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한전, 자회사에 억지 중간배당 추진… 아랫돌 빼 윗돌 괴나
한국전력이 재무 위기 악화로 내년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지 못할 지경이 되자 발전 자회사 쥐어짜기에 나섰습니다. 이달 말까지 한수원 2조원, 5개 발전 자회사에 4000억원씩 총 4조원의 중간배당을 요구한 겁니다. 지난 1년여간 전기 요금이 40% 넘게 오르며 추가 인상은 어렵고, 올해도 수조원의 적자가 예상되자 자회사에까지 손을 벌리고 나섰습니다. 한전은 매년 발전 자회사로부터 경영실적에 따른 배당금을 받았지만, 중간배당을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 발전 자회사 사외이사는 “순이익보다 많은 돈을 배당으로 빼가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합니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의 기준이 되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는 지난해 21조원에서 올해 말이 되면 적자가 6조원 더해지며 15조원으로 줄어듭니다.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내년이 되면 한도가 75조원으로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이미 발행한 회사채 80조원을 초과하게 됩니다. 한전의 계획대로 자회사로부터 4조원을 중간배당으로 받으면 적립금이 그만큼 늘어나 회사채 발행 한도는 95조원이 돼 한전 입장에선 당장 숨통이 트이게 되는 겁니다.
한전 요구에 발전 자회사들은 중간배당 근거를 갖출 정관 변경을 위해 이사회를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발전 자회사들이 수천억원씩 배당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겁니다. 11일 이사회에서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꾼 한수원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이 4500억원을 웃돌고, 다른 발전 자회사들도 3분기까지 누적 이익은 2000억원 안팎에 그칩니다. 중간배당을 하려면 작년까지 쌓아놨던 이익잉여금을 헐어야 합니다. 발전 6사의 배당이 가장 많았던 2016년 배당액이 9259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조원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 탈원전에 동조하며, 신재생 과속에 앞장섰던 한전이 에너지 가격 폭등에 경영난이 이어지자 재무 부담을 자회사에 떠넘긴다는 점에서 ‘아랫돌 빼 윗돌 괴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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