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내일도착' 서비스 도입…본격 홀로서기 돌입
멤버십 가격도 대폭 할인…자사몰 강화 나서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쿠팡과 '납품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 CJ제일제당(097950)이 1년여 만에 자사몰 강화 방안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돌입했다.
CJ제일제당은 쿠팡과의 갈등이 계속되는 동안 신세계, 네이버, 컬리 등과 손을 잡으며 '탈 쿠팡연대' 보폭을 넓혀왔다. CJ제일제당이 제조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다음달까지 배송을 완료하는 서비스까지 도입하자 쿠팡과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공식몰인 CJ더마켓에 '내일 꼭!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한다.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제품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받아볼 수 있는 배송 서비스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연상케 한다.
CJ제일제당은 CJ더마켓에서 먼저 도입한 뒤 내년 1월말 CJ제일제당의 네이버 공식 브랜드스토어 등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제품도 기존에 햇반과 비비고 국물요리 등 일부 상온 제품에 한해서만 운영했지만, 이를 전 제품으로 확대했다. 동탄온라인센터와 실시간으로 재고상황을 연동해 소비가가 주문한 당일 출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업계에선 이번 내일도착 서비스 도입이 CJ제일제당과 쿠팡의 '완전한 이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양사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쿠팡이 CJ제일제당 상품 발주 중단을 통보하며 깊어졌다. 여전히 쿠팡에서 CJ제일제당의 '햇반'을 구매할 수는 있지만, 이는 개인 사업자들이 판매하는 상품이다. 소비자들은 쿠팡의 익일 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으로 햇반을 받아볼 수 없다.
당시 CJ제일제당 측은 "원하는 마진율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방적으로 발주를 중단하며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쿠팡 측은 발주 대비 공급량이 부족해 내린 결정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CJ제일제당 측은 쿠팡과의 갈등 봉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자세를 취했다. 유통가에서도 쿠팡이라는 플랫폼 없이 제조사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인 의견이 많이 나왔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자단과 만나 발주 중단 사태와 관련해 "마찰이라기보다는 상호 지속 가능한 '윈윈'(Win-Win)이 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가지고 가야 한다"며 "의견을 맞춰가는 과정으로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은 6월 신세계 유통 3사와 협업에 나서면서 '탈 쿠팡' 세력 키우기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신세계 유통 3사와 공동으로 상품 개발을 진행하고, 주요 신제품들을 신세계 플랫폼에 우선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와의 협업 전후로 네이버 '도착보장관' 입점, 11번가 '슈팅배송 연합 캠페인' 등도 진행하면서 '탈 쿠팡연대' 보폭을 넓혀왔다. 컬리와도 협업했다.
새로운 '유통 공룡'으로 떠오른 쿠팡 없이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CJ제일제당은 건재했다. CJ제일제당의 올해 3분기 식품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23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햇반과 비비고 등 핵심제품을 앞세워 외식 소비 둔화에 따라 늘어나는 내식 수요를 공략해 국내 가공식품 판매량이 늘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판매∙관리비를 효율화한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은 자사몰 멤버십 가격도 절반 이상 내리면서 회원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현재 350만명인 회원수를 늘려 자사몰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20일부터 CJ더마켓 유로 멤버십인 '더프라임'의 회원비를 월회원 990원, 연회원 9900원으로 절반 이상 낮춘다. 가입시 적립금 지급과 함께 10% 상시 적립 및 월 1회 무료배송 쿠폰 등 혜택은 그대로 유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익일 배송까지 나서는 건 흔치 않은 상황"이라며 "CJ제일제당 내부적으로 쿠팡 없이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hakiro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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