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두바이 기후회의와 한국의 역주행

유상균 지순협대안대학 학장 2023. 12.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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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균 지순협대안대학 학장·온배움터 교수· ‘혼돈의 물리학’ 저자

2023년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에 이어 9월과 10월 기온마저도 최고치를 경신한 해가 되었다. 유럽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43℃ 올랐으며 이는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인 1.5℃에 거의 근접한 값이다. 이와 더불어 해수면 온도, 남북극의 해빙 면적 등에서도 역대 최악의 수치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기후 붕괴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최악의 기후 혼란을 피할 수 있으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 아랍에미레이트(UAE)두바이에서 28차 유엔기후협약당사자총회(COP28)가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산유국에서 개최되는 기후 회의에서 의장국 UAE가 자국의 석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거래를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며 심지어 ‘산유국의 영업장’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파리협약에 비해 얼마나 진전된 합의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COP28에서 중요한 의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이다. 그런데 온실가스 9위 배출국이자 OECD 재생에너지 비중 꼴찌인 우리 정부가 이 회의에서 보이는 행보는 절망적이다. 이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이 되었고 전 세계 400개가 넘는 기업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기업 간 협약)에 가입하고 있는 지금 한국은 ‘CFE(무탄소에너지) 연합’ 결성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CFE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RE100에서 인정하지 않는 원전, 수소도 포함하고 있다.

실제 CFE의 공식 명칭은 ‘24/7 CFE’다. 24시간, 1주일 내내 무탄소 전력만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이미 2017년 RE100을 달성한 구글이 여러 우회적 수단이 있는 RE100을 보완하는 더 강력한 방식으로 제시한 캠페인이다. 즉 CFE는 RE100보다 훨씬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인 것이다. 이를 빗대어 “RE100을 건너뛰고 CF100(무탄소100%)부터 생각하는 것은 마차를 말 앞에 매는 격”이라든지 “걸음마도 못 하는 아이가 100m 달리기를 하겠다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이유다.

즉 감당할 수도 없는 CFE를 내세워 원전을 늘리기 위한 꼼수임이 분명해 보임에도 이를 COP28에서 버젓이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이러한 꼼수가 오히려 RE100에 대한 경쟁력을 낮춤으로써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몇 언론에서도 지적했듯이 얼마 전 있었던 엑스포의 참패가 재연될 수도 있어 보인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CF 협약에 동조하는 국가 간 내부 협의가 진행 중이며 몇 개 국가가 연대해 곧 발표할 예정”이라느니 “한국의 재생에너지 목표가 후퇴했다고 이야기하는 국가는 없다”는 말은 오히려 더 불안을 키우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의 CF100을 정면으로 비판한 기사는 우리의 주장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WP는 ‘한국은 무탄소 계획을 밀어붙이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느려졌다’는 제목으로 CFE 정책을 비판하면서 한국은 산업부 관계자의 ‘엄살’과 달리 해상풍력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WP는 파리 협약을 실천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국의 전략이 부족하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전하며 끝을 맺는다.


한국은 거대한 경제 규모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기후위기 극복에 있어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국가가 되었다. 기후위기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고 있는 국가들을 지원할 기금 조성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 앞에서 국제사회는 여전히 미온적 수준에서 대처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대응은 역주행 한다는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공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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