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절반 대출 갚는데 집값은 ‘뚝’…독이 된 ‘2030 영끌’
자산 대비 부채비율도 가장 높아
5년 차 중학교 교사 이모(29)씨는 2021년 3월 경기도의 한 아파트를 2억3500만원에 샀다. 모아둔 돈이 거의 없어 부모에게 5000만원을 빌리고, 나머지는 교직원공제회 대출과 신용 대출 등 받을 수 있는 모든 대출을 끌어다 썼다.
이씨는 현재 월급 230만원 중 절반이 넘는 135만원을 대출 갚는 데 쓴다. 지난해 4억원까지 올랐던 아파트 값은 처음 산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씨는 “이자를 갚느라 먹는 것도, 사는 것도 줄여가며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했다.
2~3년 전 대출을 많이 끼고 집을 산 2030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족이 고금리 장기화와 집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통계청의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9세 이하 가구주의 자산 보유액은 올해 3월 기준 평균 3억3615만원으로 1년 전(3억6333만원)보다 7.5% 감소했다. 2030 가구주의 자산 감소 폭은 40대(-5.3%), 50대(-5.9%), 60세 이상(+0.9%) 등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자산이 줄어든 여파로 가계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자산 대비 부채 비율도 2030 가구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이하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9.6%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올랐다. 자산의 30%가량이 빚으로 채워져 있다는 뜻이다. 다른 연령대의 부채 비율은 40대(22.3%), 50대(17.7%), 60대(11.3%) 순이었고, 모든 연령대 평균은 17.4%였다.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고 연체하는 청년층도 많아졌다. 특히 20대 연체율이 크게 높아졌다. 11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 은행을 포함한 은행 19곳의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주택 담보대출 연체율은 0.39%로 집계됐다. 이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전년 동기(0.24%)보다 0.15%포인트 급등했다. 30대 연체율은 0.20%로 20대 이하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1년 전(0.09%)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40대와 60대 이상의 연체율은 각각 0.23%였고, 50대는 0.2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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