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보완시공’ 못한 단지, 전국민에 공개된다

정순우 기자 2023. 12.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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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두번째 소음대책 발표
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그래픽=김하경

앞으로 새로 짓는 아파트가 바닥 소음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준공(竣工) 승인을 해주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정부가 11일 확정 발표했다. 신축 아파트 가운데 소음 규정을 지키지 못했지만, 현실적으로 보강 공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입주민에게 현금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단지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층간소음을 못 잡은 아파트 명단’을 공개해 누구나 집 계약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저소득층에 한해 소음 저감 매트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주택법 개정 작업에 착수한다.

아파트 입주자 커뮤니티 등에는 제도 시행을 반기면서도 “법 개정 이전이라도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노력 중”이라며 “하지만 기준을 지키지 못한 아파트 명단이 공개되면, 해당 건설사는 이후 영업 활동에 큰 타격을 받아 존폐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층간소음 기준 못 지키면 승인 불허

이번 발표는 작년 8월 신축 아파트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골자로 한 ‘층간소음 개선방안’에 이은 현 정부 두 번째 층간소음 대책이다.

지금은 아파트 공사 완료 시점에 지자체가 타이어 등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층간소음을 검사해 49데시벨(조용한 사무실 수준)을 초과하면, 지자체가 건설사 등에 보완 시공이나 입주민에 대한 손해배상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사업자가 이를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국토부는 앞으로 보완 시공을 통해 기준을 지킬 때까지 준공을 승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강제하기로 했다.

다만 건설 공법의 어려움이나 건설사 자금난 등 층간소음 보강 공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지자체 승인 아래 손해배상으로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보완 시공 없이 손해배상으로 합의된 단지에 대한 정보는 일반에 공개된다. 앞으로 짓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층간소음에 취약한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파트를 거의 다 짓고 나서 층간소음 문제가 확인되는 상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공사 중간에도 층간소음을 점검하도록 하고, 검사 표본도 전체 세대 수의 2%에서 5%로 확대한다.

‘준공 승인 거부와 기준 미준수 단지명 공개’는 주택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최대한 법 개정을 서두른다는 방침이지만,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시행 시기는 밀릴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이 바뀌더라도 최소 3개월 이상 유예기간을 두고 새롭게 공사를 시작하는 단지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현장 혼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줄이려는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바닥 방음 보강 공사를 하는 경우 비용을 저리로 대출해 줄 방침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보강 공사가 부담되는 저소득층에게는 방음 매트 시공비를 2025년부터 재정에서 지원한다. LH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은 2025년부터 층간소음 최고 등급인 1등급(37데시벨) 시공이 의무화되고 바닥 두께 기준도 210㎜에서 250㎜로 상향된다.

당초 국토부는 기존 아파트의 층간소음 보강 공사비를 양도세에서 공제해 주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관계 부처와의 협의에 시간이 더 필요해 이번 발표에서는 제외했다.

◇'층간소음 명단’ 공개에 건설사 비상

건설사들은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개발 중인 만큼, 기준을 맞추는 데 무리가 없다”면서도 준공 거부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수익성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이 같은 층간소음 기준 적용 강화로 공사비가 약 3%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층간소음을 충족하지 못한 단지 이름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시공상의 실수로 한번 층간소음 문제를 못 잡으면, 낙인이 찍혀 이후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시공 기술이 떨어지는 중소 건설사들이 비상이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층간소음은 굉장히 예민한 사안이라 조금만 실수를 해도 기준을 초과할 수 있다”며 “명단이 공개되면 사실상 수주를 못 할 수도 있는 만큼, 과태료를 강화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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