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중처법 2년 적용 유예 추진…14일 사회적대화 괜찮을까
5개월 만에 대화 복귀 선언 한국노총, 테이블 앉을지 관심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오는 14일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를 대표한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노총이 사회적대화에 복귀한 뒤 모처럼 이뤄진 '대화의 장'이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 거부권에 따른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폐기나,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2년 적용 유예 등에 대한 노동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장 회의 성사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1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대통령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오는 14일 한국노총의 사회적대화 복귀 선언 이후 5개월여 만에 첫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갖는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정부 측 이정식 고용장관, 노동계 측에서는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는 그동안 멈춰 섰던 사회적대화를 다시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첫 상견례적 성격이 크다.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정하고, '대화'를 위한 의제 설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 정도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이 사회적대화 복귀를 선언하고,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경색됐던 노-정 관계 개선 가능성에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꼬일 대로 꼬인 정부와 노동계 사이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여부를 두고 정부와 노동계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고위당정협의회에서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당장 내년부터 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적용 시행일을 내년 1월27일에서 2026년 1월27일로 2년 더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다음날(4일) 성명을 통해 "중처법 전면 적용 유예는 계속해서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결국 폐기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반발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중처법 개정안 추진 결정은 노동계를 더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거부권에 이어 중처법 전면적용 유예 추진까지 윤석열정부의 본질을 보여주는 행태"라고 직접 꼬집기도 했다.
상견례 성격의 자리라고는 하지만, 첫 대표자 회의를 앞두고 긴장감이 흐르는 이유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이미 감지된다. 이정식 고용장관과 김문수 경사노위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한국노동연구원·㈜노사공포럼·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주최한 사회적대화 대토론회에서 먼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위원장은 현정부 노동정책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여진이 계속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전면시행의 유예 방침 또한 커다란 갈등 사안"이라며 "두 사안은 노동기본권 핵심이자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인 만큼 이를 쟁취하기 위한 노동의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등 인사말에서부터 직접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김동명 위원장은 인사말 후 김문수 경사노위위원장 등 참석자들의 거듭된 단체사진 촬영요구에 한때 행사장을 이탈하는 등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14일 예고된 노사정 대표자회의 일정 공개에 대해서도 한국노총 측은 고용부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석 여부를 확정한 상황도 아닌 데 이정식 고용장관이 먼저 확정·통보하는 식으로 외부에 공개, 일정이 정해졌다는 불만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1일 예정이던 경사노위 노사정 부대표급 회의에도 불참한 바 있다.
한국노총 한 관계자는 "(참석 여부 등) 가타부타 입장을 밝힐 만한 게 없다"면서 "바뀌는 상황에 따라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
정부 관계자는 "회의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첫 회의인 만큼) 의제 등 실질적인 논의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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