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가끔 인생이 뒷통수를 벽돌로 내리칠 때가 있습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23세 때 여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딸이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부인했다. DNA 검사를 통해 친딸임이 확인됐는데도 부정했다. 법원이 억만장자인 그에게 양육비를 주라고 판결하자 마지못해 법 한도액인 월 385달러만 보냈다.
그러나 ‘냉혈한’ 스티즈 잡스도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딸 리사를 인정해 함께 살았고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
리사는 잡스가 암 투병으로 201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켰고 한 푼도 주지 않을 거라던 잡스도 마지막에는 그녀 앞으로 유산을 남겼다.
세간에 익히 알려졌듯이, 잡스는 냉혹한 성정의 소유자다. 아마도 그의 악성(惡性)은 어린 시절 친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입양아 신세가 됐을 때 자라났을 것이다. 더구나 20대때 이미 억만장자 청년 재벌이 됐을 때 최고조로 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 누구에게나 악성과 선성(善性)이 공존하듯, 잡스의 내면 세계에도 선량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인도를 유랑하며 구도의 길을 찾고, 선불교에 심취해 승려가 되려고도 했다.
그의 선성이 내면 세계의 싸움에서 악성을 누르고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30세 때 자신이 만든 애플사에서 동료들에 의해 쫓겨나는 일생일대 최대의 치욕적 사건을 겪으면서였다.
훗날 애플로 복귀하고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IT계 리더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받았던 2005년 6월, 미 스탠포드대 졸업식에 초청을 받아 연설을 할 때 그는 “애플에서 해고당한 일이 내 삶에서 가장 축복받은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역사상 남을 명연설로 회자되는 그날 연설에서 잡스는 친부모로부터 버려져 입양된 이야기, 노동자 계급 양부모의 지극한 사랑, 대학 시절의 방황과 종교적 체험, 그리고 승승장구하던 애플사에서의 해고, 이후 사랑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 등등을 설명해나가면서 평소의 그답지 않게 ‘사랑의 힘’을 강조했다.
“…저는 아주 멋지고 훌륭한 가족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애플에서 해고당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들은 가능하지 않았겠지요. 정말 쓰디쓴 약이었지만 환자에게는 필요한 약이었나 봅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가끔 우리의 인생이 우리의 뒷통수를 벽돌로 내리칠 때가 있습니다. 그때 믿음(faith)을 저버리면 안됩니다.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하는 일을 사랑(love)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사랑을 찾아야 합니다. 그 사랑은 일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냉혈한 스티브 잡스가 어떻게 ‘사랑 예찬론자’로 바뀌었을까.
사랑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관대함에서 출발한다. 그 관대함은 친절로 나타난다. 친절의 밑바닥에는 공감이 깔려있다. 이해하고 비슷하게 느끼는 마음, 나아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를 기독교에서는 사랑(love), 불교에서는 자비(慈悲・compassion)라고 부른다.
종교를 초월해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명상에는 이런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 깔려 있다. 10대 후반 명상을 접한 스티브 잡스는 마약을 멀리하고 매일 명상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수십년간 축적된 내공이 결국 그를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그의 냉혹함이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어진 것도, 엄청난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고 더 큰 성취를 이룩하게 한 강한 정신력도 이런 마음 훈련의 덕분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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