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포수 놀음"... 조범현 전 KIA 감독, 고교야구 명포수 조련 나서
대구고 포수 육성 재능기부 요청 흔쾌히 수락
"그라운드에서 싸울 몸 상태 안돼 있어" 쓴소리도
포수는 하체가 전부, 개인 몸에 맞게 훈련해야
내 생각대로 팀 움직였을 때 쾌감은 포수만 알아
흔히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마운드가 안정적인 팀이 결국에는 강팀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유독 포수에 방점을 찍는 인물이 있다. “야구는 포수가 그리는 한 폭의 그림”이라는 지론을 펼치는 조범현(63) 감독이다.
프로야구 SK와 KIA, KT에서 감독을 맡았고 현재는 독립야구단 수원 파인 이그스를 이끌고 있는 조 감독의 현역 시절 포지션은 포수였다. OB베어스 원년 멤버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조 감독은 3년 연속 도루 저지율 5할대를 기록했을 만큼 뛰어난 포수였다.
그래서 그의 지론은 설득력을 얻는다. 조 감독은 SK의 박경완, 두산의 양의지, 해태의 장채근을 예로 들며 “‘왕조’에는 언제나 명포수가 있었고 왕조 구축을 위해서는 명포수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조 감독이 ‘고교야구 왕조’ 구축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대구고를 찾았다. 손경호 대구고 감독의 포수 육성 재능기부 요청을 조 감독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대구고는 지난 9월 9일 막을 내린 제51회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 대회에서 연장 승부치기 끝에 세광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대구고의 우승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 2연패를 노리던 부산고와 '역전의 명수' 군산상일고, 2021년 우승팀인 덕수고와 준우승팀 유신고 등이 우승 후보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학교 상징인 백호랑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대구고는 5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며 ‘초록 봉황’을 품었다.
고교 야구의 맹주임을 스스로 입증한 대구고는 올해보다 전력이 더욱 탄탄해지는 내년 제52회 봉황대기 우승도 노리고 있다. 대회 2연패로 명실상부 2024년 최강팀 등극은 물론이고 천안북일고가 보유한 대회 최다 우승(5회) 횟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각오다.
사실상 ‘고교 야구 왕조’ 구축이 목표다. 조 감독이 대구까지 먼 길을 달려온 이유이기도 하다. 조 감독은 지난달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한 달 보름 일정으로 왕조 구축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인 명포수 양성을 위해 대구고 후배 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최근 대구고 야구장에서 만난 조 감독은 한참 어린 후배들과 야구단에 쓴 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포수라는 포지션은 전문 지도자가 필요한데도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서 “선수 개개인의 연습량도 절대적으로 부족해 보이고, 그라운드에 들어서기 전 싸울 수 있는 몸 상태가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감독은 후배들에게 하체 훈련부터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그는 “포수에게 하체는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내야수들은 포구 전에도 하체를 움직이고 포구 후에도 송구를 위해 하체를 사용하지만 포수는 정지된 상태에서 포구와 송구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포구 시 무릎 사용 방법과 다음 동작 준비, 블로킹 등 하체 사용 능력이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선수마다 체격, 힘, 몸의 유연성, 하체의 파워, 어깨의 강도가 모두 다르다”면서 “준비자세, 연결자세 등 개인에 맞게 특화된 훈련법이 아마추어 야구에도 도입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이 같은 이유로 쌍방울과 현대, SK 등에서 활약했던 박경완 LG 배터리코치를 예로 들었다. 박 코치는 포구 후 글러브 밑에서 공을 빼서 송구를 했다. 일반적으로 공을 빨리 오른손으로 잡기 위해 옆에서 빼는 방식과는 달랐다. 하지만 좋은 어깨에 정확한 송구를 겸비한 선수였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는 “기본은 이렇다고 설명해주고,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포수 선배인 조 감독은 야구에서 가장 고된 포지션이라고 평가 받는 포수 자리를 선택한 후배들에게 그들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되짚어줬다. 그는 “포수는 스스로 경기를 지배하고 이끌어가는 사령관 같은 존재”라며 “공이 투수의 손끝을 떠나야 경기가 시작되지만, 그 밑그림 운영은 모두 포수의 몫이다. 자신의 생각대로 팀이 움직이고, 타석에 들어선 상대 타자를 내 생각대로 돌려세웠을 때의 쾌감은 포수가 아니면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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