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고, 포지션 잃으면서 방망이 하나로 먹고 사는…” 2504안타 레전드 명언, ‘지명타자 전용석’이 뭐 어때서[MD삼성동]
[마이데일리 = 삼성동 김진성 기자] “나이를 먹고, 포지션을 잃으면서, 방망이 하나로 먹고 살아야 하는…”
현역시절 딱 자신의 얘기라서 더욱 공감이 됐다. 현대야구에서 지명타자는 수비를 하루 쉬는, 사실상 로테이션으로 운영하는 팀이 많다. 그러나 팀 사정상 혹은 개인사정상 수비 포지션이 여의치 않은데 여전히 타격이 쓸만한 베테랑 타자를 위한 ‘전용석’같은 포지션인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운영하는 팀도 있다.
올해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받은 손아섭(35)의 NC 다이노스도 그랬다. 강인권 감독은 제이슨 마틴과 박건우, 권희동을 거의 붙박이 주전으로 쓰면서, 손아섭을 거의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팀의 외야수비력과 손아섭의 능력치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물론 손아섭은 11일 시상식 직후 “아직 지명타자로 상을 받을 나이는 아닌 것 같다. 내년엔 수비를 더 많이 나가서 외야수 골든글러브에 도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단, 손아섭도 내년이면 36세이고, 방망이 실력을 볼 때 점점 지명타자 ‘전용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가장 최근 지명타자를 수년간 전용석으로 사용한 남자, KBS N 스포츠 박용택(44) 해설위원이다. 박용택 해설위원은 이대호(최강야구)와 함께 외야수, 지명타자 부문 시상자로 나왔다. 박용택 위원은 지명타자 후보 영상이 나간 뒤 이런 코멘트를 했다.
“자, 이제 후보자 만나 보셨는데 보셨으면 알겠지만, 지명타자는 나이를 먹고 포지션을 잃으면서 방망이 하나로 먹고 살아야 하는, 까딱 하면 유니폼을 벗을 수 있는 그런 선수들인데 정말 누구보다 치열한 걸 이대호 선수도 알고, 저도 알고, 네, 정말 모두 열심히 뛴 베테랑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날 시상식에선 김성한 광주방송 해설위원과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이 뛰어난 입담을 자랑했다. 롯데 자이언츠 고영민 작전·주루코치, KIA 타이거즈 이범호 타격코치로부터 “대본에 없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생방송을 쥐락펴락(?)했다. 물론 박용택 위원 역시 이대호에게 짓궂은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것도 좋았지만, 웃음과 위트 속에서 박용택 위원의 베테랑 지명타자들을 위한 절절한 코멘트가 더욱 감동적이었다. 너도 나도 육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베테랑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는 나이, 연차가 아닌 실력 순서로 돌아가야 하는데, 베테랑이 지명타자 전용석을 차지하면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라는 말을 또 다른 지명타자 출신 야구인에게 들은 적도 있었다.
2504안타 레전드의 한 마디가 10개 구단 베테랑 타자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을까. 지명타자의 마음은 역시 지명타자 출신 해설위원이 가장 잘 안다. 그렇게 올 겨울에도 누군가는 지명타자 전용석을 꿈꾸며 땀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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