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축구 메카 지킨 수원FC, 고맙다
축구 메카 수원이 축구 불모지로 갈 뻔했다. 맏형 수원삼성은 이미 2부 리그로 강등됐다. 2023 정규리그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떨어졌다. 아우 수원FC도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1부 리그 잔류를 위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했다. 상대는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 아이파크다. 첫 번째 원정 경기에서 암울한 상황이 전개됐다. 선제골을 넣고도 이를 지키지 못해 역전패했다. 2골 이상 차로 이겨야 하는 부담 속에 수원에서 2차전을 가졌다.
모든 언론이 ‘기적’이라 칭송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 시작 15분 만에 부산에 선제골을 내줬다. 종합 전적이 2골 차로 벌어지면서 강등이 현실화됐다. 이때부터 선수들의 경기는 투혼 그 자체였다. 승리의 기운은 자꾸 수원FC를 외면했다. 두 차례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어렵사리 들어간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에 무효가 됐다. 모두가 골대 불운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 기적이 시작됐다. 후반 33분과 추가 시간, 극적으로 두 골을 넣었다.
이즈음 TV 화면에 관중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 경기장을 찾아온 수원시민들이다.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1부 잔류로 충분히 자랑스럽다’는 펼침막을 들고 있었다. 후반 동점골에 열기는 극에 달했다. 여기저기 눈물을 쏟아내는 시민들이 목격됐다. 비록 대기업 축구 서포터스와 같은 통일성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볼 수 없는 투박하지만 진한 애정이 넘쳤다. 연장전의 승부는 급격히 기울어 갔다. 수원이 이겼다.
수원FC는 부족한 게 많다. 재정적 지원에서 특히 그렇다. 몸값 비싼 용병을 쓰기 버겁다. FA시장에 나온 거물 영입도 어렵다. 경기장도 황량한 공설운동장을 쓴다. 그래서 지자체 소속 축구팀 대부분이 2, 3부 리그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 FC는 이겼다.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이 눈물을 흘렸다. TV로 경기를 지켜본 수원시민들도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김현, 이영재, 이광혁, 정재용....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이다. 이들이 만든 결과다.
동호회처럼 시작한 수원FC의 역사다. 그 긴 세월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시민이 잊고 있어도 그들은 역사를 썼다. 그 역사의 한 지점이라서 더욱 소중하다. 이제 그 감동에 우리 모두가 보답할 차례다. 수원시도 지원을 늘릴 고민을 해보길 바란다. 1부 리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시민들의 사랑도 넓어져야 한다. 시민 후원의 손길은 선수들에게 더 없는 응원이 된다. 시민의 자산인 월드컵경기장 사용 문제도 토론할 필요가 있다.
수원FC의 투혼에는 그런 보답을 얘기할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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