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악기? 내겐 마법 같은 소리로 들렸다

김성현 기자 2023. 12. 1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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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의 인기 악기 되살린
만돌린 명인 아비탈 12·13일 공연
만돌린 연주자 아비 아비탈(Avi Avital)이 1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화클래식' 간담회에서 만돌린 연주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스라엘 만돌린 연주자 아비 아비탈(45)은 11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타와 닮았지만 조금 더 작고 앙증맞은 악기를 손에 들고 나왔다. 기타처럼 손으로 뜯어서 소리를 내는 발현(撥絃) 악기. 즉석에서 리코더와 이중주도 펼쳤다.

아비탈은 바로크 시대에 인기를 얻었지만 20세기 들어서 잊힐 위기에 있던 만돌린을 되살린 연주자다. 2012년 세계적 명문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했고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모두 만돌린 연주자로는 최초 기록이다. 이 때문에 “기타의 세고비아처럼 만돌린의 영역을 확장한 명인”(음악 칼럼니스트 이지영)이라는 평을 듣는다.

12~13일 예술의전당에서 이탈리아 고음악 단체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조화의 정원)’와 내한 공연을 갖는 그는 만돌린의 매력에 대해 “축복과 도전의 양면성을 지닌 카멜레온 같은 악기”라고 표현했다. “누구나 쉽게 소리 낼 수 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고 대중적이지만, 거꾸로 클래식 작곡가들이 연주용 악기로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도전 과제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에게 만돌린을 위한 신작을 위촉해서 직접 100여 곡을 초연했다.

다섯 살 때 놀러간 이웃집 거실 탁자에 놓여 있던 만돌린이 악기와의 첫 만남이었다.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나오는 단순하면서도 마법 같은 소리에 곧바로 사로잡혔다. 만약 클라리넷이었다면 소리를 내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여덟 살때부터 음악학교에서 본격적으로 만돌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예루살렘과 이탈리아 파도바 음악원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10대 시절에는 고교 록 밴드에서 드럼과 키보드도 연주했다. 그는 “다양한 장르를 접하다 보니 오히려 음악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는 국내외 고음악 연주자들을 초청하는 한화클래식이 10주년을 맞는 해다. 이 때문에 12~13일 공연 후반에는 이탈리아 리코더 명인이자 지휘자인 조반니 안토니니(58)가 리코더 대신에 한국 전통 관악기인 피리를 부는 ‘깜짝 무대’도 선보인다. 지난 4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앙코르로 들려줬던 곡을 다듬고 확장했다. 안토니니는 “한국에 왔을 때 피리를 선물로 받았는데 음색은 여성의 목소리나 노랫소리를 닮았고 한 번에 서너 음을 내는 등 흥미로운 점이 많다. 기회가 닿으면 연주법을 더 배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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