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은평구청장 "유례없이 역동적인 변화, 10년 후 강남 못지않을 것"
내년 GTX-A 개통…각종 개발사업 활발
한국문학관 일대 '문학 한류 메카' 조성
"적십자 모금 16년간 1위, 자랑스러워"
‘서민들의 보금자리’ 서울 은평구가 용암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과거에는 서북권에 치우쳐 낙후됐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어느 곳보다 개발 속도가 빠르고 변화 양상이 역동적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상업 개발이 가능한 부지인 서울혁신파크가 은평에 있고, 내년엔 연신내역을 지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한다. 국책사업인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신설 등 대형 사업도 착착 진행 중이다.
지난달 23일 만난 김미경(58) 은평구청장은 “교통,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유례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10년 후 은평은 강남 못지않게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구청장이 민선 7기에 제시했던 청사진이 민선 8기 들어 하나씩 완성돼 가는 것을 보면, 결코 이루지 못할 목표는 아닌 것 같다. 나아가 구민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도시, 인문학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새로운 꿈도 꾸고 있다.
구청장실 한쪽 벽에는 김 구청장 초상화가 걸려 있다. 은평 곳곳을 누비는 김 구청장의 사진 1,000장을 이어 붙인 콜라주 작품이다. 직원들이 선물했다고 한다. 김 구청장이 어떤 리더인지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내년 서울시 예산이 2조 원 가까이 줄었는데 구 예산 계획에 어떤 영향이 있나.
“내년 예산 총액은 1조1,100억 원으로 올해보다 약간 늘었지만, 구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주재원은 250억 원(5.5%) 감소했다. 하지만 복지ㆍ안전 분야 예산은 더 늘려서 전체 67%인 7,384억 원을 편성했다. 어르신 병원동행 서비스와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신설했고, 도로시설물 안전 감시 시스템 설치, 수산물 방사능 관리도 추진한다. GTX-A 개통에 맞춰 도시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히 1,019억 원을 반영했다. 은평구 인구가 47만 명인데도 대기업, 컨벤션센터, 결혼식장이 없다. 강남북 불균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아무리 힘들어도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자치단체로 유명하다.
“사회 양극화가 심각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 청소년, 빈곤층 등 소외되고 차별받는 집단의 실태를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인권’은 구정의 핵심 가치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책을 발굴한다. 일례로 기후위기 취약계층 연구로 내년 환경부 예산 지원 사업을 따냈다. 이렇게 공모를 통해 우리 직원들이 확보한 예산만 290억 원 규모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보건소 엑스레이 판독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공공서비스 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도 받았다.”
-어느 자치구보다 공부하기 좋은 환경도 갖추고 있다.
“인문학 자원이 매우 풍부하다고 자부한다. 진관동 한옥마을과 북한산성 일대는 국내 유일한 ‘북한산 한(韓)문화 특구’로 지정받았고, 주변에는 천년고찰 진관사,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셋이서문학관, 금암미술관도 있다. 증권박물관과 서울기독교박물관도 들어설 예정이다. 2026년 국립한국문학관 개관에 맞춰 고전, 근대, 현대를 아우르는 ‘문학 한류 메카’ 조성 계획도 세웠다. 이미 한국고전번역원과 사비나미술관은 한국문학관 부지 인근으로 이전했다. 인문학ㆍ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날 은평을 기대해도 좋다.”
-광역교통망 확충과 맞물려 지역 개발도 활발하다.
“GTX-A 개통은 은평이 서북권 거점으로 성장할 기회이지만, 동시에 베드타운이 될 위험도 품고 있다. 연신내역 일대를 상업ㆍ업무시설 중심지로 육성하는 역세권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다. 촉망받는 뉴타운인 수색역을 상업ㆍ문화ㆍ관광ㆍ교통의 플랫폼으로 키워 가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아울러 대규모 복합쇼핑몰과 서울시립대 산학캠퍼스 등이 들어서는 서울혁신파크 개발 계획도 기대할 만하다. 주민들이 오래 기다려온 만큼 서울시가 신속히 세부 계획을 마련해 이행하기를 바란다.”
-숙원이었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통일로 정체를 10년 이상 감내했던 구민들에겐 큰 아픔이었다. 국립한국문학관 개관, 서울혁신파크 개발 완료 시 교통 수요가 150만~200만 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 당장 눈앞의 경제 논리보다 도시의 미래 가치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강남북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예타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
-주민 참여율이 높다.
“구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뜨끈해진다. 적십자 회비 모금률이 16년 연속 서울시 1위였고, 구민 25%가 자원봉사자로 등록돼 있다. 코로나 봉쇄 때는 각 종교기관들이 서로 도시락을 지원했다. 구민들도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했다. 직접 지역사회 의제를 발굴하고 힘 모아 해결하는 16개 동 주민자치위원회는 풀뿌리 민주주의 현장이다. 은평에서 구의원 재선, 시의원 재선, 구청장 재선까지 큰 사랑을 받았다. 열심히 일해서 은평 발전으로 보답하고 싶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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