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도박과 1년 올인’ WS 우승 원하는 두 명문 구단의 승부수, 어떤 결과 나올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두 팀이 서로 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은 변화의 국면을 맞이했다. FA 시장과 트레이드 시장의 최대어가 최근 모두 행선지를 결정했다. 이제 각 팀들은 '플랜 B'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FA 시장 최대어였던 오타니 쇼헤이는 전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를 새로 쓰는 계약을 맺었다. LA 다저스와 무려 10년 7억 달러 계약을 맺었다. 종전 단일 최대규모였던 리오넬 메시와 FC 바르셀로나의 2017-2021시즌 계약(총액 674M)을 넘어섰고 전 동료인 마이크 트라웃(LAA)이 맺었던 메이저리그 역대 최대 규모 계약(12년 425M 연장계약)은 까마득하게 앞섰다.
오타니의 계약에 앞서 트레이드 시장 최대어였던 후안 소토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재정난이 드러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뉴욕 양키스에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보내고 마이클 킹, 조니 브리토, 드류 소프, 랜디 바스케스, 카일 히가시오카를 보내는 2:5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다저스와 양키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이자 강팀들. 매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기를 원하는 두 팀은 각기 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다저스는 오타니와 무려 10년 7억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오타니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만 매년 평균 7,000만 달러. 거의 페이롤의 1/3-1/4에 해당하는 돈을 오타니 한 명에게 지급해야 한다.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액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저스는 오타니에게 연봉을 '지연지급(defer)'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7억 달러를 계약기간 10년 동안 다 지급하지 않고 일정 금액은 계약이 끝난 후까지 나눠 지급하는 것이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계약의 '디퍼' 액수도 상상을 초월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다저스와 오타니가 합작한, 알려진 바로는 오타니가 제안하고 다저스가 수락한 '꼼수'다. 지연지급은 연봉총액 계산에 포함되는 '연평균 지급액'의 숫자를 낮추는 편법이다. 화폐 가치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한다는, '오늘의 1달러는 내일의 1달러보다 가치가 높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계약기간 내에 받는 금액은 계약기간/연수로 연평균 금액이 팀 페이롤 계산에 매년 동일하게 포함된다. 하지만 계약 종료 후에 지급받는 '디퍼' 금액은 일정한 할인율을 누적해 계산한다. 즉, 지불을 미루는 금액이 클수록, 그 기간이 길수록 실제로 계산되는 계약의 '연평균 금액'은 줄어든다. 만에 하나 계약기간 10년 동안 받는 돈을 극히 일부로 제한하고 대부분의 돈을 몇십년에 이르는 장기간 동안 받는 형태로 지연지급한다면 다저스의 연봉 총액에 오타니의 지분은 상상 이상으로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ESPN의 제프 파산은 오타니의 '연평균 계약액'이 4,000-5,000만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7,000만 달러를 4-5,000만 수준으로 뚝 떨어뜨리려면 계약액의 절반 정도를 상당히 장기간 동안 지연지급해야 한다. 연평균 금액이 절반 이하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2,000만 달러만 낮아져도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연봉 2,000만 달러의 특급 선수 한 명을 더 기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금액이다. 최근 베테랑 투수들 사이에서 유행한 '단기 고액 계약'도 연평균 4,000만 달러 정도의 금액을 길어야 3년 동안 지급하는 형태였다. 이런 금액을 10년 동안 유지하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계약 첫 해 30세가 된다. 39세까지 다저스 유니폼을 입는 오타니가 과연 몇 살까지 투타겸업을 해낼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2021-2023시즌 3년 연속 최고의 투수이자 최고의 타자였지만 오타니는 결국 2023시즌 막바지 부상을 당했고 2024시즌에는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10년 7억 달러 규모의 계약은 오타니가 2021-2023시즌과 같은 활약을 적어도 몇 년은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담긴 것이다.
만에 하나 오타니가 계속 부상에 시달리거나 30대에 접어들며 기량이 떨어진다면 다저스는 그야말로 역대급 '짐덩어리'를 떠안은 셈이 된다. 정확히는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 중 하나라도 최고 수준이 아니게 된다면 다저스의 계약은 실패다. 다저스는 오타니 영입에 따른 경기 외적 수익으로 7억 달러(실제 가치는 더 낮게 계산되겠지만)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지만 오타니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선수라고 해도 사치세 기준은 모든 구단이 같다. 물론 다저스가 '오타니가 벌어주는 돈으로 사치세를 내면 그만'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면 상관없는 일이기는 하다.
반면 양키스는 단 1년에 모든 것을 걸었다. 2024시즌에 '올인'하는 전략이다. 소토는 2024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선수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는 것으로 보장된 시간은 2024시즌 단 1년 뿐이다.
소토와 연장계약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타니의 계약을 지켜본 소토가 얼마나 큰 금액을 바랄지 알 수 없고 더 큰 문제는 그의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라는 사실이다. 보라스는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가 FA 시장에 나가지 않고 연장계약을 맺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이다. 소토가 FA 시장에 나섰다가 다시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잔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FA 시장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은 0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양키스는 마운드의 핵심 멤버로 떠오른 킹을 비롯해 팀 내 투수 최고 유망주이자 TOP 100 유망주인 소프, 20대 초중반의 젊고 재능있는 유망주인 브리토, 바스케스를 샌디에이고에 모두 내줬다. 마운드의 '내일'을 거의 포기한 것이다. 2023시즌 좌타자, 외야수 모두가 부족했던 양키스는 그만큼 소토를 절실하게 원했다.
소토와 함께 2024시즌 정상에 오른다면 양키스의 투자는 성공이다. 하지만 2024시즌 만족스러운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소토가 다음 오프시즌 다른 팀과 계약한다면 양키스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마운드의 현재와 미래를 버린 셈이 된다.
다저스는 수 년 동안 고통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는 장기적인 도박을 감행했고 양키스는 단 1년에 큰 비용용을 들여 '올인'했다. 형태는 다르지만 두 구단 모두 큰 결단을 내렸다. 과연 두 구단의 모험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위부터 오타니 쇼헤이, 후안 소토)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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