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 절벽, 새로운 상상력으로 극복하자
日·인니·베트남과 경제 공동체를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금 지원
1명당 2억… 천만 명 늘리자
대한민국에서 작년에 출생한 아이는 25만명이다. 이 중 절반인 여성이 앞으로 모두 아이를 낳는다 해도, 한 해 출생아는 12만5000명이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 70%를 반영한다면 그 숫자는 약 9만명으로 줄어든다. 몇 세대 후에는 국가 소멸이 염려될 정도이다.
경제 붕괴는 훨씬 빨라 세계적 컨설팅 업체 PwC는 2050년에는 우리 경제력 순위가 나이지리아, 이집트, 파키스탄, 이란에도 뒤처진다고 진단했다.
천금 같은 시간을 다 날려버린 지금, 아이 낳을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 즉 출산휴가, 육아휴직, 보육 서비스 등의 통상적 단골 정책만 붙들고 있어서는 도저히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지금은 극한의 비상 상황이다. 획기적인 길을 뚫어야만 한다.
그 첫째로 제시하고 싶은 방책은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네 나라가 EU 같은 경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5200만, 일본 인구는 1억2500만, 베트남 1억, 인도네시아는 2억7000만이므로 네 나라가 합하면 약 5억5000만이다. EU의 4억5000만보다 1억이 많다. 대규모 자본과 첨단 기술이 필요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한국, 일본과 경제 공동체를 결성하는 데 동참하지 않을 리 없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를 겪는 데다 인구가 바로 경제력임을 잘 아는 일본 또한 EU를 능가할 역동성을 가진 이 공동체에 큰 매력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이 공동체는 미·중 격돌의 혼란한 세계 질서 속에서 우리의 안보 위기를 해소하는 데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인도네시아가 머잖아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 된다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서두를 일이다.
둘째는 한국어를 세계에 널리 퍼뜨리는 일이다. 인구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외국과의 연계가 필연적이다. 그런데 이민자들과의 사회 통합 문제로 큰 고통을 겪는 독일, 스웨덴 등의 예를 볼 때, 이민은 사전에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 분야다. 고급 인력일수록 언어를 중시하고 자신이 아는 언어권으로 진출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한국어를 널리 알리는 일은 양질의 이민자와 유학생, 근로자를 유치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또한 한국어 교육은 이민자들이 신속히 우리 사회와 동화하는 데도 도움을 주므로 결국 이민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다. 하여 정부는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 설립과 확산을 위해 대규모로 투자하고, 해외에 나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려는 국민을 대거 발굴하여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마지막 방책은 출산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출산 및 보육을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부가 30~50년물 장기국채를 발행해 전용 불가한 독립 계정에 넣어두고 강력한 현금 지원으로 출산을 이끄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갖가지 간접 지원에 180조라는 천문학적 돈을 썼건만 처참하게 실패했다. 반면, 출산 인센티브 금액을 높게 책정한 나라들의 출산율이 급속히 높아진 걸 보면 지금 같은 비상 국면에서는 직접적 현금 지원이 정책의 요체가 되어야 한다. 출산당 2억원을 지원한다면 인구 천만 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발행하는 장기국채가 후세대에 막대한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30년 후 천만 명의 인구가 창출할 부가가치가 2천조의 열 배가 넘는 만큼, 국채 소화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현 세대가 반드시 해주어야만 할 일이다. 마이너스 통장 개념을 차용해 출산 가구가 필요할 때 꺼내 쓰도록 하면 훨씬 적은 예산으로도 천만 명 출산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깊은 인식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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