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 마감 D-7… 신청은 ‘0건’
정부가 통신 3사 과점 체제를 깨뜨리고자 추진해 온 ‘제4이동통신(제4이통)’ 사업자 접수 마감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11일 본지가 확인한 결과, 아직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4이통 사업을 하겠다고 신청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유력한 잠재 후보군으로 보고 사전 접촉한 쿠팡, KB국민은행, 토스 앱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측은 “접수 기간이 남은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통신업계에선 “수익 모델이 마땅치 않은 데다, 기존 통신 3사 구도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가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제4이통 사업자 후보 모집 기간은 오는 19일까지다.
◇정부, 진입 문턱 낮췄지만…
올 들어 정부는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4이통 사업자를 발굴·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혀왔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에서 회수한 28GHz(기가헤르츠) 대역의 5G 주파수를 ‘제4이통’용으로 쓰겠다는 방침을 1월 말 발표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이동통신 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춰주는 다양한 지원책도 내놨다. 가령 통신 3사만 해도 경매를 통해 할당받는 주파수 비용을 1사당 최소 2072억원 이상 써야 했지만, 제4이통 사업자엔 약 65% 낮은 742억원(전국망 기준)으로 책정했다. 여기에는 새 사업자가 필요하면 정책금융 기관을 통해 최대 4000억원 자금 융자를 지원해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주파수를 할당받은 뒤 3년 내 전국에 반드시 구축해야 하는 최소 기지국 수도 6000개로 줄여줬다. 기존 통신 3사는 1사당 1만5000개였는데, 60% 정도를 줄여준 셈이다. 이 과정에 정부는 새 사업자가 통신 3사와 한전이 보유한 땅속 관로와 광케이블, 지상에 있는 전주 같은 필수 설비를 활용하게 했고, 5G망 구축 투자비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올려주는 방안(최대 16%)도 추진키로 했다.
앞서 정부는 그동안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모두 7차례에 걸쳐 제4이통 도입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높은 진입’ 기준 탓에 제4이통 사업자 유치에 실패했다고 보고, 이번에는 각종 맞춤형 지원으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고 했다.
◇”이미 포화, 섣불리 못 들어가”
그럼에도 정부가 사전 접촉한 쿠팡, KB국민은행, 비바리퍼블리카 같은 주요 후보군조차도 도전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 기업들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주요 후보군으로 꼽은 기업들도 ‘이번 말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라며 “기존 이동통신 시장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 위주로 너무 견고하기 때문이란 이유를 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지난해 스마트폰 보급률은 94.2%(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로, 국민 대부분이 이미 통신 3사 또는 알뜰폰에 가입된 상태다. 그런 만큼 제4이통은 통신 3사와 알뜰폰 업체에서 기존 고객들을 빼앗아 와야 한다. 하지만 통신 3사의 시장점유율이 올 9월 기준 약 85%(사물인터넷 회선 제외한 순수 휴대폰 사용자 기준)에 육박하고, 나머지 15%는 가성비를 앞세운 70여 알뜰폰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이미 알뜰폰 사업을 하는 비바리퍼블리카나 KB국민은행의 경우 굳이 제4이통 사업자가 되려고 주파수 할당이나 기지국 구축 같은 추가 투자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에게 통신업은 본업인 금융 서비스 이용자에게 부가 혜택을 주려는 부수적 사업”이라며 “알뜰폰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제4이통 사업자로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제4이통용으로 나온 주파수(5G 28GHz 대역)를 놓고도 “아직 제대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나 고도화된 증강 현실(AR) 서비스에 특화된 주파수여서 기업들이 나서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통신업체 고위 인사는 “28GHz 대역은 통신 3사도 수익 모델을 못 찾아서 제대로 망 투자를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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