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요소'에 화들짝, 물류비 지원‧국내생산 검토 나선 정부…실효성은 '글쎄'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2023. 12. 12.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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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중국發 요소 통제 사태 계기 공급망 점검 나선 정부
베트남 등 요소 수입 다변화 위해 운송비 한시적 지원
국내 생산 재개 검토, '가성비' 관건…장기 대책 마련 필요
6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직원이 요소수를 진열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중국발(發) 요소 수출 통제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주요 원자재 수급을 위한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중국 외 베트남 등 제3국에서 요소를 수입하는 민간 기업에 한시적으로 운송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과 국내 생산 재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산 원자재의 '가격 경쟁력'을 고려하면 장기 대책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망 장관회의 개최…내년 3월까지 중국 '요소 통제' 전망

정부는 11일 요소 등 원자재의 안정적인 수급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선 요소와 인산이암모늄에 대한 할당관세 연장안, 중국 외 제3국으로 공급망 다변화, 국내 생산 재개 등이 주요 의제로 올랐다.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우리나라로 운송될 예정이었던 요소 수출 보류 조치에 나선 직후 우리 정부는 대책 마련에 속도를 냈다. 정부는 이번 수출 통제가 정치적 배경에서 비롯된 게 아닌, 중국 내부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민간 시장에선 '사재기 심리'가 발생하는 등 들썩였다.

요소는 전력 등 에너지를 석탄에 가한 후 암모니아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전체 수요량은 다른 원자재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지만, 경유차량의 탄소 저감장치와 농업용 비료 등 다방면에 활용되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경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안보 공급망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추 부총리, 박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3개월치 요소 재고…1인당 요소수 구매 제한 등 수요관리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가 길게는 오는 2024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우리 정부도 수요‧공급 측면에서 각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수요 측면에선 국내 요소 물량의 사재기 방지에 역점을 뒀다. 산업용 요소는 통상 3개월치 분량의 재고를 유지하는데, 3개월이 지나면 요소가 변질되면서 상품성이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수급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매점매석 고시, 긴급수급 조정조치 등을 검토 중이다. 특정 소비자들의 '사재기'를 막기 위해 화물·버스·건설기계 업계와 주유소에 1인당 요소수 구매물량 제한 등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베트남 등 수입 다변화, 운송비 일부 지원…공급 확대책

공급 측면에선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국내 생산 재개 검토 등 크게 2가지 방안을 구상 중이다.

먼저, 올해 말 종료를 앞둔 요소 할당 관세를 오는 2024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2024년 4월까지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에 대한 해상 운송비 일부를 한시적으로 민간 기업들에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6일 산업부는 요소 수급 대책 브리핑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중국 외 제3국 수입 다변화를 위해 운송비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차량용에 이어 공업용 요소까지 범위를 넓히면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연간 약 26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당시 기획재정부는 구체적인 지원 예산 등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등 부처 간 엇박자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정부는 해당 브리핑 직후 별도 설명 자료에서 "기업이 대체 수입처를 찾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에 대해 정부지원 요청 및 건의가 있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결정된 바 없으며 정부는 다양한 지원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불과 닷새 만에 운송비 지원책으로 최종 수렴된 셈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중국산 요소 의존도는 지난 1~10월 기준 91.8%에 달했다. 지난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다변화에 나서면서 중국 의존도는 2021년 83.4%에 이어 지난해 71.7%까지 낮아졌지만 올 들어 재차 급등한 것이다.

요소는 희소한 원자재가 아니기 때문에 베트남, 중동 등 제3국에서 구할 수 있지만, 중국에 비해 거리가 멀기 때문에 비싼 물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기업들 입장에선 수익성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민간 기업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운송 비용을 일부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며 "다만 중국의 수출 통제 상황이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기업 입장에선 비싼 가격으로 구입한 재고를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주유소에서 한 특수차량 운전자가 요소수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약 10년 전 접었는데, 요소 국내생산 재개 검토…가성비 관건

정부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일정 물량의 요소를 국내에서 생산을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가격 경쟁력과 환경오염 문제 등을 고려하면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정부는 국내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오는 2024년 1월부터 자립화를 목표로 국내 생산 방안, 적합성 등 분석 용역을 진행한다. 용역 결과에 따라 국내 생산 재개 여부는 추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공급망분석팀 팀장은 이날 통화에서 "베트남 등 제3국으로부터 수입이나 국내 생산 재개 등 모든 게 결국 '가격 대비 성능'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선 일본처럼 자국 내 수요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은 향후 값 싸고 질 좋은 중국산 요소가 재차 풀릴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국회에선 요소를 비롯해 경제 안보 품목의 공급망 관리 역할을 규정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정작 해당 법안의 시행 시기가 6개월 후인 오는 2024년 6월이라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공급망 기본법이 통과됐지만 6개월 후에야 효력이 있다"며 "중국의 요소 통제 사태 등을 보면, 한 달 앞조차 내다보기 힘들다. 공급망 대책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위원회 구성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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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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