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4연임 '적신호'?…이사회 규정 개정이 낳은 파장
고심 깊어진 '최장수 CEO' 백복인…경영 성과마저 '흔들'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KT&G '최장수 CEO' 백복인 사장의 거취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 사장이 아직까지 4연임 도전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대내외 분위기가 그의 추가 집권에 제동을 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 이사회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어 이사회 규정의 '연임 우선심사' 조항을 삭제했다. KT&G는 이전까지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다른 후보자보다 우선해 자격심사를 받았다. 자격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으면 단독 후보로 주총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직 CEO가 경쟁자 없이 사실상 '셀프 연임'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백복인 사장의 4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규정 개선이 소유분산 기업(지분이 분산돼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의 셀프 연임 관행에 비판적인 현 정부 기조에 발맞춘 것으로 해석되는 까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해야 한다"며 소유분산 기업들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KT&G처럼 민영화된 소유분산 기업인 KT, 포스코 등도 연임 우선심사 조항을 삭제한 상태다. 구현모 전 KT 대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 소유분산기업 CEO의 잇따른 연임 포기도 이러한 기조에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올해 흔들리는 KT&G의 경영 성과도 백 사장에겐 치명적이다. 지난 2015년 백 사장이 부임한 이래 KT&G는 눈에 띄는 외형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16년 4조503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5조8565억원으로 훌쩍 뛰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조4701억원에서 1조2678억원으로 감소하며 '실속이 없다'는 비판 역시 따라왔지만, 이러한 매출 성장은 백 사장이 KT&G 역사상 최장수 CEO로 장기집권하게 된 가장 큰 명분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
반면 올해는 다르다. 여전히 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지만, 연간 매출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G의 올해 연간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매출은 5조8644억원, 영업이익은 1조1692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0.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77% 줄었다. 일부 증권사는 올해 KT&G 매출이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주가 또한 백 사장의 아픈손가락이다. 백 사장이 처음 대표로 취임한 지난 2015년 10월 7일 KT&G 종가는 10만9000원이었다. 이후 2016년 7월 1일 최고가 13만7000원을 찍고 10만원대를 유지하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 3월 27일 6만3000원으로 최근 10년간 최저점을 찍은 이후 최근 3개월간은 8만원에서 9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백 사장 연임에 반대하는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유선규 상무는 "2015년 취임 이후 코스피가 26% 오르는 동안 KT&G 주가는 19%가량 하락했다. 어떻게 보아도 낙제를 면할 수 없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백 사장은 아직까지 연임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호적이지 않은 대내외 환경에 막판까지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정부 압박에 못 이겨 연임 도전을 포기할 것이란 관측과, 공채 출신 'KT&G 맨' 백 사장이 쉽사리 자리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KT&G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지배구조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향후 사장 선임 과정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백 사장은) 공식적으로 연임 도전 여부에 대해 밝힌 바 없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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