서 가장 비싼 남자가 됐다.
올 시즌에도 그 이유를 증명했다. 라인업을 짤 때 양의지는 상수였다. 이승엽 감독은 혹시나 양의지가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했고 양의지가 쉬어갈 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만큼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영리한 투수 리드 또한 발군이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듬직한 체구와 선한 인상과는 달리 누구보다 수싸움에 능하고 상대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을 요구하며 투수들의 극찬을 받는 그다.
투자에 인색하기로 잘 알려진 두산이 양의지에 152억 원이나 투자한 이유가 분명히 나타난 한 해였다.
양의지는 수상 후 "골든글러브라는 큰 상을 9번이나 주신 관계자분과 취재진에 감사하다. 올해 팀을 옮기면서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 했고, 적응에 시간이 걸렸다. 잘 따라와줘서 감사하다"며 "다시 돌아와서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두산 팬 분들께 감사하다. 이 상을 받을 때마다 기분 좋다. 앞으로 남은 야구 인생에서 모범이 되는 선배가 되겠다. 후배들한테 좋은 모습 보이면서 마무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보다 뛰어날 수 없는 활약을 펼쳤지만 내년 시즌 선전도 다짐했다. 그는 "내년 시즌, 이승엽 감독님이 환호성 지를 수 있게 선수들이 열심히 하겠다"며 "LG 트윈스가 우승했지만, (내년엔) 두산이 우승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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