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내 삶의 멘토
지난달 새로 입사한 신규 직원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 새내기 직원들을 보면서 50여년 전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첫 직장에 대한 기억은 누구나 오래오래 남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격려도 해주시고 채찍도 마다하지 않으셨던 첫 직장의 ‘유경준(兪慶濬)’ 동장님을 잊을 수 없다.
처음 발령받던 날, 구청에서 발령장을 받고 찾아간 곳은 일선 동사무소였다. 처음 업무를 맡은 것은 청소비 수납 업무였다. 이런 일들은 대개 통장이나 반장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가끔 이분들과 대낮부터 선술집에 들러 퇴근이 지나도록 퍼마시기 일쑤였다. 청소비를 받으면 그 다음 날에는 입금해야 하는데 가끔 이 돈을 유용해 친구들에게 한턱 쏘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어떤 날은 식당에서 직원들끼리 점심 내기 화투를 치기도 했다.
하루는 동장님이 부르시더니 젊은 사람이 앞길이 창창한데 벌써 그런 데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단단히 주의를 주시든가, 잘못을 지적해 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장래를 걱정해 주며 인생경험을 전해 주시기도 해 잘못을 깊이 깨닫고 그때부터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나는 그때 수인선 기차를 타고 통근을 했다.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근 한 시간을 걸어서 타기도 하고 버스가 있긴 했지만 제때 다니지 않고 고장이라도 나는 날이면 한나절이나 돼서야 출근할 때도 있었다.
지각도 어쩌다 한두 번이지 밥 먹듯이 한다면 누군들 좋아할 리 있겠는가? 어느날 또 지각을 하게 돼 사무실 들어가기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때 문 앞에 동장님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동장님은 나를 앞세우며 문을 열고 들어가시면서 생뚱맞은 소리로 나와 함께 아침 일찍 관내를 한 바퀴 순찰하고 돌아온다며 직원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선수를 치며 감싸 주시기도 했다.
내 책상 위에는 이미 청소비 수납부와 서류철이 놓여 있었다. 동장님이 미리 꺼내 놓은 것이다. 그때의 동장님은 하늘처럼 위엄이 있었고 아버지처럼 자상했으며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하고 어린애처럼 가식이 없었다.
40여년간을 큰 과오없이 퇴직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 공직을 시작했을 때의 동장님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공직자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분명히 가르쳐 준 내 삶의 멘토 ‘유경준’ 동장님. 그 가르침은 공직생활뿐만 아니라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도 가슴속에 담아 살아갈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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