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반성하는 독일의 정치 문화…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까지 비판
슈뢰더 前총리는 제명 직전까지 가
전당대회를 통해 과거 정책 오류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변화를 다짐하는 독일 사민당 모습은 집권 경험이 있는 한국 진보 진영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핵 무장 기회를 만들어준 ‘햇볕 정책’, 재정 악화와 고용 참사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한 ‘소득 주도 성장’과 같은 치명적 정책 오류가 잇따랐음에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민당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과거 친러 정책에 비판이 쏟아지자 신속히 대응했다. 친러 노선에 앞장섰던 당내 주요 인사가 모두 물러나거나 노선 변경을 선언했다. 특히 재임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유착하는 모습을 보여온 원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당내 주요 명예직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제명 직전까지 갔다. 사민당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지근했던 전쟁 초기 태도를 신속하게 바꿔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 뛰어들고, 러시아에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민당의 자성과 비판 대상에는 유럽 현대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 중 한 명이자 사민당의 상징인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도 있다. 그는 동방 정책을 통해 동독, 폴란드, 구(舊)소련과 화해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사민당의 친러 정책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브란트 집권기의 그림자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1974년 브란트 전 총리 보좌관이 동독 간첩으로 드러났던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브란트 역시 관련돼 있었던 것이 아니었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다만 이번 전당 대회 지도부는 “브란트 총리와 그의 유산에 대한 비판은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사민당의 통렬한 자기반성은 특정 정당이 단독 집권하기 힘든 독일 정치의 특성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두세 정당이 연정을 꾸리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견제와 협상 논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태도로는 정권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1999년 정치적 후견인 헬무트 콜의 정치자금 스캔들을 가장 먼저 비판하고 나서 큰 지지를 얻었듯, 정치인의 잘못에 단호하고 또 세대교체에 거침이 없는 독일 정당 분위기도 큰 몫을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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