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겨울철에 더욱 심한 치질
2018년 국민 건강보험공단의 치질 수술 통계를 살펴보면 겨울철인 12월에서 2월까지 수술 건수가 1년간 수술 건수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겨울에 치질수술 환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의학적 근거는 미약하지만 추운 겨울에 혈관 수축으로 외치핵 혈전, 항문 주위 농양, 치열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다. 특히 항문이 빠져나와 들어가지 않는 감돈치핵의 빈도가 높다.
기온이 떨어지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활동량이 줄어들고 장운동이 저하된다. 음식 섭취는 늘고 수분 섭취는 덜 하는 경향이 있어 변비도 곧잘 생긴다. 어쩌다 추위에 노출되면 항문 주위 혈관도 잘 터진다. 혈관은 수축, 혈액 순환 장애가 발생하고 피가 혈관 내에서 굳어지는 현상도 생긴다. 혈관이 터져서 핏덩이가 생기는 것을 혈전이라 한다.
평소 보행을 하면 항문이 탈출되는 경향을 가진 사람이 겨울에 두꺼운 옷을 입고 등산 골프 테니스 등 야외 운동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몰래 치질이 빠져나와 난처한 일도 생긴다. 추위에 감각이 무뎌지고 항문이 빠진 것을 인지하지 못해 방치하면 붓고 염증이 생긴다. 혈액 순환이 차단되어 항문으로 집어넣어도 들어가지 않게 되는데 이를 감돈치핵이라 한다. 감돈치핵은 조직괴사를 동반할 수도 있어 위험하다.
치질 조직은 항문 점막과 괄약근 사이의 쿠션 역할을 하는 정상적인 혈관조직이다. 그래서 치질조직을 혈관 쿠션이라 한다. 항문관 내에서 괄약근의 벽과 직장에서 내려오는 근육을 따라 고무줄처럼 탄력 있는 얇은 결합조직이 혈관 쿠션을 지탱한다. 항문의 혈관 쿠션은 항문직장의 괄약근을 보조해 항문을 살며시 닫아 준다. 가스와 변, 설사를 구분해서 가스는 배출하고 변은 참는 신호를 알려주는 센서의 역할도 한다.
소파 쿠션을 오래 쓰면 손상되듯이 항문 쿠션도 오래 쓰면 손상된다. 대개 40대가 되면 항문 쿠션이 망가져서 치질 증상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치질 수술 받는 연령은 45세에서 65세 사이에 제일 많다. 50세 이상의 인구 중에 절반이 치질 증상을 한번쯤 느끼게 된다.
60대 이상에서는 치질은 심한데 젊은 사람보다 급성 증상이 덜하다. 항문 괄약근의 긴장이 저하되고 울혈이나 염증이 덜해 불편감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 변이 팬티에 묻거나 가스를 참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생기지만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수가 많다. 오래 방치하면 항문의 점막 탈출, 직장탈출을 동반해 변비와 변실금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수백 년에 걸쳐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히포크라테스를 비롯한 그리스와 고대 로마의 역사적 기록, 중국의 전통의학 등에 항문병에 관한 무수한 기록이 있다. 항문병과 음식의 연관성과 중요성, 배변 습관이나 생활습관의 개선 등에 관한 기록도 있다. 탈출되고 괴사된 치질을 칼로 자르고 인두로 지지는 그림이 남아 있다. 아직까지 중국의 병원에서는 여러 약초를 섞어서 만든 연고를 바르기도 한다. 실로 묶는 방법과 거머리를 이용해서 치료하는 방법도 소개됐다.
많은 사람이 불편한 치질을 가지고 지낸다. 수술이 겁이 나서 그런 수도 있겠지만 치질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 아니고 급하게 수술해야 하는 병도 아니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항문암이나 직장암도 치질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염증성 장질환인 궤양성 직장염, 크론병도 치질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 이런 병은 시기를 놓치면 치료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병은 조기 진단과 초기 치료가 최선이다. 치질이 2,3,4기 등으로 심해지면 저절로 낫지 않는다. 지지조직이 망가진 혈관 쿠션은 묶어주거나 잘라내지 않으면 원상복귀가 되지 않는다. 겨울철에 치질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규칙적인 배변 습관, 균형 있는 식단, 적절한 운동, 배변 후 청결유지, 온욕 등이 도움 된다. 추운 겨울 송년회에 잦은 술자리, 과식 등은 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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