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부족해 해경 함정 2척 출동구역 1척만 출동도

인천=공승배 기자 2023. 12. 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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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함 출동 축소… 출장비 늑장지급

연말 예산 부족으로 경찰 등 공무원의 초과근무 수당과 출장비 등이 삭감되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란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해양경찰청과 고용노동부, 소방청 등에서도 초과근무 수당 삭감이나 출장비 지급 지연 등의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예산이 부족해 공무원들이 일을 못 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건 국가적 손해”라며 “필수 업무는 차질 없이 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에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경은 올 하반기(7∼12월) 들어 극심한 인건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 만큼 현장 치안을 강화하겠다며 300여 명의 인력을 충원했는데 인건비가 추가로 확보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여기에 올 초 기본급 인상으로 추가된 경정 이하 계급 급여와 초과근무 수당까지 올해만 총 547억 원의 인건비가 부족한 상황이 됐다.

초과수당 줄 돈없어… 해경 함정 2대 경비구역, 1대만 출동하기도

예산 모자라 공무 삐걱
300명 충원했는데 인건비 그대로… 함정운용까지 줄이며 비용 절감
감독기관 고용부도 출장비 지연… 전문가 “재정운용 명백한 실패”

해경은 결국 7, 8월 경비함정 2대가 경비하던 구역을 통합해 1대만 운항하도록 했다. 함정 출동 시 발생하는 초과근무 수당 등 인건비와 유류비 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 일선 파출소 등에서 교대 시 이뤄지는 30분의 업무 인수인계도 대면이 아닌 서면 방식으로 전환해 초과근무를 줄였다. 매달 40시간의 항공대 교육 시간도 절반으로 줄였다. 일선 서장에게 직접 초과근무를 챙기도록 하기도 했다.

● “인건비 쥐어짜기로 치안 공백 불가피”

하반기 내내 이어진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해경 내부에서도 “바다를 지키는 임무를 소홀히 하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비함정에서 근무하는 한 해양경찰은 “해상 경비는 중국 어선 단속뿐 아니라 인명 구조까지 맡는 해경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데 함정 운용을 축소한 건 말이 안 된다”며 “정박해 있을 때도 초과근무를 자제하기 위해 훈련을 못 하니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국회에서 올해 예산이 확정된 뒤 기본급 인상이 이뤄져 인상분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여기에 현장 강화를 위해 인력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인건비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내년 예산에는 초과근무 수당 200억 원 등 460억 원을 증액 반영했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여전히 150억∼200억 원의 인건비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경은 부서별 표준 초과근무 시간을 만들어 내년 인건비 부족 현상을 완화한다는 구상인데 이를 두고서도 ‘언제까지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것이냐’는 내부 지적이 나온다.

● 고용부도 근로감독관에게 제때 돈 못 줘

해경 외에도 정부 부처 중에선 하반기 예산 부족으로 출장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거나 초과근무를 제한한 곳이 적지 않다.

인건비 미지급을 감독해야 하는 고용노동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각 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지급하지 못한 출장비가 1억3900만 원으로 최대 4개월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감독관 현장 활동이 증가한 데다 공무원 출장비가 올라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지적이 나온 후 밀린 출장여비를 전부 지급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에서도 직원들의 출장비 1억4600만 원을 제때 못 줬다가 이달 6일에야 다른 예산을 전용해 전액 지급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출장비 인상과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인한 출장 증가로 일시적인 미지급이 있었다”고 했다.

일부 부처는 소모품 비용을 아껴 출장비를 충당하는 실정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꼭 가야 하는 출장을 가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아낄 수 있는 건 아껴 출장비에 보태는 상황”이라고 했다.

해군항공사령부의 경우 군무원 사비로 지출한 출장비를 지급하지 않아 국민신문고에까지 민원이 제기됐다. 해군항공사령부는 언론에 보도되고 논란이 된 후에야 지급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건비 등 꼭 필요한 비용이 계획보다 많이 지출됐을 경우 정부 차원에서 예비비 등을 전용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세수 부족 사태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추가 편성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명백한 재정 운용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찰과 해경의 경우 예산 부족 현상을 반영해 내년 예산안에서 초과근무 수당을 늘렸다”며 “각 부처 출장비와 업무추진비 등은 코로나19 확산 당시 줄어든 걸 다 복구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어 내년도 예산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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