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넘어… 한국학 연구도 외국인이 한다
중국·베트남 등 25國 해외 유학생
지난 5일 경기도 성남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문헌 연구 방법론’ 수업이 진행됐다. 한국인 교수가 대만 출신 유학생에게 ‘한국과 대만 교육의 공통점’을 묻자, 유창한 한국어로 “의무교육 확대 이후 사교육비가 늘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수업에선 한자로 된 사료를 읽으며 한국의 근현대 교육제도를 연구한다. 그런데 수강생 8명 중 1명만 한국 학생이다. 나머지는 중국(대만 포함)·몽골·루마니아 출신이다. 박대권 교수는 “어릴 때 한문을 배우지 않은 한국 학생보다 중국계나 외국 학생이 ‘한자 사료’를 더 잘 이해한다”며 “외국 유학생들이 우리 역사 자료의 번역을 맡기도 한다”라고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대학원)은 한국학 연구의 ‘본산’으로 불린다. 그런데 올해 석박사과정 학생 중 한국인이 114명, 외국 유학생이 93명이다. ‘한류’가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K팝’ 등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학’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2000년대까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외국 학생은 많지 않았다. 박대권 교수는 “2010년대부터 외국 유학생이 확 늘더니 지금은 한국 학생보다 외국 학생이 더 많은 수업도 꽤 된다”고 말했다. 현재 25국 출신 유학생이 있는데 중국과 베트남, 튀르키예 학생이 많다.
연구원은 외국 학생을 더 받기 위해 기숙사 2동을 더 짓고 있다. 한 해 한국인 학생 60명과 유학생 50~60명(정원 외)을 뽑고 있는데, 기숙사가 완공되면 유학생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작년 한국학 대학원에 지원한 유학생은 281명까지 불었다. 현재 연구원에선 인문학부·문화예술학·사회과학부·글로벌 한국학부 등 4개 학부에 16개 전공을 두고 있다. 수업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되고 석·박사 논문도 한국어로 쓴다.
최근 연구원에 입학한 유학생들은 자국으로 돌아가 한국학이나 한국어를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동유럽 등 여러 국가의 대학들이 한국학과 한국어 수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출신 박사과정 학생 안드레아(26)씨는 “지금 루마니아에선 중국어보다 한국어 인기가 많고, 한국어과 경쟁률도 올라갔다”며 “교육학 전공인데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연구원에서 학위를 받은 유학생의 3분의 1이 본국에서 교수가 된다고 한다. 국내 기업에 취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구원의 유학생은 입학금을 면제받고 성적이 좋으면 매달 80만원 장학금도 받는다. 우수한 유학생이 많이 올수록 ‘한국학 확산’이란 연구원의 설립 목적에도 들어맞는다.
교육부는 석박사급 해외 유학생 유치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유학생 비율은 석사 14.3%와 박사 24.3%인데, 한국은 석사 10.6%, 박사 16.7%에 그친다. 각 대학이 등록금 수입을 위해 외국인 학부생 모집에 열을 올릴 뿐 우수 인재 유치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석박사급 해외 인재를 늘리려면 영주권 취득을 쉽게 해줄 필요가 있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는 “최근 서울의 대학에서도 석박사 유학생이 많이 늘었지만, 영주권 취득과 취업이 어려워 상당수가 한국을 떠나고 있다”며 “저출생 문제 대응 차원에서도 고급 유학생 유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1978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으로 설립된 연구 교육기관. 2005년 현재 이름으로 명칭을 바꿨다.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학의 본산’을 슬로건으로 한국 문화 연구, 고전 자료 보존과 번역, 한국학 교류와 확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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