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 대신 버티기…민심과 더 멀어지는 국민의힘

입력 2023. 12.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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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주류 희생'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김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던 혁신위 활동 결과물을 당장 수용하지 않겠다고 할 수 없어 '소나기는 피하고 보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득권 내려놓기'와 '혁신안의 질서 있는 반영'을 언급하면서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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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희생’ 요구에 지도부 시간끌기, ‘기득권 정치’ 갇혀 총선 비관론 자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주류 희생’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나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기득권을 언제 어떻게 내려놓겠다는 입장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 보고된 혁신위의 ‘지도부·영남권 중진·친윤(친윤석열)계 의원 불출마·험지출마’ 요구안에 대한 시간끌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던 혁신위 활동 결과물을 당장 수용하지 않겠다고 할 수 없어 ‘소나기는 피하고 보겠다’는 것이다.

혁신위는 이날 국회의원 특권 배제, 비례대표 당선권에 청년 50% 의무 배치, 전략공천 원천 배제,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등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당내 유력 인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혁신안이 그동안 가장 큰 논란이었다. 김 대표를 포함해 결단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의원 대부분이 버티기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와 갈등까지 빚은 혁신위는 오는 24일인 활동 시한을 앞당겨 이날 종합보고회를 끝으로 조기 해산을 결정했다. 당 안팎에서는 “혁신은 고사하고 선거를 치를 의지도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김 대표는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며 “조만간 구성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를 포함한 당의 여러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되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여당 대표가 쇄신책을 ‘폭탄 돌리기’로 비켜간다는 비난이 그래서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은 내부에서도 ‘영남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체 분석한 총선 판세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곳에서만 우세를 보인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안심할 곳이 없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전통적 텃밭인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이다. 이날 이준석 전 대표가 “83∼87석”, 안철수 의원이 “55∼60석”이라는 관측을 내놓는 등 당내에 내년 총선 비관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서병수·하태경 의원 등이 등 돌린 민심을 대변해 김 대표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 이유다. 반면 이날 친윤계 초선 의원 10여 명이 이들 인사들을 두고 ‘내부 총질’, ‘자살 특공대’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집중포화하는 등 당내 분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국민의힘은 공고한 ‘기득권 정치’에 가로막혀 혁신과 쇄신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어느 누구도 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위원들도 “김기현 체제를 흔들지 말라”며 차단막을 치는 등 책임정치는 찾아볼 수 없다. 김 대표는 ‘기득권 내려놓기’와 ‘혁신안의 질서 있는 반영’을 언급하면서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말 잔치에 그친다면 민심 이반은 더 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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