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술 장착' 바이오텍 1세대는 '내가 제일 잘 나가'

지용준 기자 2023. 12. 1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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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1세대 바이오텍의 명암①] 기술수출로 매년 100억원 받는 바이오텍

[편집자주]'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창출' '글로벌 50대 제약사 3개 육성'.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해 향후 5년 내 달성을 다짐한 목표다. 전통 제약사들이 주름잡던 제약업계에 2000년대부터 1세대 바이오텍이 등장하면서 바이오산업 씨앗을 뿌린 지 20여년 만에 한국은 글로벌 6대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노리고 있다. 바이오산업 불모지나 다름없던 토양에서 고군분투하며 부침을 겪으면서도 성과를 낸 1세대 바이오텍을 들여다봤다.

살아남은 1세대 바이오텍들이 연구개발 노력을 이거가고 있는 가운데 기술수출을 통해 성과를 달성하고 있어 주목된다. /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플랫폼 기술 장착' 바이오텍 1세대는 '내가 제일 잘 나가'
②25년 만에 첫 의약품, '중꺾마'로 재기 노리는 바이오텍
③언 발에 오줌이라도… 여전한 바이오 투자 한파

1세대 바이오텍들이 전환점에 섰다. 2000년대 들어 벤처 창업 붐과 함께 이뤄진 1세대 바이오텍이 20년차를 넘어섰다. 기술수출 위주로 명맥을 유지하는 등 그동안 살아남은 1세대 바이오텍은 많지 않다. 열악한 토양에서 연구개발 노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플랫폼 기술로 성과를 내고 있는 1세대 바이오텍에 이목이 쏠린다.

2008년 설립된 알테오젠은 약 7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달성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알테오젠이 기술수출을 통해 거둬드린 기술 용역 매출액은 646억원으로 2022년 대비 642.5% 증가했다. /사진=알테오젠


기술료만 수백억원… 알테오젠의 성공기


플랫폼 기술로 존재감을 보이는 1세대 바이오텍 대표주자는 알테오젠이다. 2008년 설립된 알테오젠은 약 7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달성했다. 독자 플랫폼 기술인 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ALT-B4) 덕분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알테오젠이 기술수출을 통해 거둬드린 기술 용역 매출액은 646억원이다. 2022년 87억원과 비교하면 642.5% 증가했다. 2019년 기술용역으로 133억원을 받았던 알테오젠은 2020년 257억원, 2021년 138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알테오젠의 기술용역 매출액은 90% 가까이 ALT-B4에서 나왔다. 2019년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한곳에 13억7300만달러 규모로 ALT-B4를 기술수출하면서 본격적인 기술용역 매출액이 발생했다. 이후 ▲2020년 6월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한곳에 38억6500만달러 ▲2021년 인타스파마에 1억1500만달러 ▲2022년 산도즈에 1억4500만달러 등 각각 비독점적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 한곳과 ALT-B4 원천 기술의 독점 계약 전환을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LT-B4는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단백질을 기반으로 개발되는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케미컬(합성)의약품과 달리 경구(먹는) 제형으로 개발이 쉽지 않다. 바이오 의약품이 주사 제형으로 개발 되는 이유다. 특히 ALT-B4를 전 세계 제약기업들이 도입하는 배경에는 투약 편의성에 있다. 정맥주사의 경우 환자가 병원에 방문해 1~2시간 동안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반면 피하주사는 병원에 가지 않고 환자 스스로 투여가 가능하고 투약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출시한 의약품의 특허 연장 전략에도 피하주사 제형이 결정적 역할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이유다. 로슈는 최초의 피하주사 제형 항체의약품으로 출시한 리툭산SC로 특허와 시장 방어에 성공했다. 당시 로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리툭산의 특허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정맥주사 중심의 바이오시밀러 공세를 피하주사 제형 개발로 대응했다. 그 결과 시장 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었다.

항체 약물 접합체(ADC) 전문 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06년 설립 이래 12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따냈다. /사진=레고켐바이오


ADC 선두주자 레고켐바이오


항체 약물 접합체(ADC) 전문 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도 꾸준한 기술수출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레고켐바이오는 ADC 개발 전문 1세대 바이오텍이다. 현재까지 레고켐바이오의 기술수출 계약 건수는 12건에 이르며 계약 총액 규모는 54억달러다. 2021년 11월 소티오바이오텍(1조2127억원), 같은해 12월 유럽 바이오텍 익수다(1조1864억원), 2022년 12월 미국 제약사 암젠(1조6050억원) 등에 기술을 수출했다.

이에 따른 기술료 수익은 꾸준했다. 레고켐바이오는 2019년 314억원 규모 기술용역 수익을 올린 뒤 ▲2020년 300억원 ▲2021년 126억원 ▲2022년 129억원 ▲2023년 3분기 91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기록했다.

레고켐바이오가 4년 동안 1000억원에 가까운 기술료 수익을 챙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콘쥬올(ConjuALL) 플랫폼에 있다. ADC는 치료 효과를 보유한 약물을 항체에 부착한 형태를 보인다. 정상세포에도 손상을 줄 수 있는 합성의약품과 달리 종양세포만을 표적하고 사멸한다. ADC가 항암 유도탄으로 불리는 이유다. 콘쥬올은 기존 ADC 기술의 한계였던 안정성을 높인 기술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의 ADC 파이프라인과 비교해 혈중안정성이 뛰어나고 특정 부위에 원하는 수량의 페이로드를 부착할 수 있어 다양한 암종에서 활성화를 띈다. 쉽게 말해 암세포를 향한 추적 기능이 향상됐다는 의미다.

올해 ADC 분야를 향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레고켐바이오의 기술력은 더 조명되고 있다. 전 세계 매출 1위 제약사인 미국 화이자는 지난 3월 ADC 분야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시젠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규모는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이른다. 올해 이뤄진 글로벌 제약사의 딜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며 바이오 인수합병(M&A) 역사상 역대 세 번째다. 국내 대기업들의 구애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과 롯데 등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들도 잇따라 ADC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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