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내 음악? 불면증 있어도 10분 안에 잠들 수 있어"[인터뷰①]
루시드폴은 최근 서울시 중구 정동 갤러리 스페이스 소포라에서 두 번째 앰비언트 앨범 'Being-with'(빙 위드) 발매를 기념해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앨범 'Being-with'는 현존하는 다양한 소리들을 재료 삼아 만든 다섯 편의 음악 모음집이다. 사람의 소리는 물론, 바다 속 생물과 풀벌레, 미생물 소리, 공사장의 굉음 등 주변의 갖가지 소리들로 만든 곡들이 수록돼 있다. 각 곡들은 모티프의 '반복 없는 반복'을 통해 새롭게 조형되고 서사가 부여되며 생명력을 갖춘다. 소리가 음악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그 자체의 의미대로 우리 주변을 은은하게 둘러싼 소리들과의 '공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는 타이틀곡 'Mater Dolorosa'을 통해 포클레인 소리, 그라인더 소리, 철근 떨어지는 소리, 육중한 중장비 소리 등 공사장에서 채집한 굉음을 담아냈다. 루시드폴은 타이틀곡을 통해 "소리는 사실 아무 죄가 없다. 그러니 이 곡은 거친 소리를 강요하는 세상에 대한 음악적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심스럽지만 원래 내가 살던 동네가 사람이 안 사는 동네였다. 과수원에서 일할 때 노래를 크게 틀고 했었는데 밭 주변으로 타운 하우스가 생기기 시작했고 1년 365일 내내 땅 파는 소리, 쇠 자르는 소리가 났다. 그게 너무 힘들어서 일을 할 수가 없겠더라"며 "작업도 해야 하는데 1년 내내 그러니 좀 괴로웠다. 그래서 유일하게 내가 들은 공사장 소음을 사용했다. 이걸 테이프에 녹음했고, 그 테이프를 잘라서 테이프를 붙이고 쪼개면 소리의 형태가 사라지고 원형을 알 수가 없다. 그런 행위를 계속해왔다"라고 작업기를 떠올렸다.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마스터링도 4번이나 했다. LP도 만들고 싶은데 지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여러 번 다시 제작하기도 했다"라며 "음악이 어렵거나 내가 마가 쓰인 거 같다. 디지털 음원은 100% 만족하고 후회는 없다. 수록된 곡이 너무 다르기도 하고 욕심도 있는 거 같다. 공사장 소리가 아무래도 퀄리티가 좋지 않으니 이걸 듣기 좋게 만드는 일이 어려운 거 같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미생물이 없으면 균사류라고 하는 곰팡이들이 나무뿌리에서 흙으로 촘촘한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양분도 주고받고 그 우수가 정말 어마어마하다"라며 "우주, 자연이 그게 아니라 우주구나 싶었다"라고 감탄했다.
큰 노력을 들인 앨범이니 특별히 전하고 싶은 음악적 메시지도 있었을까. 이에 루시드폴은 "담는 건 어렵고 음악적이진 않다고 본다. 음악을 만든 사람은 어떻게 이용하게 밝힐 의무는 있다. 다만 음악의 아빠의 의무는 있다. 음악의 맥락이 있는 분들은 한번 보시고 음악을 들었으면 한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음악적으로면 내 바람을 말하면 의미 있는 음악적 경험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소리를 이렇게 저렇게 하나의 그림을 그렸을 거다. 요즘은 시각적 자극이 강한 세상이지만 청각적 자극에 집중해서 이런저런 소리를 경험하면 재밌을 거 같다. 그렇게 소리를 만들었다. 자신 있게 말한다"라면서도 "잠 안 오는 분들에겐 장담하지만, 마지막 곡으로 10분 안에 재울 수 있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한편 루시드폴의 신보 'Being-with'는 이날 정오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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