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이제 함께 잘살아 보자
하나의 화살은 쉽게 부러져도 여러 개의 화살은 부러뜨리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랜 투병 끝에 죽음을 앞두고 있던 한 아버지가 평소 사이가 나빴던 세 아들에게 서로 뭉쳐야 가족을 지킬 수 있음을 가르치기 위해 화살을 직접 부러뜨리며 훈계했다고 한다.
옛이야기이지만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사이 나쁜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갈등은 서로를 멀게 만들고 갈라놓는다. 과거에는 지역 간 이념과 갈등이 나라를 분열시켰고, 요즘은 남녀갈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같은 지역 사람들끼리 뭉치고 다른 지역 사람은 배척해야 산다는 영호남 지역 갈등은 결국 둘 다 성장하지 못하고 수도권 과밀화 현상만 불러일으켰다. 표면적으로는 남녀평등을 말하지만, 평등을 저해하는 건 서로라며 남녀갈등을 조장한다. 남녀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들에게 미칠 것이 뻔한데도 해결책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례를 보자. 러시아 침공 전에 우크라이나는 둘로 나뉘어 있었다. EU를 지지하는 세력과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려는 세력이 거의 반반으로 나뉘어 번갈아 가며 정권을 잡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대는 틀리고 자신은 옳다며 갈등을 조장했다. 이전 정권이 했던 일들은 깡그리 무시되기 일쑤였고, 일관되지 못한 정책은 경제 실패와 사회 혼란만 키웠다. 갈라진 틈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고 결국 전 국토가 전쟁터가 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
불행하게도 갈등의 그림자는 에너지에도 드리우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집중했다. 원자력을 비롯한 가스, 석탄, 수력 그리고 재생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들은 최적의 조합을 찾아 제시했고, 정부는 이것을 반영해 일관되게 추진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값싼 전기를 이용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궜고,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얻게 됐다. 에너지원 간에 단합을 이뤘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언제부터 에너지원 간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공격을 받은 것은 원자력이다.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원자력에너지는 방사성폐기물로 인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원전 사고로 인해 국민을 위험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원전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원전을 닫았을 때 전기 가격이 많이 오른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은 환경보호에 있어서 원자력이 온실가스 저감에 이바지하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엔 눈을 감아버린다. 그들은 재생에너지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다른 에너지원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작 당사자들은 어리둥절하다. 원자력 전문가들이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지 말자고 한 적 없고, 재생에너지 전문가들도 원자력이 위험하고 더럽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늘 그랬듯 갈등을 틈타 이익을 보려는 세력들이 서로가 나쁘다고 싸움을 부추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에너지 업계 종사자들이 받게 만든다. 그들의 요구대로 에너지정책을 급하게 변경한 결과 전기료는 비싸졌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났다. 송전망이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사업자를 늘리다 보니 대정전의 확률은 커졌다. 분명 환경을 보호하고 국민 안전을 위한 일이라고 시작한 일인데 말이다.
다행히 아직 최악의 상태는 아니다. 여전히 에너지전문가들은 원자력도 재생에너지도 모두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치의 논리가 아닌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조화로운 에너지믹스를 이끌어낸다면 우리는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다행히도 이번엔 정치적인 주장은 크게 들리지 않는다. 대신 전력망 안정성과 경제성, 그리고 미래 에너지기술이라는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제11차 계획을 통해 그동안의 갈등은 지우고, 기후변화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경제적 풍요로움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이 제시될 것이라 기대한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만이 모두가 함께 잘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영준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책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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