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41억원' 약 등장…평생 먹는 약 안먹어도 된다

이창섭 기자 2023. 12. 1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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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겸상적혈구빈혈 신약 '리프제니아' 판매 허가
단 한 번 주사로 헤모글로빈 생성…비싼 약 2위 올라
세계 최초 유전자가위 치료제 '카스게비' 29억 책정

1회 투약 비용이 약 41억원에 달하는 약이 등장했다. 희귀 빈혈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제 '리프제니아'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약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날 등장한 세계 최초의 유전자가위 신약의 가격은 약 29억원으로 책정됐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자랑하는 이들 신약은 환자 유전자를 직접 조작하기에 단 한 번의 주사로 병을 치료한다는 장점이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FDA(미국 식품의약국)는 최근 유전자 대체 신약 '리프제니아'의 판매를 허가했다. 리프제니아는 미국 바이오텍 블루버드바이오가 개발한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다.

리프제니아의 출시 가격은 310만달러로 책정됐다. 약 40억8000만원이다. 리프제니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2위를 경신했다. 기존에는 같은 회사에서 개발한 희귀 유전병 치료제 '스카이소나'가 300만달러로 전 세계 약값 2등이었다. 올해 기준으로 1위는 CSL베링이 개발한 B형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다. 약값이 350만달러(약 46억원)다.

겸상적혈구빈혈은 헤모글로빈이 비정상적인 낫 모양(겸상)으로 생성되는 희귀 질환이다. 낫 모양의 헤모글로빈은 산소의 이동을 저해하고, 환자의 모세혈관을 막으면서 큰 통증을 일으킨다. 혈관을 막아 뇌출혈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리프제니아는 단 한 번 주사로 맞는 치료제다. 환자의 세포를 꺼내 유전자 조작을 가한 후 다시 몸에 주입하는 약이다. 유전자가 조작된 치료제가 약물 운반체인 렌티바이러스를 통해 환자의 혈액 줄기세포로 주입된다. 이어 환자의 혈액 줄기세포는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을 생성하기 시작한다.

환자의 몸에서 추출 후 별도 공정을 거치기에 유전자 치료제는 비싸다. 하지만 유전자를 직접 건드리기에 병의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평생 약을 먹지 않고 '원샷'으로 낫게 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만성, 희귀질환 환자가 일평생 먹을 약값의 관점에서 보면 천문학적으로 보이는 비용도 그렇게 비싸지 않을 수 있다.

제약사인 블루버드바이오는 "겸상적혈구빈혈의 평생 치료 비용은 400만~600만달러로 추정된다"며 "환자는 질환을 겪으면서 취직 제한 등으로 비슷한 연령대보다 약 130만달러의 소득 손실을 본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에 따르면 32명 환자 중 28명(88%)이 리프제니아 투약 후 1년 반 사이에 효과를 경험했다. 또 다른 데이터에선 33명 환자 중 30명이 겸상적혈구빈혈의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부작용 문제가 있다. FDA는 리프제니아를 허가하면서도 혈액암 유발 위험성을 경고했다. 임상시험 도중 투약 환자에게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이 나타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 측은 치료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작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 세계 최초의 유전자가위 치료제 '카스게비'도 리프제니아와 같은 날 FDA 시판 허가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카스게비는 이미 지난달 영국에서 승인받았는데 FDA마저 허가하면서 전 세계적인 무대에 등장했다.

카스게비도 리프제니아와 마찬가지로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다. 카스게비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환자의 유전자를 직접 '편집'한다는 점에서 리프제니아와 다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인간의 DNA를 자르고 붙여 유전체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질병을 유발하는 DNA를 잘라 내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근원적 치료를 가능케 한다. 카스게비도 원샷 치료제다. 투약 비용은 220만달러(약 29억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6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전자 치료를 위한 고가의 바이오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적정 약가 책정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며 "전 세계적으로 고가 바이오의약품 출시가 증가하면서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첫 치료제 출시를 두고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심리가 반영되지만, 국내에선 아직 치료제 개발 단계가 초기라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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