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곳간 텅텅 비는데…개미 무모한 도전? '빚투' 여기로 몰렸다

김진석 기자 2023. 12. 12.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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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업오너, 지분 담보대출 거절사태⑤
[편집자주] 한 때 유치경쟁이 치열했던 코스닥 상장사 최대주주 지분 담보대출이 이제는 찬밥신세다. 지분담보 대출은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손실이 없는 안전상품이자 추가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됐으나 최근 2년간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시세조종에 휘말린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담보가치가 확 줄었다. 담보대출을 시행한 증권사들은 만기연장 대신 상환을 재촉하는데 급기야 반대매매로 지분이 날아간 오너들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 기업의 오너 등 주요주주들의 지분 담보대출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한편에선 여전히 '빚투'(빚내서 투자)로 아슬아슬한 산길을 오르고 있는 소액주주들도 많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미수, 신용거래 가능종목이 줄어들었으나 이차전지 등 일부 업종과 섹터에선 오히려 신용공여 잔고가 잔뜩 쌓이고 있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당시, 빚투가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을 주도한 바 있어 증권가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공여 잔고는 17조3358억원을 기록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 직전 거래일인 지난 3일(16조6248억원)보다 7110억원 늘어났다. 그중 코스닥 시장에서만 5071억원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공여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 이용된다. 지난달 발표된 공매도 금지 조치와 미국 고금리 종료 가능성, 중국 경기 부양책 등에 따른 지수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이후 나스닥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잔고가 늘어났을 수 있다"며 "신용거래의 경우 지수 흐름에 발맞추는 경향이 있고, 주식 시장이 바닥을 딛고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고점에 유입된 신용공여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의 돈을 빌려 투자한 경우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지수 혹은 개별 종목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반대매매'에 노출돼 예상치 못한 대규모 손실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빚을 내서 투자한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청산하는 것이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 가치 평가액이 담보 유지 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전날 종가의 하한가로 강제 매도된다. 하한가로 주문이 들어가는 만큼 이는 또 다시 반대매매로 이어져 악순환을 만든다.


이날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용거래 잔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POSCO홀딩스로 5422억원을 기록했다. 그 뒤를 포스코퓨처엠(3455억원), 삼성전자(3076억원), 셀트리온(2037억원), SK하이닉스(1940억원)가 잇는다.

이차전지주들이 상위 명단에 다수 이름을 올렸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나란히 7~9위에 자리했다. LG에너지솔루션(1698억원)도 11위에 올랐다. 코스닥 시장의 에코프로비엠(1955억원)과 에코프로(1744억원)가 각각 5, 10위를 기록했다.

한동안 조정을 받으며 연중 고점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 이차전지주를 중심으로 빚투가 성횡하고 있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시선과 증권가의 시선이 사뭇 다른 상황인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상승 베팅이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공매도 금지 후 잔고율 증가 상위 종목은 △아이티센(3.56) △부국철강(3.55%) △제일테크노스(3.37%) △핑거(3.20%) △제룡산업(3.08%) △한국수출포장(3.02%) △아프리카TV(2.77%) △광명전기(2.74%) △엘티씨(2.71%) △파라텍(2.64%) 순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불가로 과열 제어 수단이 약해진 가운데 빚투는 예기치 못한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권고한다. 올초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당시, 공매도 불가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 관측됐다. 증권업계 관계는 "빚투가 무조건적으로 위험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주가하락시 손실이 배가된다는 점은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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