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견리망의

이연섭 논설위원 2023. 12. 12. 0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의미다.

교수신문은 매년 12월 전국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 올해도 1천31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30.1%(395명)가 ‘견리망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견리망의’는 논어에서 비롯된 사자성어다. 논어 헌문 편에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한다’는 ‘견리사의(見利思義)’가 등장하는데, 견리망의는 의미를 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정치란 본래 국민을 ‘바르게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 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분양사기,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교권침해 등을 언급하며 견리망의 현상은 개인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견리망의’를 선정한 다른 교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치인들이 이익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고, 고위 공직자의 개인 투자와 자녀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 개인의 이익을 핑계로 가족과 친구도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견리망의’ 선정과 관련, 자신의 SNS에 “참 부끄럽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좌파는 뻔뻔하고 우파는 비겁하다고 제가 질타한 일도 있었지만 요즘은 좌우 모두 뻔뻔함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견리망의나 후안무치나 같은 말이다.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갖고 살아야 하는데”라고 했다.

국민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정치인들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챙기고, 국가 백년지대계를 생각하는 의로움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견리망의 하면 당장은 풍요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은 공멸하게 됨을 명심하면 좋겠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