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무차별 범죄’ 대응하는 시민 행동 요령 익혀야
지난 8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60~70대로 보이는 남성이 대낮 길거리에서 과도(果刀)를 들고 배회한다는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긴급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경비원이 사과를 깎아먹기 위해 자신의 차에서 과도를 꺼내오다 오해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얼마전 퇴근길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는 한 남성이 승객들을 밀치며 뛰어다니자 ‘흉기 난동’으로 오인한 승객들이 도망치는 과정에서 18명이 부상을 입는 일도 있었다. 잇따른 강력 범죄로 불안감이 만연해지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최근 무차별 칼부림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한 잇따른 ‘이상 동기(무차별) 범죄’가 늘면서 시민 스스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비상 상황 대처법을 숙지하는 게 중요해졌다. 첫째,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 이때 손을 들고 크게 소리치며 주위에 알려야 한다. 둘째, 현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면 주변 편의점이나 식당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 뒤 출입구를 막아야 한다. 셋째, 안전이 확보되면 112・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런 대처법이 불가능한 긴급 상황에서는 가방, 책 같은 소지품이나 의자, 화분 등을 활용해 방어하고, 소화기 분사, 뜨거운 음료 뿌리기 등으로 일시적으로 범인의 행동 불능을 유도할 수 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최근 ‘달린다→피한다→신고한다’ 3단계 행동 지침을 담은 ‘다다다 행동 요령’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상 동기 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발생했던 사건의 원인을 사회적, 심리적 등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정신 질환 등으로 인해 사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대상자를 조기 파악해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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