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오더' 등 푸드테크 적자 늪…"버텨야 산다"
매출은 늘지만 적자는 커져…투자 지속 필요
배달앱 모델 따를 가능성…이용자 부담 우려도
최근 외식업계에서 '원격 웨이팅'과 '테이블 오더'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관련 푸드테크 기업들의 매출도 성장세다. 하지만 늘어나는 매출액에 비해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숙제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서비스 확장, 고객 유치 등 프로모션 진행 등에 따른 결과다.
매출 성장했지만 적자폭 커져
외식업계에 원격 줄서기와 테이블오더 등의 플랫폼 도입이 늘고 있다. 직원 대신 주문을 받는 태블릿 주문 솔루션은 외식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테이블오더는 올해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에 힘입어 설치 수요가 늘었다. 업주의 인건비 절감, 직원들의 노동강도 감소, 고객 서비스 개선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온라인 웨이팅 앱도 인기다. 음식점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알림을 받으면 음식점에 방문할 수 있다. 편의성을 앞세운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테이블 오더나 온라인 웨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푸드테크 업체들은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온라인 웨이팅 서비스 '캐치테이블'을 운영하는 와드의 작년 매출은 2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115%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1억원에서 97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다른 온라인 웨이팅 서비스를 운영 업체인 테이블링도 작년 매출이 9억원으로 전년보다 271% 급증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26억원에서 35억원으로 늘며 적자 폭이 커졌다.
야놀자가 포인트적립서비스 '도도포인트', 웨이팅 고객 관리 '나우버스킹'을 인수해 지난해 6월 설립한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4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5억원이었다.
"적자나더라도 입지 확보에 집중"
푸드테크 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다. 고객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수익성을 가늠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즉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누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실제로 국내 테이블 오더 시장에서 점유율 65%인 '티오더'는 지난 2021년 651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투자 덕에 작년 3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 2019년 설립 첫 해 약 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티오더는 지난해 22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푸드테크 시장은 2010년대 후반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성장단계다. 시장 형성 초기에는 각 플랫폼들이 고객 주문 및 이용 창구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제는 입점업체들이 해당 솔루션에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이에 따라 각종 서비스를 확장해 활용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본격화하고 있다.
캐치테이블은 올해부터 예약뿐만 아니라 웨이팅, 픽업, 포스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다. 캐치테이블은 지난 2018년 캐치테이블 B2B(기업 간 거래) 솔루션을 론칭한 후 2020년에는 캐치테이블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앱을 내놨다. 올해 3월엔 캐치테이블 통합 플랫폼을 론칭한데 이어 지난 6월 캐치테이블 웨이팅도 선보였다.
지난 9월 기준 캐치테이블 온라인 웨이팅 서비스를 도입한 매장 수는 누적 2000개를 돌파했다. 예약 및 온라인 웨이팅 서비스를 모두 도입한 매장은 8000여 개에 달한다. 캐치테이블은 외식업 전문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이다.
와드 관계자는 "올해 론칭한 웨이팅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현재 키오스크, 테이블오더 등 외식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신규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은 자체 솔루션을 통해 식음사업장의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다. 도도포인트는 국내 누적 사용자 3000만명, 전국 제휴 매장 3만여 개를 돌파했다. 나우웨이팅은 전국 9000여 곳의 가맹에서 5500만건의 누적 줄서기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9월에는 도도포인트 배달QR 적립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 고객에게만 제공해 온 리워드 범위를 온라인·전화 주문 고객에게도 확대 적용했다. 지난달엔 키오스크, 태블릿 등의 별도 하드웨어 없이 주문 가능한 모바일 솔루션 '야오더'도 선보였다.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 관계자는 "단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보다는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고객이 식음사업장을 이용하는 예약, 주문, 재방문 등의 각 단계에 최적화해 트렌드 데이터를 확보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앱처럼 되진 않을까
하지만 업계에서는 푸드테크 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한 채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향후에는 이런 적자 부담이 고스란히 이용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이는 배달앱들의 사례와 유사하다. 배달앱들은 초기에 무료 이용 이벤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입시켰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편리함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스며든 뒤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배달 수수료 논란이 대표적이다.
푸드테크 기업들도 이런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적자를 감내하고 있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 이용객들을 확보하면 배달앱처럼 이용 수수료 등을 통해 그동안 확보하지 못했던 수익성을 메우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솔루션 사업 초기에는 시장 확대나 솔루션 R&D 투자 등 여러가지 이유로 손실을 감수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입점업체들이 프로모션만 이용하고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매출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증가하느냐가 점유율 싸움에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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