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이전에 서울 시민의 발이었던 電車… 1960년대 ‘전차 승차권’
승차권은 가로 5.5㎝, 세로 2㎝ 크기다. 안에 그린 차량은 언뜻 버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지붕에 연결된 전선을 그려 넣어 전차(電車)임을 알 수 있다.
이 승차권은 독자 이기훈(78)씨가 소장한 것이다. 대전이 고향인 이씨도 전차를 타본 기억이 있다. 그는 “친척들을 만나러 서울에 올라오면 전차를 타곤 했다”면서 “오래된 복권 등을 수집하면서 승차권도 갖게 됐는데 예전 생각이 나서 반가웠다”고 했다.
전차는 전기와 함께 도입된 근대 문명의 상징이었다. 한성전기주식회사가 첫 사업으로 돈의문~흥인지문 구간에서 전차를 개통한 때가 1899년이었다. 개통 120주년을 기념해 2019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서울의 전차’ 전시 도록에는 “전차 개통 후 시공간에 대한 사람들 감각은 확연히 달라졌다”는 설명이 나온다. 전차 시간표를 보며 사람들은 시간의 규칙성을 학습했고 전차 덕에 더 멀리, 더 늦게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1901년 기준으로 밤 11시까지 전차를 탈 수 있었다고 한다.
해방 후에는 한성전기의 후신인 한국전력이 전차를 운영했다. 종로 일대 도심을 중심으로 마포, 영등포, 노량진, 청량리 등 주요 지역을 연결하며 전차는 서울 시민의 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선로와 전력 공급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전차는 노선 확장에 한계가 있었고, 급격히 팽창하는 서울의 교통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1966년 취임한 ‘불도저’ 김현옥 서울시장은 시정의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교통난 완화를 내세웠다. 이때 한전에서 전차 사업을 넘겨받은 서울시는 2년 뒤인 1968년 11월 30일 운행 종료와 함께 전차를 폐지했다. ‘갈 곳 없는 밤 전차’의 쓸쓸한 풍경을 노래한 은방울자매의 ‘마포 종점’이 그해 7월 발표된 직후였다. 이후 서울의 대중교통은 지하철과 버스 중심으로 재편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전차는 지금 부활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위례선 트램 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트램이 목표한 대로 2025년 개통하면 1968년 이후 57년 만에 노면 전차가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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