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행동주의 주총 시즌 온다… 주주환원 ETF도 ‘꿈틀’

강정아 기자 2023. 12.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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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트러스톤운용 ‘주주가치액티브’ ETF 출시
한투운용 주주환원 ETF도 하반기 몸집 2배 커져
개인, 주주환원 상품 ‘단기 차익’에 집중하는 경향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시장에 다시 행동주의 펀드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주주환원과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TF)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4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TRUSTON주주가치액티브’ ETF 상장식을 하고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ETF는 낮은 주주환원율 등을 이유로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을 분석해 주주환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종목 위주로 투자한다. 또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연대 등에서 주주 행동주의를 개시한 종목, 지배구조 개선 시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기업도 ETF에 담을 예정이다. 총보수는 0.785%다.

주주확인증 건네받는 KT 주주. /연합뉴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행동 ETF 신상품을 내놓은 것은 최근 관련 ETF의 인기가 오를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ETF는 하반기 들어 순자산총액이 59억원에서 11일 기준 120억원으로 2배 넘게 커졌다. 저평가된 종목 중 주주환원 정책 개선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을 담는 이 ETF는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3.41%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두 달간 매도세를 보이다가 이달 들어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자사주 매입과 고배당 기업에 투자하는 BNK자산운용의 ‘BNK주주가치액티브’ ETF도 같은 기간 10.38% 올랐다. 순자산총액은 하반기 들어 130억원에서 134억원으로 3.08% 증가했다.

고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은 투자자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고,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늘리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올해 9월 7일 일본 주식시장에 최초로 출시된 액티브 ETF 6종 중 3종이 배당과 자사주 등 주주환원에 초점을 둔 상품이었다. 올해 4월 도쿄거래소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기업에 주가 저평가 해소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만큼 일본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 행동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은 크다. 행동주의 타깃 기업에 투자하는 미국의 ‘리더셰어스 액티비스트 리더(ACTV)’ ETF와 ‘엔진넘버원 트랜스폼 500(VOTE)’ ETF에 꾸준히 자금 유입이 되며 주가는 지난달부터 이달 8일(현지 시각)까지 각각 12.76%, 10.38%씩 올랐다. ‘ACTV’ ETF는 행동주의 투자를 위해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VOTE’ ETF는 시가총액 500대 대형주 중 변화가 필요한 기업을 찾아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전략으로 투자한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달 6일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팰리서 캐피탈은 지분 0.62%를 보유한 삼성물산에 저평가 상황을 지적하며 5000억원 자사주 매입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 9월 ‘ESG 동반성장 공모펀드’를 출시하고, 현대엘리베이터에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하는 등 행동주의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실시 중이다.

내년 초까지 주주행동 움직임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총 실시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3월 정기 주총이 열린다면 1~2월에는 주총 안건이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장회사에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선 1%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자본금 1000억원 이상은 0.5%)해야 해 행동주의 펀드들은 내년 캠페인을 벌일 대상 기업을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만을 참고해 단기 매매하면 투자 타이밍을 놓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행동을 단기 차익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본질적인 기업 문제 해결을 위해선 장기적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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