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중국에도 해장국이 있을까
모임이 많은 12월, 오늘 밤의 음주는 반드시 다음 날 아침 시원한 해장국을 찾게 한다. 음주와 해장국이 한 세트임은 우리 모두가 따르는 ‘국룰’이다. 그런데 필자의 유학 시절 중국 친구들은 전날 과음해도 이상하게 그다음 날 아무도 뜨끈한 해장국을 찾지 않았다.
중국 문헌에서 술 취한 얘기는 흔하게 보이지만 술 깨려고 해장국을 먹었다는 일은 잘 보이지 않는다. 주선(酒仙)이라는 별명을 지닌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음주를 일관되게 찬양했다. 그는 ‘장진주(將進酒)’에서 ‘술은 한번 마셨다 하면 모름지기 삼백 잔은 마시라’고 과음을 예찬하며 ‘양 삶고 소도 잡으라’며 풍성한 술안주를 주문했다. 또한 ‘술 마시고 오래 취해 안 깨고 싶다’며 애주가 면모를 과시했다. 또 다른 당나라의 시인 두보(杜甫)는 촉(蜀) 지역에서 빚은 술을 마셔야 시름을 잊는다고 했는데, 촉 지역은 지금의 쓰촨성 일대인 바, 아마도 그가 선택한 술은 지금의 젠난춘(劍南春)의 조상 정도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에는 술 취하고 술 좋아하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술 깨려고 해장하는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중국에는 예부터 해장이 없는 것일까.
중국에서는 술에서 깨려는 행위를 독을 제거하는 해독으로 파악했다. 송나라(960~1279) 때 의서에는 소주에 취하면 녹두 가루를 사용해 해독한다고 했으며 원나라(1271~1368) 때 ‘거가필용사류(居家必用事類)’에서는 백복령, 백두구인, 인삼 등의 가루를 끓는 물에 타 술을 깨는 해성탕(解醒湯) 처방이 나온다.
펄 벅의 소설 ‘대지’에서는 주인공 왕룽의 아들이 술에 취하자 식초를 써서 술을 깨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식초의 소독 작용을 이용한 민간의학적 처치인 듯하다.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루쉰(魯迅)은 삼부점(三不粘)이라는 특이한 음식으로 해장을 했다. 삼부점은 계란, 설탕, 전분을 섞어 푸딩이나 젤리처럼 만든 전통 음식이다. 루쉰은 과음 후의 위장을 보호하고자 계란에 든 레시틴을 복용한 셈이다. 취향이 예리하고도 분명한 루쉰다운 해장법일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여러분만의 취향이 담긴 독특한 해장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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