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100골 공격수 양동현이 말하는 바야돌리드-프로 입단 [양동현 은퇴 인터뷰上]

이재호 기자 2023. 12.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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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올해로 40년을 맞은 K리그. 100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40년 역사에 단 12명 뿐이다. '정통 스트라이커' 양동현(37)은 그 위대한 고지를 밟은 선수로 은퇴한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올해를 끝으로 19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한다고 밝힌 양동현. 이승우 이전에 스페인 무대를 경험한 유망주 시절부터 토종 득점왕, 그리고 100골과 국가대표 비하인드까지 양동현을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만나 은퇴 인터뷰를 나눴다.

은퇴 인터뷰는 상,중,하 3편으로 나눠 온라인으로 공개되며 상편에서는 양동현의 스페인 유스시절과 프로 입단 시절을 돌아본다.

▶프랑스 메츠를 뿌리고 스페인 바야돌리드로 향하다

축구 유망주였던 양동현은 동북고 1학년을 중퇴하고 2002년 10월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프랑스 FC메츠로 떠났고, 2003년 5월에 스페인 바야돌리드로 이적이 결정됐다.

"사실 메츠에서 유소년 계약을 제의했기 때문에 당시 똑같은 프로젝트로 가 메츠로부터 제의를 받은 강진욱, 어경준과 함께 메츠에 남는게 안정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시절부터 스페인 축구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2003년 당시만 해도 스페인 축구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갈락티코'로 대표되는 지네딘 지단, 호나우도, 루이스 피구는 물론 호나우지뉴, 데이비드 베컴 등 스타 선수들에 대한 동경이 컸다. 스페인의 화려하지만 아름다운 축구에 어린시절부터 반해있었고 그렇게 프랑스 메츠의 제의를 뿌리치고 바야돌리드에 입단테스트를 보러갔다."

지금은 2부리그에 있지만 당시만해도 바야돌리드는 스페인 라리가 중위권팀. 양동현을 테스트해본 바야돌리드는 원래 일주일간 테스트하려 했지만 이틀만에 유소년 계약을 제의했다. 이후 스페인의 저명한 언론이 마르카에서도 양동현에 대해 주목하는 등 유망주로 성장햇다.

국내에 양동현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2003 U-17 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핵심 선수였던 양동현은 자신이 뛰던 스페인을 상대로 골까지 넣었다. "그때 골을 넣고 소속팀에 스페인 바야돌리드가 나오니까 많은 분들이 신기해하더라"라며 유럽축구 1세대가 축구팬들에게 남긴 신선함을 떠올렸다.

은퇴를 앞두고 20년전 스페인 생활을 다시 떠올려본 양동현은 "너무 좋았다. 모든게 좋았다. 일단 한국에서는 맞으면서 축구를 했는데 스페인에서는 그런 생각은 아예 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신선한 충격이었던게 저는 틈만나면 개인훈련을 할 때 유소년팀 동료들은 잘 놀거나 혹은 시험기간에는 학교 공부만 하더라. 그래서 제가 '너희 축구선수인데 왜 공부하냐'고 했더니 '프로가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축구만 할 수 없다'고 하더라. 아예 생각과 개념이 다르더라"라고 말했다.

또한 "유소년팀 선수들은 1군 경기를 직관할 수 있었는데 제 눈으로 직접 레알 마드리드 갈락티코의 경기를 보고, 호나우지뉴의 개인기를 보면서 정말 한국에서 상상도 못하던 축구를 봤다. 그런 축구를 보고 나면 나도 저 기술을 따라해보고 싶고 다음날 운동장에 나가 그 기술을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자연스럽게 축구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던 환경"이라며 "스페인 시절은 분명 힘들었지만 하루하루 축구가 재밌고 제가 봐도 매일 성장하는게 느껴졌다. 실패를 해도 지도자들은 뭐라고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지도자가 시키는대로 해야했고 안하거나 실패하면 맞았는데 스페인에서는 축구가 재밌었다. 제 스스로도 실력이 느는게 보였다. 스페인에서는 몰랐던걸 시도하는게 재밌고 시도하면 성공하고 성공하니 또 재밌어서 축구가 즐거웠다"고 떠올렸다.

바야돌리드 내에서도 인정받는 유망주였던 양동현은 자주 1군 훈련과 연습경기에 참가했다고. "1군 훈련에도 많이 참가했는데 1군 선수들의 마음가짐 역시 다르더라. 제가 크게 패스를 잘못하지 않는 이상 패스를 했을 때 조금 옆으로 주거나 강하게 줘도 1군 선수들이 '내가 못받았어. 미안해'라고 말하더라. 한국에서는 그랬으면 선배들은 '너가 잘줬어야지'라고 하는데 스페인은 상대보다 자신을 탓하더라. 이런 것부터 스페인 축구와 한국 축구를 대하는 태도가 다러라"라고 말했다.

유소년 시절 양동현의 모습. ⓒ연합뉴스

▶스페인을 포기하고 돌아온 이유

이렇게 쭉쭉 성장하던 양동현을 가로막은 것은 부상이었다. 18세 생일이 되면 프로 계약이 가능한데 생일을 두달여 앞둔 2005년 1월경 '두달 후 성인 계약을 맺자'는 구두 계약까지 맺은 상황.

하지만 생일을 앞두고 양동현은 치골 부상을 당한다. 당시만해도 의학기술이 일반적이지 않은 치골 부상을 스페인 의료진은 밝혀내지 못했고 국내에 들어와 원인을 알려해도 원인 모른채 고통만 지속됐다. 결국 일본까지 가서 치골 피로 골절임을 알아냈지만 그사이 시간이 경과해 수술 시기를 놓쳤고 더 휴식을 취하라는 말뿐이었다.

스페인에 있을때는 잘 몰랐지만 한국에 와서 다시 가족들과 함께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쉬다보니 18살의 어린 양동현은 안주하게 된다. "사실 스페인에서 언어 문제나 외로움 등으로 힘들긴했는데 한국에 와보니 그 힘듦이 확 밀려오더라. 어린 마음에 다시 스페인에 나가 도전하는 것이 꺼려졌다. 마침 치골 부상 회복 시간도 더 필요하다고 해 한국에 머물다보니 결국 스페인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며 스페인 유스 시절을 마무리한 이유를 은퇴를 앞두고 나서야 속시원히 털어놨다.

10대 질풍노도의 시기를 프랑스-스페인에서 보낸 양동현. 그에게 외국에서 보낸 유스 시절은 은퇴를 앞둔 지금 떠올려보면 어떻게 남아있을까.

"그때 배운 것들이 결국 이후 제 프로 19년의 생활의 근간이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있다. 만약 그때 스페인에서 그렇게 축구를 배우지 않았다면 19년간의 프로 생활은 힘들었을 것이다. 후회없고 지금 떠올려도 행복한 미소만 지어지는 유소년 시절이다."

▶프로 첫팀, 울산 현대 입단 비하인드

2005시즌을 앞두고 양동현은 울산과 계약하며 당시에는 생소했던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프로로 직행했다. 이제야 털어놓는 울산 입단 비하인드가 있다고.

"사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유럽으로 갈 때 전남 드래곤즈와 계약을 맺고 갔다. 지원금을 받는대신 한국에 오면 전남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저 역시 전남 광양 출신이고 당시에는 동북고 대선배님이신 이회택 감독님께서 전남 감독님이셔서 전남과 사전 계약을 맺었는데 돌아올 때는 당시 전남에서 감독 교체 등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U-17 대표팀 시절 은사였던 윤덕여 감독님이 코치로 계셨던 울산 현대에 제의를 받았고 울산에서 전남에 보상금을 물어주며 저를 영입하게 됐다."

울산에서 19세의 선수를 위해 보상금까지 주고 데려왔으니 기대가 컸을터. 하지만 양동현은 2005년 울산에서 단 한경기도 나오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치골 부상으로 인해 1년을 쉬었고 제가 합류했던 시기가 개막전 직전이었다. 동계훈련도 빠지다보니 선수단 훈련을 따라가는 것도 벅찼다. 게다가 울산은 결국 그해 K리그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천수, 마차도, 최성국 등 리그 최강 공격진을 보유했기에 제가 뛸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양동현은 지금까지도 2005년 프로 첫시즌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고. 바로 울산의 2005 K리그 우승 뒤풀이 현장. "선수들은 웃고 즐거워하는데 저는 정말 기분이 안좋았다. 제가 한경기도 못뛰고 우승에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왜 뒤풀이 자리에서 이러고 있어야하는가 하는 자괴감으로 창피했다. 팬들 앞에서 웃어야하는데 잘 웃질 못했고 창피함이 컸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그 자리에서 '다음해부터는 꼭 많이 뛰어서 이런 부끄럼움을 안느껴야겠다'고 다짐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19년의 프로생활 중 1년차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 양동현이다.

'떠나는 양동현, K리그 100골까지 어떻게 도달했나 [양동현 은퇴 인터뷰中]' 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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