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딥 네일왈 폴리곤 창업자 “웹3.0, 중개인 없는 금융 미래 제시… 제도권과 공존 가능”
예치된 총자산 전 세계 블록체인 중 5위
국내선 SK텔레콤·넥슨 등 폴리곤과 손잡아
“웹3.0 대중화 위해선 친숙한 앱 출시돼야”
“블록체인과 웹3.0은 이미 수많은 비전을 제시했어요. 그중 하나가 금융 경제에서 중개인(Middleman)의 존재를 지운 것이죠. 중개인이 없는 것만으로도 금융 소비자에게 더 많은 효용이 돌아가고 글로벌 경제엔 더 많은 연료가 주입될 겁니다.”
산딥 네일왈(Sandeep Nailwal·36) 폴리곤 공동창업자는 “효율성이라는 본질을 지닌 블록체인이 금융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웹3.0가 기존 금융에 둘러진 장벽을 없앨 것이라고 보는 신념이 묻어나는 대답이다. 조선비즈는 지난 7일(현지시각) 인도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 메리어트 호텔에서 네일왈과 인터뷰를 가졌다.
네일왈은 블록체인 플랫폼 폴리곤을 만든 네 사람 중 한 명이다. 인도 출신 개발자인 그는 기존 이더리움 기반 네트워크의 확장성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2017년, 폴리곤을 만들었다. 레이어2(1세대 블록체인 레이어1을 바탕으로 확장한 블록체인 플랫폼)인 폴리곤은 폭 넓은 확장성을 갖췄고 출시 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폴리곤 네트워크의 전송 속도(TPS)는 최대 6만5000가량으로 알려져 이더리움(약 10~20)과 큰 속도 격차를 자랑한다.
이러한 장점 덕에 폴리곤 기반으로 만들어진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은 수만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폴리곤에 기록된 트랜잭션(거래 기록)은 29억건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선 SK텔레콤·넥슨 등 대기업과 오지스 등 블록체인 전문 기업이 앞다퉈 폴리곤과 손을 잡고 프로젝트 기획에 나섰다.
아울러 폴리곤은 다양한 정보기술(IT) 기업의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프로젝트 개발에 쓰이는 메인넷이기도 하다. 디파이 통계 사이트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폴리곤에 예치된 총자산(TVL)은 9억달러로 모든 블록체인 중 5위다. 지금껏 폴리곤을 활용한 디파이 프로젝트들의 출시를 살펴본 네일왈은 기술이 가져올 대규모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웹의 발전 단계
▲웹1.0: 정적인 웹. 인터넷 탄생 초창기의 웹이 웹1.0에 해당한다. 정보를 찾는 것이 주 이용 목적이며 이메일과 웹사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웹2.0: 플랫폼 중심 웹. 이용자가 직접 정보를 제작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 다만 웹1.0처럼 여전히 개인 데이터를 중앙화 서버에서 관리하며 검열 가능성이 있다.
▲웹3.0: 탈중앙화된 웹으로 검열 저항성이 특징.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소유하며 직접 개인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다.
네일왈은 “기존 금융 환경에선 중개인들이 최소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며 금융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안긴다”며 “블록체인 상용화는 금융 유통 과정에 투입되는 돈을 줄여 소비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록체인이 보편화되면 은행이 파산해도 맡겨 놓은 돈이 휴지 조각이 되는 일이 없어진다”며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스스로 자산을 관리해 금융 시장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금융권에서 추진하는 혁신은 금융권 관계자들은 물론 금융 앱에 관련된 이들까지 개입돼 있다”며 “웹3.0는 이러한 모든 중간 관계자와 과정을 배제하고 개인 간 직접 금융 거래가 이뤄지도록 장벽을 허문다”고 부연했다.
폴리곤 역시 디파이 확산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폴리곤은 지난 3월 폴리곤 zkEVM을 공개했다. 폴리곤 zkEVM은 호환성과 보안성을 개선한 폴리곤의 새로운 메인넷이다. 기존 폴리곤과 비교해 더 낮은 수수료를 지불하면서도 보안 성능이 뛰어나 금융 서비스 개발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출시 9개월 만에 폴리곤 zkEVM에 모인 TVL은 2200만달러를 돌파했다. 사람들이 찾아와 돈을 맡길 만큼 빠르게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네일왈은 “많은 디파이 프로젝트가 폴리곤 zkEVM을 토대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우리도 곧 집중적으로 이 메인넷을 홍보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네일왈은 블록체인으로 전통 금융의 불필요함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가 기존의 금융 환경을 모두 뒤엎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격한 전복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네일왈은 기존의 제도권 금융과 가상자산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한다.
가상자산이 기존 지불수단을 대체할 수 있는지 묻는 말에 그는 “가상자산이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대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미 현실에서 여러 가상자산 신용카드 제공업체가 있고 가상자산 펀드도 있다”고 사례를 든 뒤 “가상자산은 기존 전통적인 금융 환경에 추가돼 함께 역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큰 영향력을 떨친 폴리곤을 만든 네일왈이지만 그 역시 웹3.0의 개념이 아직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 웹3.0 기술은 상당히 복잡해 사용자 경험(UX)이 좋지 않으며 일일 활성 사용자(DAU) 수가 500만명을 넘기면 그 메인넷 전체가 오작동할 정도로 규모의 확장성(Scalability)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별 규제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았다.
웹3.0 대중화를 위해선 가장 먼저 일반인에게 친숙한 앱이 출시돼야 한다는 게 네일왈의 견해다. 그는 웹3.0 대중화에서도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일왈은 “결제가 웹3.0 유행을 이끌 열쇠다”라며 “아쉽게도 아직 수수료 문제 등 때문에 인기 있는 웹3.0 기반 결제 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제, 디파이와 게임 분야의 웹3.0 기반 앱이 추가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 네일왈은 그의 나라 인도의 블록체인 산업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인도는 많은 인구와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매년 150만명의 개발자를 배출하는 나라다. 네일왈은 “인도인 개발자만 모아 나라를 세워도 전 세계 중 인구 50위권은 차지할 것”이라는 농담을 던진 뒤 “인도 개발자들은 단순히 머릿수가 많은 데 그치지 않고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탁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투자시장도 폴리곤 이후 인도의 잠재력이 우수하다 판단해 기꺼이 투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산딥 네일왈 폴리곤 공동창업자는
▲인도 경영연구소(IIM 뭄바이) 컴퓨터 기술·컴퓨터 시스템 기술 경영학 석사 ▲딜로이트 컨설턴트 ▲웰스푼 그룹 기술·공급망 총괄 ▲스코프웨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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